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63 댓글 1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마녀배달부 키키

길을 잃는다는 것의 의미

by 밝을 명 가르칠 훈 Mar 17. 2025

여정의 시작 - 목적지 없는 출발


키키는 13살이 되던 날, 무작정 떠났다.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하지 않은 채, 떠나야 한다는 것만 확실했다.

빗자루를 타고 하늘로 오르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어른이 된 기분이야."


그녀는 자유를 얻었지만, 동시에 불확실함 속으로 들어섰다.

구름 사이를 떠돌며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은

목적지도 없이 막연한 기대만으로 새로운 곳에 떠나는 우리 자신과 닮아 있다.


많은 성장 서사에서는 주인공이 명확한 목표를 갖고 출발하지만, 키키는 달랐다.

그녀는 "나는 어떤 마녀가 될 거야!"라는 확신을 가진 것이 아니라,

그저 떠나야 했기 때문에 떠났을 뿐이었다.


우리는 늘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배운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명확한 목표 없이 떠나야 할 때도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순간,

우리도 키키처럼 막연한 기대감과 불안 속에서 길을 떠난다.


현실의 벽 - 환상과 기대의 붕괴


마침내 도착한 코리코 마을.

하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건 따뜻한 환영도, 특별한 대우도 아니었다.

"마녀입니다!"라고 외쳤지만, 사람들은 그저 신기해할 뿐,

키키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마녀라고 해서 특별한 것도 아니구나."

"내가 여기서 살아갈 수 있을까?"


키키는 고민했다.

자신을 증명하고 싶었다.

다행히 그녀에겐 하늘을 나는 능력이 있었고,

그 능력을 활용해 배달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일이 술술 풀릴 거라는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배달을 해야 했고,

강한 바람에 선물이 날아가기도 했으며,

실수도 반복했다.


"나는 정말 잘하고 있는 걸까?"

"이 마을에서 내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새로운 곳에서 시작할 때,

혹은 무언가를 새롭게 시도할 때,

키키처럼 예상과 다른 현실에 부딪히곤 한다.


"이곳에서는 내가 쓸모가 있을까?"

"내가 선택한 길이 맞는 걸까?"


그 불안과 방황이 시작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진짜 성장의 길 위에 서게 된다.



소소한 일상의 아름다움


키키의 여정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평범한 일상'이다.

오소노 빵집에서 빵을 배달하고, 좁은 다락방을 청소하고,

코리코 마을의 거리를 걷는 소소한 순간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특유의 '여백의 순간들'인 일상적 장면들을 통해

진정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대단한 모험이나 영웅적 행동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노력과 실패, 그리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 속에서

키키는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간다.


빵집 주인 오소노 아주머니는 키키에게 묻지 않는다.

"너는 무엇을 할 수 있니?" 라고.

그저 작은 다락방을 내어주고, 일거리를 제공하며,

키키가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기다려준다.


이런 무조건적 지지와 안전한 울타리가 있었기에

키키는 자신이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우리도 살면서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길 바란다.

내가 누구인지 증명하지 않아도 받아들여주는 사람들.

그들은 우리가 길을 잃었을 때 다시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등대 같은 존재일 것이다.


정체성의 위기 - 날개가 꺾이는 순간


어느 날, 키키는 갑자기 하늘을 날 수 없게 되었다.

빗자루가 말을 듣지 않았고,

고양이 지지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것은 단순한 능력 상실이 아니었다.

키키는 깊은 혼란 속에서 자신에게 질문했다.


"나는 정말 마녀일까?"

"마법을 쓸 수 없다면,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일까?"


그동안 키키는 "나는 마녀니까 마법을 쓸 수 있어."라고 믿었다.

하지만 마법이 사라지자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법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걸까?

나는 도대체 누구일까?


우리도 삶에서 이런 순간을 맞닥뜨린다.

어떤 일을 계속해왔는데, 어느 순간 그것을 할 수 없게 될 때.

그 일이 나의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때 우리는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이 순간이 바로 '길을 잃는 순간'이다.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지만,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기도 하다.


내면의 목소리를 잃다 - 고양이 지지의 의미


지지와의 대화가 끊겼다는 것은 단순한 설정이 아니다.

지지는 키키의 내면의 목소리다.

그가 하는 말은 종종 키키 자신도 인정하지 못하는 솔직한 감정이었다.


"너무 무리하지 마."

"네가 이런 일까지 할 필요 있어?"

"좀 쉬어도 괜찮아."


지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키키가 자신의 내면과의 연결, 자신의 본질과의 연결을 잃었음을 의미한다.

그녀는 자신의 진짜 마음을 듣지 못하게 되었다.


우리도 때로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잃는다.

해야 한다는 의무감,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린다.


그 목소리를 다시 찾는 일,

자신과 다시 연결되는 일은

어쩌면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시선 - 실패의 재해석


방황하던 키키는 오두막에 사는 화가 언니, 우르슬라를 만났다.

우르슬라는 키키의 이야기를 듣고 조용히 말했다.


"나도 그림이 안 그려질 때가 있어."

"그럴 때마다 그리고, 그리고 또 그려."


키키는 그 순간 깨달았다.

마법이 사라졌다고 해서,

자신이 마녀가 아닌 것은 아니었다.


모든 것이 잘 풀릴 것 같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좌절이 찾아왔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 답은,

바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 보는 것에 있었다.


날지 못해도,

배달을 못해도,

다시 빗자루를 잡고 연습하면 되는 거라고.


'날아오름'의 이중적 의미


키키에게 '날아오르는 것'은 단순한 물리적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자유의 상징이자,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성장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처음에 키키는 날 수 있다는 사실에만 의미를 두었다.

마법은 그저 가지고 태어난 능력,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능력을 잃고 다시 찾는 과정에서,

키키는 '날아오름'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날아오른다는 것은 단지 땅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두려움과 한계를 넘어서는 것.

그것은 실패의 가능성을 받아들이면서도

실패하더라도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는 용기다.


다시 하늘을 나는 순간


키키가 다시 하늘을 날게 된 것은,

그녀가 마녀였기 때문이 아니다.

그녀가 날고 싶다고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다.


마법을 잃었을 때,

그녀는 자신을 의심하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톰보가 위험에 처한 순간,

그를 돕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을 때,

키키는 다시 하늘을 날 수 있었다.


"나는 다시 날 수 있어!"


그리고 정말,

그녀는 다시 하늘을 가로질렀다.


톰보와의 관계는 키키에게 또 다른 배움을 가져다주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진정한 친구.

그는 키키가 마녀이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키키라는 한 사람으로 대했다.


이런 관계는 키키가 '마녀'라는 정체성에만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다양한 측면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런 관계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나의 기능이나 역할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는 사람들.



장인 정신과 성장의 본질


이 애니메이션은 성장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키키의 여정은 독일의 마이스터와 일본의 장인 정신과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이스터는 단순한 숙련공이 아니다. 독일에서 마이스터가 되기 위해서는 도제 과정을 거쳐 수년간 실습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 그들은 처음부터 완벽한 기술자가 아니라, 실패를 거듭하며 점차 성장하는 존재다. 마치 키키가 처음에는 배달을 실수하고, 마법을 잃었다가 다시 찾는 과정과 같다.


일본의 장인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평생을 한 가지 기술에 몰두하며, 실수를 거듭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장인 정신(匠, Takumi)이란 완벽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과정이며, 그 길에는 끝이 없다. 키키가 빗자루 타기를 완벽하게 하지 못해도 계속 시도하는 모습과 닮아있다.


키키는 마녀로 태어났지만, 마녀로서의 삶을 처음부터 잘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늘을 나는 것 외에는 다른 마법을 쓸 줄 몰랐고, 배달 일을 시작했지만 실수를 반복했다.

그리고 결국, 마법을 잃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녀가 자신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법이 돌아오지 않아도 다시 날기 위해 노력했고, 끝내 다시 하늘을 날 수 있었다.


태도의 문제 - 자기 존중의 중요성


이 모든 과정을 살펴보면, 결국은 태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일을 하든지,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자신의 태도다.

우리는 종종 남들과 비교하며 '무엇을 할 것인가'에만 집중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바라보느냐이다.


키키가 마법을 잃었을 때, 그녀는 한때 모든 것을 포기할 뻔했다.

하지만 결국 다시 하늘을 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자신의 존재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의심했고, 한때는 평범한 아이들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다시 빗자루를 잡고 날아오르기로 했다.


독일의 마이스터나 일본의 장인이 되어가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처음부터 뛰어난 기술자가 아니라, 실패를 거듭하며 성장하는 사람들이다.

마법처럼 단번에 모든 걸 해내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반복하고, 좌절하고, 다시 도전하는 태도를 통해 완성된다.


어떤 길을 걷든, 태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어떻게 시작할 것인지, 어떻게 버텨낼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더 나아질 것인지.

그 모든 것의 시작은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길을 잃을 수도 있고, 잠시 멈출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 자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길을 잃어도, 우리는 다시 날 수 있다.


키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한때 자신을 의심했고, 마녀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싶었다.

마법을 잃었을 때, 자신이 더 이상 마녀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다시 날아오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론, 길 잃음이 주는 선물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길을 잃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순간이 오고,

예상치 못한 좌절과 실패를 마주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불안해진다.

"나는 지금 잘 가고 있는 걸까?"

"이 선택이 맞는 걸까?"


하지만 마녀배달부 키키가 보여주는 것은

"길을 잃는 순간조차도 결국 나아가는 과정의 일부"라는 진실이다.


길을 잃었기에,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더 깊이 고민할 수 있고,

길을 잃었기에,

우리는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키키는 마법을 되찾은 후에도

예전처럼 완벽하게 날지는 못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녀는 다시 날아올랐다는 것.


키키의 이야기가 특별한 이유는 그것이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오소노 아주머니의 따뜻한 지지, 우르슬라의 현명한 조언,

지지와의 솔직한 대화, 톰보의 변함없는 우정.

이 모든 관계 속에서 키키는 자신의 길을 찾아갔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홀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일상의 작은 순간들 속에서

조금씩 우리 자신을 발견해 간다.


길을 잃고, 방황하고, 절망하더라도,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젠가는 다시 하늘을 오르게 된다.

비록 완벽하지 않더라도, 아직 능숙하지 않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날아오를 것이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끝이 아니라, 진정한 자기 발견의 시작이다.

그 과정 자체가 우리의 성장일 것이다.


그래도 난 키키가 마녀였음이 부럽당...키키

(그래도 키키는 결국 마녀였다는 점이 부럽다. 하지만, 나도 언젠가 내 방식대로 날아오를 수 있겠지.)

이전 04화 날씨의 아이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