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angpa Jun 02. 2018

'존재'를 반대할 수는 없습니다.

2016년 6월 14일 

동성애 반대는 불가능하다.


'존재'를 반대할 수는 없습니다.

"양파 네가 한국 사람이라서 싫다". 네. 뭐 그럴 수 있습니다. 당신이 그 증오의 감정을 똑똑히 느끼고 있고, 그 느낌이 증오라는데 어쩌겠습니까. 그렇다고 저를 한 대 치면 고발 가능하지만 뭐 온 힘을 다해 감정으로만 싫다면 어쩔 수 없죠.

"네가 한국 여자라서 싫고, 내 눈앞에 안 보였으면 좋겠다." 뭐 이것도 이해합니다. 보기 싫으면 보기 싫은 거죠. 그 불편함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제가 맞춰드린다고 결정했다면, 최대한 안 보이도록 노력은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것이 옳든 그르든 간에요.


하지만.

"네가 한국 사람인 걸 반대한다."

이건 제가 뭘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어쩌라고요? 죽을까요?

"네가 기독교인/불교인인 것이 싫다."

이것 역시 호불호이고, 이게 옳든 그르든 간에 그렇게 느꼈다니까 뭐 그런가보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종교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지 않죠. 쉽든 어렵든 간에, 이건 "인간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습니다.

"네가 가난해서 싫다. 가난한 사람들은 좀 따로 격리시켰으면 좋겠다."

이것 역시, "가난한 사람"인데, 이것도 변경 가능하죠. 현실적으로 쉽든 안 쉽든 돈이나 정책으로 해결됩니다. 바꾸는 게 가능하죠.

"네가 학벌이 없는 게 싫다."

나이 먹어서도 하버드 가는 사람 있어요. 이것도 어렵지만, 변경 가능해요.


하지만 다시 돌아와서.

"네가 여자인 것을 반대한다."

그럼 어쩔까요?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하나요? 죽을까요? 네가 여자인 게 싫다 하면 서로 피하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반대"는, 제가 뭘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죠(아, 성전환 수술 받으면 되나요.).

동성애는 성정체성입니다. 당신은 몇 살에 "난 이성한테만 끌리겠어" 라고 결정하셨나요? 그냥 언제부터인가 이성한테 끌리셨죠. 저도 그랬어요. 이성애, 동성애란 게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크다 보니까 이성애자였습니다. 동성애자들도 마찬가지죠.

그럼 저는 묻습니다. "동성애를 반대"하시는 분들. 동성애자들이 뭘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설마 이게 정신병이라고 믿던 시절로 돌아가서 싹 다 정신병원에 처넣거나, 히틀러 방식으로 죽여버리자는 아니겠죠. "내 눈앞에 띄는 게 싫다, 징그럽다" 이거 이해합니다.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존재 자체를 반대할 순 없잖아요. 반대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부분입니다.

그러면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죠. 동성애는 선택이다. 동성애 하다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사람 많더라.


동성애는 쉽게 성관계를 하기 위해서 선택하는 취미 생활이 아니다


생각해 봅시다.

다음 총리 후보가 비리를 저질렀다/ 아들이 군대 안 갔다/동성애자다. 어느 쪽이 제일 불리할까요. 

군대 장성이 동성애자인 것이 드러났다. 파급효과가 어떨까요.

한국 성매매가 아주 쉬운 나라입니다. 노래방만 가도 도우미 나오고 안마 룸싸롱 아주 많죠. 진짜 '쉬운 성관계' 때문에 동성애를 '선택'한다고 생각하세요? 차라리 돈을 훔쳐서 노래방/안마방 다니는 게 쉽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보는 걸 알면서도 동성애를 일부러 '선택'하고, 그대로 계속 버틴다고요?

네 뭐 가난한 사람들도 순간의 쾌락 때문에 그 모양 그 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많죠. 학벌 모자란 사람들도 고등학교 때 공부만 좀 하면 될 걸 자기 컨트롤 못한 거니까 차별받아도 싸다고 하고요. 같은 말 반복하고 있지만, 이건 그래도 돈 주고 대학 보내서 바꾸는 게 가능한데, 성 정체성을 바꾸는 것이 그저 정신력 문제라고 생각하신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동성애를 옹호하는 게 아니라 (제가 저 자신이 여자인 것, 한국 사람인 것을 옹호하지 않듯이 - 옹호하고 말고 할 게 뭐 있습니까? DNA상 그냥 한국 여자인데), 기본적인 인권 탄압은 하지 말자입니다.


동성애를 하다가 정상적으로 결혼하고 사는 사람도 있으니 회복이 가능하다는 말은 틀렸다.


동성애를 선택할 수 있습니까? 동성애를 '행위'로 간주한다면 당연히 선택 가능합니다. 게이 아닌 이성애자 배우들이 게이 역할하고, 게이인 배우들이 이성애역도 맡아서 하죠. 결혼해서 살 수도 있습니다. 생물학적으로 남자니까 애 낳는 것도 가능하죠. 저도 여자고 이성애자이지만 여자랑 결혼해서 살 수 있겠죠(그리고 남자로 성전환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제가 남자가 되는 건 아니죠. 신체적으로는 성전환을 해서 남자로 보일 수 있고, 남자 화장실에도 가면서 남자로 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봐 꼭 여자로 살아야 된다는 거 아니잖아??선택할 수 있잖아??" 라고 하시겠습니까.

반복하자면 - 동성애를 '행위'로 간주하면, 충분히 선택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주위에서의 눈길과 평가와 그에 따른 조바심이 사라져도, 내 정체성은 남습니다. 남자이지만 남자에게 끌린다면 그냥 그런 겁니다. 남자 여자에게 둘 다 끌린다면 그것 역시 그냥 그런 거고요. 겉으로 보이는 행위를, 사회 가치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동성애/이성애를 왔다 갔다 하고, 진짜 실제로 '선택'을 해서 동성애 하는 사람 있다는 거 아주아주아주 잘 압니다. 동성애를 '실험'해본 사람들도 자주 봤고,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없다며 여러 명과 한꺼번에 사귀는 사람들도 봤습니다. 20대엔 결혼해서 조용히 살다가 30대에 갑작스레 양성애/동성애로 돌아선 사람들도 봤고요.

그런 이들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진짜 정말 남자만 좋아한 동성애자도 있고, 30대 중반까지 자신은 이성애자라고 우기다가 결국 커밍아웃한 친구도 있습니다. 40대에 확실히 게이인데도 자신은 양성애자라고 우기는 친구도 있습니다(근데 양성애자가 게이보다 왜 더 나은 건지는??). 확실히 양성애자인 여자 동료도 있었고요.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동성에게 끌린다면 끌리는 건데, 그 사람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행위'를 바꿀 수 있으니까 니넨 그렇게 바꿔서 살아야 해야 합니까? 아니면, 난 동성애자가 아니고, 니네 성 정체성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니네가 그 정체성으로 나타내는 행위가 보기 싫으니까 하지 말아라...라는 것? 당신은 신체적으로 동성애 성관계가 가능하니까, 평생 그렇게 살 수 있습니까? 남자로서 여성과의 관계가 힘들지만 동성애자로서는 열 배로 더 쉽게 파트너를 구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그 이유로 동성애자가 되겠습니까?

이전 포스트에서 말했듯이, 이성애자로서 동성애 자체가 징그러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기 싫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체성에 따른 '행위'가 싫다면 뭐 사람으로서 싫은 거니까 어쩔 수 없죠. 백인들이 황인종들 징그럽다고 느낀다면, 느끼는 거야 어쩌겠습니까. 자기가 그렇게 느낀다는데. 아니면 동양계 억양이 짜증 나니까 그런 억양 듣기 싫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지만 '네가 동양계인 것을 반대한다'는 뭐 어떻게 맞춰 줄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동성애의 '행위'를 선택하는 이성애자들 있습니다. 실제 10~20대에 동성과 약간이라도 성적인 경험이 있는 케이스 많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동성애자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기 싫어 이성과의 결혼/출산 등 이성애자의 '행위'를 따라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성 정체성 자체는 바뀌지 않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사회에서 바라는 정체성의 행위를 따라 할 수는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겉으로 보기에는 다른 정체성을 선택한 것처럼 보일 수는 있으나, 결국은 바뀌지 않습니다(헷갈리게 보일 수 있는 케이스가 양성애자인데, 이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이성일 수도 있고 동성일 수도 있는 것이지, 동성애를 선택했다가 취소하는 건 아닙니다).



결론: 

1.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나서 바꿀 수 없는 걸 가지고 인권 침해하지 맙시다. 

2. 바꿀 수 없지만 그걸 자신이 받아들이지 못해, 혹은 주위의 압력으로 바꾼 척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이들이 더 이상 그런 척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3. "혐오스러운데 어쩌란 말이냐, 내 느낌은 자유다"라는 분들. 나중에 꼭 "황인종이 혐오스러운데 어쩌란 말이냐. 내 느낌은 자유다. 그냥 내 눈앞에서만 안 보였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자칭 중도적인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도시에 꼭 한 번 살아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그게 폭력으로 느껴지지 않는지 경험해보고 말씀해주세요. 내 아이가 그런 인종 차별 사상이 머릿속 깊이 박힌 애들이 우글거리는 학교에 다닌다면 어떤지도 경험해 보시고요.


올랜도 사건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혐러 프로파일 1. 아직 어린 학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