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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May 31. 2018

스코틀랜드 남자와 셀프 거세한 살인자 미국인

2017년 5월 10일

옥스포드 영어 사전 첫 버전의 주 저자는 스코틀랜드 남자와 셀프 거세한 살인자 미국인     


요즘 글 좀 안 쓰고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 오늘 출근길에 읽고 아 이건 진짜 써야 해 싶어서 ㅋㅋ     


"Sky의 원래 뜻이 구름이었다"가 나왔던 책 계속 읽고 있다. Etymologicon 이라고, 영국 유머의 정수를 경험할 수 있다 (...) 이 사람 아마도 주의력 결핍증 아닌가 싶은데, 사고방식이나 책 흐름이 딱 나 같아서 놀랐다. 이 얘기 하다가 저 얘기 퐁퐁 뛰어다니면서 인생에 전혀 도움 안 되는 잡다한 거 늘어놓는 거이 아니 이건 난데? 나야 나. 내 사고방식이 그렇지.

A deranged rabbit.     


어쨌든. 옥스퍼드 영어 사전을 주로 집필한 사람은 스코틀랜드 남자 James Murray였다고 한다. 위인들이 뭐 다 그렇지만 어렸을 때부터 천재성이 두드러졌고, 그 천재성으로 언어덕후가 되었다고 한다. 대략 25개 언어 구사가 가능했다고. 하지만 우리가 관심 있는 사람은 이 사람이 아니라 그 미국인.     

단어 하나하나가 어떻게 현재의 형태가 되었는지, 이전에는 어떻게 쓰였는지까지(etymology) 다 리스트 하려니까 아무리 초천재, 개천재 Murray라도 혼자서는 불가능했던 것. 그래서 요즘으로 치면 위키피디아처럼 자원봉사자를 찾았는데 거기에 제일 많이 기여한 사람이 그 미국인. William Minor.     


이 남자는 어렸을 때 스리랑카에서 태어났는데 그때부터 비범했는지 부모님이 얘는 여자 문제가 많겠다 안 되겠다 싶어서 미국의 기숙 학교로 보냈다고 한다. 거기서 예일 의대로 진학했고 곧 남북전쟁이 터져서 군의관으로 일했다고. 그런데 부모님의 선견지명이 맞았는지 무려 군대에서, 그 시절 뉴욕에서, 오입질 너무 많이 한다고 플로리다로 옮겨졌다. 그리고서는 알 수 없는 정신 질환으로 군대에서 쫓겨나자 영국으로 갔다고(얘기를 보니 조현병 종류였던 것 같음). 영국의 정신병원에서 지내던 중에 아일랜드 남자를 보고 예전 군대에서의 아일랜드 남자와의 트라우마가 떠올라 총살했다고 한다. 재판정에서 아 얘 진짜 미쳤다, 미친 거 맞다는 판결이 나서 범죄적인 정신병자들을 수감하는 Broadmoor에 보내졌다. 그때만 해도 그럭저럭 좋은 요양소 비슷한 곳이라서 하인도 있었고 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었다고. 그래서 정말 심심하던 차에...

     

Murray가 낸 광고를 본 것이다! 책을 엄청 읽으면서 단어 사용 예 등을 뽑아서 사전 제작 작업에 도움이 될 자원봉사자를 찾는다니, 마침 시간도 많았는데 잘 됐다 싶어 일을 시작하고 Murray에게 작업 내용을 보내기 시작했다고. 하지만 자기가 누군지는 말을 하지 않았다. 뭐 사람 죽인 게 자랑도 아니고 정신병원에 있다는 것도 뭐 딱히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아서였겠지. 아주 한참 지나서야 Murray는 Minor를 만나게 되었는데 두 남자는 둘 다 엄청 긴 산타 스탈 수염에 흰머리로 아주 비슷하게 생겼다고.     

어쨌든. Minor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니 부모님의 걱정이 맞았다 싶었다. 내 인생의 모든 문제는 과한 성적 욕구 때문이다 결론 내린 그는 셀프 거세를 하는데(...) 보통은 고환만 잘라내지만 이 남자는 싹 다 잘라버려서 소변보기가 아주 힘들어졌다. 그래서 1910년 Murray는 이 불쌍한 사람을 미국으로 보내주자는 청원을 그때 Home Secretary에게 청원을 하게 되고.. 그 사람은 윈스턴 처칠 냐하핫.     

(그리고 다음 챕터는 윈스턴 처칠 얘기로 넘어갑니다 ㅋㅋㅋ 왜 탱크가 탱크인지, 원래는 landship 이었는데...이야기)     

아잇. 쓰고 보니까 본문보다 훨씬 안 웃기네요. 진짜 책 재밌습니다. 강추합니다.          


https://www.amazon.com/Etymologicon-Circular-Through-Connections-Language/dp/0425260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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