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4일
얼마 전에 스타트업에 인터뷰를 갔다. 이직할까 하던 참에 마침 그 스타트업 CEO가 이메일을 보냈는데 이전에 뉴스에서 읽어서 알던 사람이었다. 그 프로덕트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고 나도 실제로 쓰던 중이었다(물론 내가 잡다한데 관심이 많긴 하나..). 아주 관심 있는 분야인 인지과학 쪽이기도 했다.
뭐 어쨌든. 면접 갔는데.
제가 원래 알고리듬만 안 나오면 면접 약 빤 듯하지 말입니다. 그냥 면접으로 봐서 떨어진 적이 별로 없어요.
뭐 그래서 여기서는 내가 하늘이 제갈량 다음으로 내린 초천재인 줄로 착각하게 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곧바로 오퍼를 받았다. 딴 데 좀 더 알아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이건 내 평생 받아본 적 없는 연애편지 수준의 향연이 이어졌다. 평생 들을 칭찬 다 들은 거 같다. 당신 같은 인재가 필요합니다. 꼭 와야 돼요. 이런 인재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우리는 거의 희망을 잃고 있었어요 등등.
....약 좀 덜 빨 걸 그랬나. 오랜만에 첫 면접이라고 너무 힘 줬어.
솔직히 스타트업 가는데 지금 받는 것만큼 달라면 내가 도둑놈이고... 했더니 맞춰주겠단다. "얼마면 돼" 까지 나왔다. 원빈이 아니었으므로 임팩트는 좀 덜 했다.
연봉 욕심나서 좀 안 맞지만 들이대어 본 은행은 안 됐으나 직장 보스한테 나 면접 다닌다고 말 한 후로, 새로운 팀 결성시켜줬다. 5월 말에 시애틀 가서 그쪽에 있을 팀원도 만나보고 등등 이래저래 미팅 많다. 그러니까 곧바로 움직이기는 좀 뭐한 상황.
아무리 생각해도 그 쪽에서는 사람을 급하게 구하고 있고, 난 좀 안 되겠다 싶어서 이번 주말에 안 되겠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답장이 왔다.
내 참. 나한테 시 써서 바치는 사람은 십몇 년 전 남편 다음으로 이 남자가 처음이야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결정적으로.
"가능성은 적지만 그래도 20대 후반에 은퇴 할 수도 있는..."
아니 이 사람 지금 내가 20대 후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음????
.
.
.
야!! 나 한참 누나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20대로 봐주는 남자 있으면 나 확 재혼해버린다 그랬는데 ㅋㅋㅋㅋㅋ
.
.
뭐 그랬다는 얘깁니다.
애 둘 있는 아줌마라 시간 별로 없고, 솔직히 니네 일 너무 많이 시킬 거 같아서 안 되겠다고 하면 좀 시들해질라나.
.
.
.
자랑성 포스팅...이라고 할라 했으나 요즘 하도 스타트업 많고 사람 구하기 힘들어서 이 정도는 보통이라고 친구가 구박했음. "그래도 시까지 써서 줬어!!??" 했더니 그래 그건 좀 특이하다 해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