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학습으로 인한 정신노동 자동화, 그리고 노동시장의 변화
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거라는 경고는 수십년전부터 소설로, 영화로, 그리고 시사 토론에서 거론되었던 주제이다. 그러나 내가 처음으로 소름이 돋았던 것은 아래 동영상을 보고 나서였다.
지난 몇 년동안 경제는 회복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일자리는 줄어들고, 그나마 생기는 일자리는 그리 좋지 않은 일자리가 많다. '괜찮은' 직장은 경쟁율이 엄청나다.
얼마 전 루이샴에 있는 맥도널드에 갔다 왔다. 주문 시스템이 무인 컴퓨터로 바뀌었더라. 영국 수퍼마켓은 벌써 몇 년 전부터 캐쉬어가 계산하는 계산대를 줄이고 셀프 체크아웃 계산대를 늘려가고 있다.
이럴 경우, 30명의 캐쉬어가 일하던 직장은 1명의 매니저, 3명의 고참 캐쉬어, 그리고 25개의 셀프 기계로 바꿀 수 있다. 예전에는 자기 자리에 앉아서 아이템 스캔만 하던 캐쉬어는 이제 25개의 기계를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문제 해결'을 주 업무로 삼게 된다. 더 이상의 단순 노동이 아니다. 이 '문제 해결' 역시 기계 이상이 문제라면, 기계 소프트웨어를 좀 더 개선함으로서 3명의 고참 캐쉬어도 2명으로 줄일 수 있을지 모른다. 저렴한 RFID 가 널리 보급되고, 인터넷 쇼핑및 집 배달이 더 늘어나면 아예 가계 자체도 더 줄어든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다수의 저 기술 직종'이 엄청난 속도로 없어진다는 것이다. 30명에서 27명으로 줄이고 일을 더 시키는 게 아니다. 아예 90% 의 자리가 없어지고, 나머지의 직장은 훨씬 더 노하우나 기술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10명의 직원이 주문을 받는 맥도널드 시스템에서, 주문 받기를 아예 없애버리고 음식만 갖다주는 서버 둘로 줄이는 것이다. 사실 이것 역시 간단하게 전산화가 가능하다. 주문하고, 카운터에 가서 기다리면 음식이 트레이에 나오는 시스템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서 안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인도나 중국같이 노동력이 싼 곳은 기계화가 덜 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것도 틀리다. 미국에서 한참 아웃소싱 바람이 불더니 이젠 인도에서 철수하기 시작한다. 더 나은 소프트웨어와 자동화가 가능하다면 일부러 먼 나라에 둘 필요가 없고, 고급 인력이 살고 있는 곳에 설립하는 쪽이 더 낫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도와 중국의 뛰어난 엔지니어들이 미국으로 들어가는 추세이지, 아직 노동집약적인 제조업 아니고는 아웃소싱을 더하는 추세는 아니다. 오히려 콜센터나 그 외 서비스 업종은, 경제악화와 일자리 부족으로, 예전보다 더 괜찮은 노동력을 저렴하게 본토에서 고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은행의 그 수많던 텔러들은 어디로 갔을까. 인터넷 뱅킹이 늘어나면서 창구일이 확 줄었다. 그나마 취업하기 제일 쉬웠던 루트가 닫힌 셈이다. 지금 그 수많은 운수업 종사자들은 어디로 갈까. 무인 자동차가 보편화 된다면, 필요한 자동차 수도 아마 90% 줄거라고 본다. 지금의 우버처럼, 하지만 무인 자동차로, 어디에서 어디로 갈 것인지를 앱에 넣으면 제일 가까운 차가 와서 데려다 준다. 뭐 행동 패턴이야 다들 비슷비슷하니까, 월정액을 내면 출퇴근이 다 해결될 수 있겠다. 어차피 개인용 승용차는 95% 주차되어 있기 때문에, 완전 무인 자동차로 바꿔버리면 그 수많은 주차장도 필요 없을 거고, 지금보다 백배는 더 효율적으로 차를 운용할 수 있을 거다. 음주 운전도 없어지고 차 사고도 최소화 된다. 교통 정체도 엄청 줄어들 거다. 택배나 배달도, 지금 시험하고 있다는 시스템으로 인력 필요를 확 줄일 수 있다. 무인 트럭이 도시 곳곳을 돌면서 잠깐 주차하고, 트럭에서 드론 헬리콥터가 작은 아이템을 직접 배달하고 다시 트럭으로 돌아오면 또 다음 배달 지역으로 가서 주차하고 등등. 이러면 가벼운 우편 및 택배 서비스가 자동화 되면서 일자리는 더 줄어든다.
구직난이 심해지지만, 반대로 구인난도 심해진다. 기술 없이 구할 수 있는 직업은 점점 없어진다. 그마나 기술직도 숫자가 줄어든다. 동영상에서 나왔듯이, 의사나 변호사처럼 공부하는데 오래 걸리는 직종도 안전하지 않다. 당장 나도 이번 해에 기계학습 코스 하면서 수천만개의 엔론 이메일에서 단서 찾아내기 알고리듬 쓰는 방법을 배웠다. 단지 몇 시간의 공부로, 보통은 변호사들/변호사 수습 인원이 밤을 새우면서 몇 주 검열했을 내용을 몇 초 만에 분석이 가능하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글 쓰기? 최근에 만난 사람 중 한 명은 스토리 만들어내는 AI 회사를 한다. 게임플레이를 할 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예전에는 작가들을 모아놓고 했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어떤 패턴을 좋아하는지 아는 컴퓨터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물론 훨씬 더 저렴하다. 그러므로 아주 잘 나가는 자리, 그러니까 TV 시리즈의 고정 작가 정도의 자리는 분명 사람이 차지하고 앉겠지만, 게임의 스토리를 만드는 작가 자리는 확 줄어든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기술직' 자리는 너무나 높은 수준의 기술을 원하므로 사람을 구하기 힘들고 (AI 시스템으로 더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내게 할 수 있는 직업이라던지), '낮은 기술직' 자리는 숫자가 확 줄어들어버린다. 구직난과 구인난이다.
끝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빈익빈 부익부가 더 심해질거라고도 보고, 내가 자란 아프리카는 중국과 인도가 겪은 발전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거란 슬픈 생각도 든다. 정보와 돈은 너무나도 쉽게 국경을 넘어 흘러가지만, 이민법은 오히려 더 까다로와지면서 고급 기술직이 아닌 이들의 흐름은 아예 차단해 버리고,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의 삶을 더 효율적이고 편하게 만드는 전산화/기계화를 반대할 수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당장 나 부터도, 인터넷 뱅킹이 훨씬 더 좋고, 무인 택시 서비스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생각하고, 말 잘 못알아듣는 맥도널드 직원보다 그냥 전산 주문 시스템에 더 편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 듣는 반론에는 "이 직업은 기계화 하지 못할걸!!??" 이 있다. 예를 들자면 번역일이다.
나도 번역해서 용돈 자주 벌었다. 아무리 기계가 발달해도 번역가가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말은 맞다. 하지만.
예전에는 천 명의 번역가가 있었다고 하자. 그 중 500명은 실력이 그냥저냥이고, 100명은 뛰어나고, 50명은 문학 작품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라고 하자.
1) 출판사가 외국 책을 번역하려고 한다. 최고 번역가는 천만원이고, 그냥그런 번역가는 백만원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잘 팔릴지 잘 모르겠고, 출판사 사정도 좀 안 좋다. 그래서 싼 번역가를 고용한다.
싼 번역가는 여러가지 일을 맡아서 하다 보니까 최대한 빨리 끝내려고 머리를 굴린다. 그래서 구글 번역기로 초벌 번역을 한다. 구글 기술이 점점 나아지면서, 초벌 번역을 고쳐야 하는 경우도 점점 줄어든다. 싼 번역가는 이 방법으로 예전에는 한 권에 3개월 걸리던 것을 이젠 한 달로 줄였다.
그러므로, 시장에서 3명의 싼 번역가가 할 일을, 한 명이 맡게 되었다.
(그리고 출판사는 일부러 외국 책을 번역해서 출판하는 것보다, 외국에서 인기있는 기사를 자동 번역해서 사람들이 클릭하게 하고, 그 광고 수익으로 버는 쪽이 더 낫겠다고 계산해서 출판사를 접어버린다!!)
2) 박사 학위 논문 쓰는 학생이 번역가를 구한다. 솔직히 누가 잘 하는지 잘 모르겠고 복잡하다. 구글 번역으로 하니까 그럴듯하게 보인다. 번역기로 돌려서 영어 원어민에게 손만 좀 봐달라고 한다.
그러므로, 예전 같으면 번역가에게 맡겼을 일이 아예 없어졌다.
3) 소프트웨어 회사가 현지화 작업에 들어간다. 번역가를 구하려면 인건비 들고 사람 관리하는 플젝 매니저도 구해야 하고 하지만, 자동 번역기로 쓰면, 한국어 같은 언어는 결과가 안 좋을지라도 가격이 1/100 밖에 안 든다. 프로그램 릴리즈 해보고, 잘 팔리면 한국어 판 번역가는 나중에 구하자라고 결정한다. 프로그램 풀었는데 잘 안 팔렸다. 한국어 번역은 포기했다.
그러므로 예전 같으면 번역가에게 맡겼을 일이 아예 없어졌다.
이런 식으로 자리가 없어진다. 물론 최고 실력의 번역가는 늘 필요하다. 그러나 예전 같으면 만 명이 필요했을 것이, 이제는 50명만으로도 된다거나, 그런 식이 되어버린다. 그나마 그 사람들도, 자신이 작업한 내용을 전산화 시키면 다음 일이 훨씬 빠르기 때문에, 자기 지식을 전산화 하게 되고, 이렇게 하면서 그 프로그램 돌릴 줄 아는 두세명을 고용하면 자신의 작업 속도가 열 배로 빨라진다. 그러면서 또 초보 번역가의 자리가 없어진다.
노동자를 자르지 못할 것이다.
우린 기술의 발전을 보면서, 돈 욕심에 눈이 먼 자본주의 돼지 사장이 노동자를 잘라버릴거라고 상상하는데 사실은 우리 자신이 점점 일자리를 없애버리는 쪽이 더 가깝다. 바로 위에서 말했던, "박사 학위 학생이 번역가를 찾는" 시나리오가 좋은 예다.
택배를 예로 들어보자. 어떻게 하면 고용이 더 늘어날까? 내가 직접 가서 가지고 오는 쪽이 제일 고용창출이 크다. 그 장소로 움직여야 하면서 운송업 자리를 늘리고, 가는 길에 밥도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매출을 늘린다. 거기 도착해서는 창구 직원과 얘기해야 하니까 그 회사에서는 창구 직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시 집에 돌아온다.
이 서비스를 우편으로 대신하면, 한 사람의 집배원이 몇 천 배의 효율로 물건을 배달한다. 이것이 약 20년전 우리 사회였다. 지금은? 물론 택배 자체는 사람이 한다만, 택배가 어디까지 도착했는지 확인은 컴퓨터로 가능하다. 이런 편의 하나로, 전화 받고 상담해주는 자리가 수천, 수만개 없어졌다. 주민등록 등본 떼러 가는 일도 인터넷으로 하면서, 동사무소 자리가 몇 개 없어졌다. 물론 이런 일은 딱히 그 직업을 목표로 삼은 사람들이 별로 없으므로 우린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지만 세무소나 변호사 사무실, 약국을 보자.
세무사가 10명을 거느리고 처리했어야 할 일을, 기계학습으로 무장된 소프트웨어로 이젠 1명만 고용하면 된다고 하자. 일자리가 9개 줄었다. 대신 세무사는 처리 가능한 일이 훨씬 늘었고, 뭔가 잘못됐으면 다시 하는 것은 5분 밖에 안 걸린다. 인사과도 필요없고 회식도 필요없다. 당신이 세무사무실을 운영한다면,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
운전할 때 블랙박스를 달고 운전기록을 보험회사에 지속적으로 보낸다면 보험금이 반의 반으로 줄어든다고 하자.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자동 업로드된 운전 기록이 있으면 사고 처리도 훨씬 간단해지고, 거기에서 또 일자리가 확 줄어든다.
그 많던 비디오 가게는 어디로 갔을까. 당신은 고용 창출의 의미에서 계속 비디오 가게를 다닐 것인가, 아니면 월정액으로 무제한 텔레비전/영화/시리즈를 볼 수 있는 서비스를 택할 것인가?
당장 몇 장 영어로 번역해야 하는 서류가 있으면, 당신은 시간당 5만원의 최고 번역가를 구할 것인가, 아니면 그럭저럭 내용은 알아볼 수 있는 번역 서비스를 공짜로 이용할 것인가?
집 인테리어를 다시 하고 싶다면, 당신은 전화해야 하고 와달라고 해야 하고 건당 몇십만원 받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찾을 것인가, 아니면 온라인으로 내 집 도면도를 업로드하고 몇 가지만 선택하면 수십가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서비스를 먼저 해 볼 것인가?
병원에 간다면, 당신은 일부러 약국에 찾아갈 것인가 아니면 내 건강 기록을 다 가지고 있고 집으로 따박따박 배달해주는 자동 약국 시스템을 선택할 것인가?
이런식으로 자리가 줄어든다. 그 업종이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닌데, 우리 모두가 선택하는 편의로 인해 사회는 점점 변해가고, 우리는 서로의 설자리를 점점 좁게 만들어간다.
결국 끝의 시작도 우리의 선택이고, 그렇게 밀려나는 것도 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