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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May 31. 2018

세상을 보는 방식

2015년 10월 31일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데 이거 진리다. 그래서 좋고 나쁘다는 구분이 힘들다. 소심한 사람을 겸손하다고 칭찬할 수 있지만 나서야 할 때도 나서지 못한다. 반대의 사람을 대범하다고 칭찬할 수 있으나 다른 이는 나댄다고 욕한다.

오래 같이 살면서 서로 정말 잘 안다고 생각하다가도 헉할 때 있다. 오늘처럼.


난 어렸을 때 피아노를 먼저 배웠다. 바이올린 소리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유는 바이올린 소리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피아노는 키를 치면 정확한 소리가 늘 나는데 바이올린은 음이 흔들리는 게 들려서 싫었다.

오늘 신랑과 그 얘기 하다가 신랑이 하는 말. 난 그래서 피아노가 싫더라. 음이 언제나 똑같아서 재미없고 표현하기도 힘들고 등등.

나는 절대음감 우월종자이기 때문에 (...) 음은 맞거나 틀리거나 둘 중에 하나다. 그리고 그게 아주 확실하게 들린다. 분홍색하고 빨간색은 확실히 다르고, 빨간색도 중국에서 좋아하는 빨간색과 영국 이층버스 빨간색 다르잖소? 그건 그냥 보면 아는 거고, 빨간색 보고 분홍색이라고 하면 그냥 그건 틀린 거임. 핑크가 틀리다는 말이 아니라, 빨간색 나와야 할 때 핑크 나오면 틀린 거라는 말.

신랑은 소리를 들을 때 그게 맞다 틀리다라는 느낌이 전혀 없는 거였다. 분홍색 나와도 오, 괜찮네 하고, 똑같은 빨강만 나오면 재미없다 생각하는;;

그런데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난 그림 제대로 안 배웠지만 대강대강 끼적거리는 건 꽤 한다. 내 그림방식은 거의 만화에 가깝기 때문에 깨끗한 라인으로 한 끗에 표현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선호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웃라인 없이 그리는 방법 자체를 잘 모른다.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하더라도 머릿속으로는 아웃라인을 생각하고 채워나가는 식이다. 신랑은 그림 그리는 방식이 완전히 다르고, 약간의 터치로 질감을 표현하는 걸 잘한다. 난 어디 미술 교과서에서 주워들은 '명암 터치' 정도밖에 못한다. 모양에 대한 본능적인 감이 없다. 사람 몸을 봐도 그것을 (거의 프로그래밍 식으로 ㅋㅋ) 그릴 수 있는 덩어리로 나눠 효율적인 라인으로 구현하려고 한달까. ("절대 라인"이냐 ㅋㅋ)


난 지금도 노래를 들으면 음과 조가 주로 들린다. 가사는 잘 안 들어온다. 신랑은 반대다. 난 멜로디가 좋은 노래를 좋아하고, 신랑은 가사가 좋은 노래를 더 좋아한다. 나에게 음계는 아주 자연스러운 패시브 스킬이라 사람들 걸을 때 별 신경 안 쓰고 걷듯이 나도 자유스럽게 멜로디 따라 손가락 포지션 계산이 된다. (근데 이건 그냥 트레이닝입니다. 저 음악에 재능은 없어요. 별로 좋아하지도 않습;;;) 딱히 미술계 사람 아니더라도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색깔 구별 가능하듯이 나도 음정 구별이 가능하고 빨간색에 하얀색을 더하면 분홍색이 된다는 거 알듯이 음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도 쉽게 하는 것.

대신 그림 그릴 땐 내가 배운 방법으로 그리는 것만 가능하고, 베끼는 건 아주 그럴듯하게 하지만 "내 그림"은 못 그린다. 뭘 그려야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서 이게 원본과 가깝다 아니다 정도만 안다. 질감, 깊이, 명암 뭐 그런 표현은 감이 있어서 하는 건 아니고 걍 시키는 대로 하는 것.

쓸데없이 길어져서 수습이 안 되는군.


결론

 

생긴 대로 삽니다. 

확실하게 좋은 점, 나쁜 점은 없습니다. 

그러나 어떤 성격 성향이든 살아가면서 모든 부분에 영향을 끼칩니다. 

십오 년 같이 살아도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양파는 지 절대음감 있다고 자랑하는 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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