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공항에서는 늘 감정이 뒤섞인다.
설렘과 두려움, 기대와 아쉬움, 환희와 긴장.
마치 시간이 겹쳐지듯,
서로 다른 순간들이 한 공간에서 춤추는 곳.
떠나는 사람과 남겨지는 사람,
기다리는 사람과 돌아오는 사람이 함께 있는 곳.
나는 공항이 주는 이 감각이 좋다.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지나가는 공간.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떠나고,
누군가는 긴 여정을 끝내고 돌아오고,
누군가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출구 앞에서
시계를 확인하며 초조하게 서성인다.
나는 그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까?
수많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나는 떠나는 쪽에 속할까, 돌아오는 쪽에 속할까?
아니면 아직 그 중간 어딘가에서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채
공항의 긴 복도를 서성이는 사람일까?
출국장의 문을 통과하는 순간,
차가운 금속 프레임 사이로 스치는 바람이
마지막 인사처럼 느껴질 때,
나는 무엇을 남기고 온 걸까?
도쿄로 떠나던 날,
나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했다.
수하물 카트를 밀며 걸어가는 동안
계속해서 되뇌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이제 도쿄에서 1년을 보내고 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지만 정말 마지막이라는 게 가능할까?
출국장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
천천히 위로 올라가며 생각했다.
떠난다는 건 정말로 '끝'이 되는 걸까?
아니면, 어딘가에 작은 흔적을 남긴 채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지는 걸까?
비행기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나는 내 선택을 곱씹었다.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내 고민을 비추는 것만 같았다.
이 선택이 올바른 것인지,
나는 또다시 도망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떠난다는 건
언제나 옳지 않은 선택일까?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하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계속해서 물었다.
떠남도 하나의 성장일 수 있지 않을까?
도망과 도전의 경계는 어디쯤일까?
공항에 도착한 후,
가끔 나는 떠나온 곳을 돌아보게 된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창밖으로 작아지는 도시를 바라보며
나는 어떤 감정을 느꼈던가?
도시의 불빛들이 점점 작아지다가
마침내 구름 속으로 사라질 때,
내 마음은 어디를 향하고 있었을까?
나는 정말로 떠나온 걸까?
아니면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는 걸까?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구름을 보며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들.
떠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 남아 있는 것들이 있다.
그곳에서의 기억,
아침 햇살이 비치던 창가에서의 순간들,
밤거리를 걸으며 느낀 설렘,
그곳에서 마주했던 감정들,
그곳에서 놓고 온 사람들.
그것들은 내가 떠나온 곳을
여전히 내 안에 머물게 한다.
마치 오래된 사진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해지는 것들.
그렇다면, 떠난다는 건
단순히 '공간'을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마음속에 품고 가는 것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어디를 가든,
완전히 떠날 수는 없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공항에는 떠나는 사람만큼이나
도착하는 사람도 많다.
입국장 앞에서,
누군가는 오랜만의 재회를 기다린다.
한 손에는 피켓을, 다른 한 손에는 꽃다발을 들고
초조하게 입국장 문을 바라보는 사람들.
멀리서 오는 가족을 기다리는 사람,
오랜 친구를 마중 나온 사람,
혹은 처음 만나는 누군가를 맞이하는 사람.
그 기다림 속에는 어떤 감정이 담겨 있을까?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살짝 긴장하는 표정들.
기다리는 시간이 길수록,
그 감정은 더 깊어지는 걸까?
아니면, 시간이 흐를수록 무뎌지는 걸까?
그리고 나는
어떤 모습으로 도착할까?
언젠가 이 공항에 다시 도착할 때,
나는 무엇을 안고 돌아오게 될까?
그때의 내 표정은
지금과 얼마나 다를까?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고,
천천히 하늘로 떠오르는 순간.
좌석에 깊이 몸을 기대며
나는 생각한다.
그때 나는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을까?
창밖으로 보이는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칠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들.
떠난다는 것,
그 자체가 주는 자유로움.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가능성.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다는 기대감.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될 것 같은 설렘.
하지만 동시에,
떠난 곳을 되돌아보게 하는 감정.
익숙한 곳에서 벗어났다는 불안감.
지금 내 선택이 맞는지에 대한 의심.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는 순간들.
떠나는 순간에는 언제나
이 모든 감정이 함께한다.
나는 떠나면서,
동시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구름 위에 떠 있는 비행기처럼,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잠시 멈춰있는 듯한 기분.
이 여행의 끝에서 나는 무엇을 얻게 될까?
도쿄에서의 1년이 끝나면,
나는 어디로 향할까?
그리고 나는 다시 이 공항에서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공항은 그저 '이동'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높은 천장 아래
수많은 발걸음이 교차하는 이곳은,
'선택'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떠나는 선택, 머무는 선택, 돌아오는 선택.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
우리는 조금씩 달라진다.
나는 공항에서 수많은 감정을 마주했다.
이별과 시작,
설렘과 망설임,
자유와 책임.
그 모든 것들이 뒤섞여
독특한 향기를 만들어내는 곳.
그리고 지금,
나는 공항에서의 그 순간들을 떠올리며
나의 여정을 다시 돌아본다.
출국장으로 향하던 발걸음,
창밖으로 스쳐가던 구름,
귓가에 들리던 안내방송,
그 모든 것들이 만들어낸 기억.
나는 정말로 떠나온 걸까?
아니면 여전히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길을 찾고 있는 걸까?
활주로 위를 달리는 비행기처럼,
아직 땅과 하늘 사이 어딘가를
부유하고 있는 걸까?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그리고,
어디에서 다시 돌아올까?
이 질문들을 안고서,
나는 도쿄에서의 1년을 시작한다.
그리고 언젠가 이 공항에 다시 서게 될 때,
나는 또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
지금 이 순간의 고민들은
그때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까?
공항은 언제나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출발과 도착이 교차하는 이곳에서,
나는 계속해서 질문을 받는다.
그리고 나는,
그 질문들 속에서 나를 찾아간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넓은 공항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안고
새로운 장을 써내려가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