낭만이란 무엇일까?
3장. 떠나고, 길을 잃고, 다시 나를 찾아가는 여행
낭만이란 무엇일까?
때로는 아침 햇살처럼 따스하게,
때로는 밤하늘의 별처럼 아련하게 다가오는 그것.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순간에서 낭만을 찾으며 살아왔다.
때로는 그것을 쫓아 무작정 떠났고,
때로는 그것을 잃고 어둠 속을 헤매었으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골목 끝에서
그것을 우연히 발견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방범창이 있는 작은 방에서 살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늘 조각난 채였고,
그 틈새로 비치는 빛은 마치 퍼즐처럼 바닥에 흩어졌다.
나는 그 조각들을 따라가고 싶었다.
마치 동화 속 빵 부스러기를 따라가는 아이처럼.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늘 빛이 있는 곳을 찾는 사람이 되었다.
햇살이 쏟아지는 창가에 앉아
따스한 온기를 느끼며,
공원의 나무 사이로 떨어지는 빛을 따라 걸으며,
전철 창문을 타고 흘러내리는 석양을 바라보며.
그것이 어디든, 빛이 닿는 곳에서 나는 안도했다.
마치 오래 찾아 헤매던 집에 돌아온 것처럼.
낭만이란, 어쩌면 그런 순간들의 모음이었을까.
나는 여행을 통해,
길을 잃으며 낭만을 발견해왔다.
마치 보물지도 없이 떠나는 모험처럼,
매 순간이 새로운 발견이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의 첫 해외여행,
디즈니랜드의 환상 속에서 느꼈던 동화 같은 순간.
화려한 퍼레이드가 지나가고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들이 터질 때,
나는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만 같았다.
캄보디아에서 본 아이들의 웃음,
낯선 나라에서 만난 따뜻한 손길.
앙코르와트의 거대한 유적 앞에서
작은 팔찌를 파는 아이들의 눈빛이
오히려 더 깊은 역사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하루 종일 예술에 빠져 있던 시간.
수백 년의 시간을 담은 작품들 사이를 걸으며
나는 잠시 시간 여행자가 된 듯했다.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에서,
거리의 화가들이 그려내던 색채들.
석양이 물드는 도시를 바라보며
누군가의 캔버스 속에 담기는 순간들.
그 모든 것이 한 폭의 그림이 되어갔다.
스페인의 해변에서,
한없이 자유로웠던 그 여름.
끝없이 펼쳐진 지중해의 푸른빛이
내 안의 모든 걱정을 씻어내던 순간.
나는 떠나는 순간마다 낭만을 만났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듯 자연스럽게,
때로는 예기치 않은 골목에서 우연히.
하지만 그것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았다.
낭만이 있음에도 견딜 수 없는 것들이 있었다.
시간은 흘러갔고, 현실은 계속되었다.
사회복무요원을 마친 후,
나는 다시 한 번 길을 잃었다.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길을 걸어 출근하던 시간들이 끝나고
갑자기 찾아온 자유는
오히려 더 큰 혼란을 가져왔다.
삶이 던지는 질문들 속에서,
나는 그 답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일본으로 떠났다.
한 달 동안 기차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처럼
내 마음도 끊임없이 흘러갔다.
후쿠오카의 신사 계단을 오르며,
돌계단에 남은 오랜 발자국들을 따라
나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누군가의 기도가 남아있을 것 같은
고요한 공기 속에서.
나가사키의 작은 카페에서,
누군가 내 모습을 스케치해주던 순간.
낯선 도시에서 우연히 만난
작은 친절이 마음을 데웠다.
오사카의 타코야키를 먹으며,
거리의 활기와 소란스러움 속에서
나는 문득 미소 짓고 있었다.
때로는 이런 소소한 순간이
가장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
나라에서 사슴과 마주하며,
그들의 순한 눈빛 속에서
나도 잠시 평화를 느꼈다.
시즈오카의 하늘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내 아래로 펼쳐진 세상을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작게 보이는 그곳에서
내 고민들도 잠시 멀어진 것 같았다.
가마쿠라의 전차를 바라보며,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걸 느꼈다.
도쿄의 밤거리를 걷고,
네온사인이 만드는 빛의 강을 따라
홀로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하코다테의 야경을 바라보며,
반짝이는 불빛들이 마치
내 앞에 놓인 수많은 가능성처럼 보였다.
삿포로의 눈 속을 걸으며,
발자국 하나하나가 만드는 흔적처럼
나도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
오타루 운하 앞에서,
오래된 창고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시간을 보냈다.
니세코의 설원을 가르며
차가운 바람이 뺨을 스치는 순간
나는 다시 살아있음을 느꼈다.
나는 다시 낭만을 찾았다.
매 순간, 새로운 발견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것이 내 삶을 완전히 바꿔주지는 않았다.
여행이 끝난 후,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했다.
낭만은 순간이었고,
현실은 그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고,
다시 한 번 삶을 견뎌야 했다.
매일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지하철에 몸을 싣고,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야 했다.
그리고 3년 후, 나는 또다시 도쿄로 왔다.
이번에는 달랐다.
떠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머무르기 위해서.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주하기 위해서.
나는 이제 안다.
낭만이란 도망치는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머무르는 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은 마치 아침 햇살처럼
일상의 틈새로 스며드는 것.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저 그것을 알아채는 것뿐이다.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는 잔을 양손으로 감싸쥐고
창밖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고요한 시간.
골목길을 걷다가 예상치 못한 가게를 발견하는 순간.
녹슨 간판 아래 피어있는 작은 화분,
창문 너머로 보이는 따뜻한 불빛,
문을 열 때 울리는 방울 소리.
비 오는 날, 카페 창가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
유리창에 맺히는 빗방울이 만드는 그림자,
우산을 쓴 사람들이 만드는 물결,
젖은 아스팔트가 반사하는 도시의 불빛.
혼자 여행하며,
길을 잃고,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그 속에서 나를 찾는 과정.
그 모든 순간이 우리를 만들어간다.
때로는 책임을 지는 것.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것.
쉽지 않은 선택 앞에서
용기를 내는 것.
언제까지고 떠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낭만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성장이 아닐까.
나는 이제 그런 삶을 살아가려 한다.
낭만을 잃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받아들이는 삶.
도망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삶.
나는 더 이상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길을 잃는 순간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흔들릴지라도,
결국 나는 나만의 길을 찾아갈 것이다.
그것이 어떤 길이든,
그곳에도 분명 나만의 낭만이 있을 테니까.
그리고 언젠가,
지금의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될 날이 온다면,
그때 나는 어떤 대답을 할까?
아마도 미소 지으며 말하게 되지 않을까.
"그래, 그때의 선택이 맞았어"라고.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이 질문들을 안고서,
나는 오늘도 한 걸음을 내딛는다.
이제, 도쿄에서의 1년이 시작된다.
매일 아침 창문을 열어
새로운 하루의 빛을 맞이하고,
때로는 낯선 골목을 걸으며
예상치 못한 순간들을 만나고,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볼 것이다.
낭만을 잃지 않으면서도,
책임을 다하는 삶.
그것이 내가 선택한 길이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나는 또다시 새로운 질문과 마주하게 되겠지.
그때의 나는, 어떤 답을 찾고 있을까?
아마 그때도 나는,
지금처럼 낭만을 찾아 헤매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알고 있다.
낭만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일상의 작은 순간들 속에,
우리가 숨 쉬는 모든 곳에
낭만은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계속 걸어갈 것이다.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천천히.
그리고 당신도, 당신만의 낭만을 찾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그렇게 한 걸음씩,
우리는 우리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