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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1. 2018

하면 된다의 나라

2016년 6월 26일

언젠가 한국 신문에서 본 설문에서, “어렸을 때 공부 안 한 걸 후회한다”란 사람이 많은 결과를 봤었다. 그리고 보면 한국은 열공 신화가 종교처럼 깊게 박혀있다. 머리가 좀 안 되더라도 과외 선생님을 잘 잡으면, 정말 열심히 공부하면, 엉덩이가 무거우면, 담임 선생님을 잘 만나면, 친구 그룹을 잘 잡으면, 어떤 계기로 오기가 생기면 성적이 확 오를 수 있다고 믿는다.


그에 비해 내가 겪은 영어권 교육 시스템에서 놀라운 건, 그 많은 긍정적인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 네 꿈을 따라라, 넌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등등 – 수학이나 그 외 공부에 관해서는 한국과 반대 분위기가 많다. 특히 수학이 그렇다. 오히려 운동이나 음악 같은 과외 활동은 극성 부모들이 못 하는 애들에게 더 열심히 하면 된다, 더 해라 푸시해도 그리 뭐라하는 이들이 없는데, 공부 못하는 아이에게 과외 선생을 붙이고 성적 못 받았다고 혼내며 못하는 수학을 죽어라 시키는 경우는 훨씬 드물고 그리 좋게 보지 않는다. 그래서 수포자도 많다. 한국보다 훨씬 더 쉬운 교과 내용임에도, 조금 해보다가 안 되면 아 나는 수학에 재능이 없나보다 해버리는 친구들이 많다. 


얼마 전에 호랑이 엄마라는 책을 쓴 Amy Chua 교수는 아시아식의 교육방법을 찬양하면서 화제가 되었다. (여기서 읽었는지 딴 데서 읽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만 -_-) 처음부터 재미있고 즐거운 건 없다. 싫어도 힘들어도 하다 보면 좀 더 잘 하게 되고, 그러면 좋아하게도 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서구에서 성공한 이들의 스토리는 ‘싫어도 엄마가 하라고 해서 계속 하다 보니까 성공했어요’ 스토리는 거의 없다.

이래서 참 조언이란게 의미가 없다. “좋아하는 걸 찾아서 열심히 하면 성공해요”라는 명사의 말을 따라야 하나, “처음부터 좋은 게 어딨어요. 조금 싫다고 포기하면 죽도 밥도 안 돼요” 란 말을 따라야 하나. 노력해서 되는 게 있을 거고 안 되는 게 있다. 하다 보면 좋아지는 것도 있고 해도해도 징그러워서 결국 때려치게 되는 것도 있다. 그걸 내가 미리 알면 이렇게 헤매지도 않겠지.


그리고 어느 쪽이 더 나은지 모르겠다. 열심히 했으면 할 수 있었는데 안 한 과거의 나 자신을 미워하고 원망하면서, 지금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안하는 현재의 자신까지 미워하는 건 그리 좋은 것 같지 않다. 그렇지만 ‘내가 정말 원하고 잘 하는 한 가지’를 찾으면 다 해결 될 거 같은데, 지금 내가 하는게 그건지는 모르겠고, 그렇다고 딴 거 찾아야 하는지, 이거 관둬야 하는지 확신도 서지 않고, 그러는 도중에 시간만 가서 불안하고, 그런 상태가 더 나은건지는.


글의 결론:

누가 나에게 조언을 구하면 그래서 참 난감하다. 이 사람아. 나도 모르겠소. 이 세월 평생 나 자신을 데리고 산 나도 내가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자네에게 무슨 조언을 주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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