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22일
바이올린을 샀다.
어렸을 때 피아노를 오래 쳤다. 관둔 지 하도 오래 되서 이젠 "옛날에 쳤다..." 하기도 창피하지만 할튼 꽤 오래 쳤다. 어렸을 때부터 수습 못 하는 욕심만 넘쳤던 난 기타도 배웠고 바이올린도 배웠고 무려 드럼도 배웠다. 돈 별로 없는 집에서 어떻게든 좀 배워보려고 하다가 혼나고 관두는 정도였지만 어쨌든 바이올린 한 6개월 배웠다. 이러면 우리 부모님 욕인 거 같지만 꼬꼬마 때부터 하고 싶었던 게 워낙 많았던 나라 부모님 이해한다. 어릴 적 기억 별로 없으나 초등 3학년 때 웅변학원 속셈학원 피아노 미술 주산 영어 중국어 일본어 태권도 싹 다 다니고 싶었는데 나는 태권도 안 시켜주고 안 간다는 동생만 뚜들겨 패서 보내는 거 보고 심히 배신감 느낀 기억은 생생하다. 영어 학원도 보내줘요 보내줘요 해서 겨우 다녔으나 엄마가 학원비 안내줘서 몇 달은 공짜로 다녔...
어쨌든.
아들 피아노 선생님을 구했다. 큰 욕심은 없고 피아노로 음감만 배워서 나중에 기타로 노래 몇 개 부를 수 있으면 된다 싶었다. 엄마 아빠 유전자 때문에 공대 혹은 그보다 더 열악한 남탕에 가더라도 호감 가는 남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다(같은 이유로 미술 선생님도 구했다. 좋아하는 여자애 초상화 그려줄 수 있을 정도만 되면 투자비 가치 있음. 똑같이 안 그려도 되고 그냥 이쁜 여자 초상화 그려서 이게 너라고 우길 줄만 알면 뭐.). 내가 이렇게 아들의 연애 생활을 배려한다.
엄마로서 우리 아들의 최고 강점은 초극강미모라고 굳게 믿지만, 객관성 상실이 염려되어 다른 면으로 보강하려고 노력 중.
그런데 판다 군은 슬프게도 음악에 별 관심이 없다. 야 임마, 십대 돼서 기타 잘 치는 인기 훈남들 보고 열폭하지 말고, 지금 배워둬야 한다니깐!!
그런 의미에서 부모가 하면 저도 같이하고 싶지 않을까 하여, 나는 바이올린 레슨, 신랑은 피아노 레슨을 같이 받기로 했다. 룰루랄라.
나이 사십 가까워도 이것저것 잡다하게 배우고 싶은 유아적 욕망 분출/이기심 아니냐...라는 날카로운 지적이 없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학생용 바이올린 백 파운드하면 사던데!! 두 번 외식하면 백 파운드일세. 먹고 치우느니 사서 배우죠.
배송 기다리고 있음. 잇힝.
+음. 지난 두 달 언어코스 소소하게 네 개 질렀나 그렇고 coursera 랑 edx, datacamp, O'Reilly에서 코스랑 책이랑 계속 질러댄 거 고려할 때, 아들의 교육을 위해 바이올린 질렀다...는 확실히 아닌 듯.
+직장에 폴란드 동료가 셋인데, 마침 사무실 창문에서 밖을 내다보니까 폴란드어 학원이 있네. 안 돼!! 안 돼!!! 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