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15일
정확하게 뭐에 돈을 쓰면 된장녀냐 물어보면 남자마다 다를 거예요.
여행 싫어하는 남자는 여행에 돈 쓰는 여자가 김치녀라고 할 거고, 명품 가방 싫어하는 남자는 그거라고 할 거에요. 커피 안 사먹는 남자는 커피 사먹는 여자가 된장녀라고 할 거고요. 간단해요. "오빠가 허락하지 않는 소비"를 하면 김치녀, 된장녀에요.
자기 돈 뺏어서 쓰는 것도 아닌, 다른 여자들이 돈 쓰는 것 보고 그러는데 자기 여자한테는 말할 것도 없죠. 지금 당장 나는 검소한 여자고 오빠는 날 좋아하니까 괜찮을 것 같죠? 결혼하고 나서는 자기가 안 먹는 요구르트 비싸게 산다고 된장녀냐? 할지 몰라요. 기분 전환으로 립스틱 하나 샀다가 된장녀 소리 들을 수 있어요. 오빠가 싫어하는 소비는 다 된장, 김치녀니까요. 어쩌면 식기 세척제도 된장녀 아이템이고, 중저가 유모차도 생각했던 것보다 비싸다는 이유로 된장녀 아이템이 될지 몰라요. 남 돈 훔쳐서 쓰는 것도 아니고,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 자기 돈 벌어서 쓰는 걸 보고 된장녀, 김치녀 하는 남자, 사귀지 마세요.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소비를 하는 수많은 남자들에겐 뭐라 안 하겠지만,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소비를 하는 여자라면 내가 욕해 주겠다는 남자입니다. 자신의 언어폭력이 왜 나쁜지도 모르고, "네가 내 마음에 드는 소비를 하면, 아니면 내가 돈이 없지만 네가 네 돈 들여서 나를 사귀어 주면 김치, 된장녀가 아닌데,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굴어?" 라고 할 남자죠. 세상에 좋은 사람 많아요. 이런 사람들하고 친구 할 필요 없어요.
이 남자는 자기가 평생 손해 보고 살았다고 믿어요. 그래서 당신과 사귀면서, 그리고 결혼하면서, 자기가 1도 손해 안 보려고 이를 벅벅 갈고 있어요. 그리고 손해 본 것을 당신에게서 만회하려고 하죠. 어쩌면 집에서 당신이 집안일을 할 때 아무것도 안 할지 몰라요. 자기는 군대 갔다 왔으니까요. 어쩌면 시댁에 당연히 먼저 가야 하고 시어머니를 당연히 모셔야 한다고 할지 몰라요. 당신은 여자로 혜택받았고 데이트할 때 돈을 적게 냈으니까요. 어쩌면 아이를 낳고 나서 당연히 당신이 휴직하고 아이를 보고 친정어머니가 살림을 도와줘야 한다 할지 몰라요. 백화점 가면 여성 주차장이 있으니까요.
당신이 취업 못 하고 자신은 취업해도 당연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자기는 군대 갔다 왔으니까요. 취업해서 힘들다고 해도 젊은 여자가 뭐가 힘들어, 직장에서 온라인 쇼핑이나 하고 앉았겠지 생각할 겁니다. 일이 힘들어도 남자 선배에게 가서 눈 깜박깜박하며 아이 힘들어 하면 선배가 다 와서 해줄 거라고 여우짓한다고 믿습니다. 생리 휴가 챙겨서 캐러비안 베이 놀러 가고 홍콩에 쇼핑 여행 갈 거라 매도할 거고요.
성관계를 했냐 안 했느냐에 따라서 여자의 가치가 정해진다고 믿는 남자입니다. 그러니 당신이 성폭행이라도 당하면 가치가 떨어졌다거나, 더럽혀졌다고 봐서 떠날 남자고요. 자신이 '걸레'라고 믿는 여자라면, 술 좀 취했다 싶을 때 작업 걸 수도 있겠죠. 어차피 해 본 여자니까 뭐 한 번 더 한다고 큰일 나랴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즉, 성관계한 _여자_는 걸레지만 매춘 경험 있는 자신은 아니라고 믿죠.
당신이 성경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다음 술자리에서는 은근히 작업 걸어올지 모릅니다. 어차피 너도 알 거 다 알면서 뭘 그러느냐 할 거고요. 왜 딴 놈에게는 해 주면서 나한테는 안 해 주냐, 너 김치녀냐 뭐 이런 식으로 논리 흘러갈 가능성 백 퍼입니다. 뒤에서 더러운 소문 돌게 된다면 대부분이 이런 남자들입니다.
남자들 다 그렇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안 그런 남자들도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