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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l 02. 2015

진상 빈대 친구와의 관계 분석

게시판의 단골 토픽 중 하나인 '진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같이 만날 때 최대한 돈 안 내려고 빼는 진상 친구"는 커뮤니티 단골 소재다. 이럴 땐 "진상은 호구가 만든다"라는 대답이 곧잘 달린다. 이야기를 읽어보면 아니 진짜 어떻게 이딴 인간이 있나 싶을 정도로 뻔뻔한 진상들이 많아서, 솔직히 '된장녀'같이 사회에서 만들어낸 타입이 아닐까 의심한 적이 많다. 


보통 사람들이 Giver 와 Taker 로 나눠진다고 하는데, 단순하게 giver 는 좋고 taker 는 나쁘다라기 보다는 좀 더 깊이 있는 현상이 아닐까 연구 고민한 결과. 


주는 쪽도 여러가지 타입이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 Taker 였던 이들이 Giver 로 바뀌기도 한다. 평소에 기부하지 않던 사람도 세월호 사건이나 네팔의 지진 뉴스에 기부를 하는 예를 들 수 있겠다. 그 외에도 Giver 의 타입을 몇 가지 들어보자면 1) 주위 사람들을 진정으로 도와주고 싶은 스타일. 도움받는 사람이나 상황이 나아짐을 보면서 충족감을 느낌. 2) 도와줌으로서 그 사람에게 내가 필요함을 느낄 때 충족감을 느끼는 스타일 3) 신세지고 싶어하지 않은 스타일 4) 우월한 위치에서 퍼주며 과시하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 등이 떠오른다. 


당연히 지구상에 한 명 한 명 DNA 가 다르고 자라온 배경 성격 다 다르니 몇 가지로 딱 가를 수는 없다. 그리고 giver 가 선, taker 가 악이라고 나누기도 힘들다고 본다. 예로 나는 주는 쪽인데, 헌신적이거나 필요함을 느끼는 쪽은 아니고, 신세지는 것을 싫어하며, 어려운 상황을 돕는 것이 '문제해결' 패턴인 상황에서 내 노력으로 문제해결하며 만족해하는 스타일이다. 인간성이 훌륭해서는 아니다. 내가 약간의 돈을 줌으로서 이 상황이 쉽게 해결된다면, 그 문제가 해결되는 부분이 나를 행복하게 할 뿐이지, 받는 사람이 나에게 고마워하는가는 큰 상관이 없다. 


주는 쪽은 뭐 그렇다 치고, 받는 쪽은? 이해하고 싶은 타입이 이런 사람들이었다. 이 사람들은 그냥 진상일까? 왜 받는 것만 좋아할까? 순전히 욕심, 이기심, 물질주의일까? 


물론 욕심과 이기심 때문에 남에게서 공짜로 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사실 여러가지 심리가 복합된 것이다는 것이 결론이다. 


1) 마술처럼 재산이 증식됨을 즐김 -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진상'패턴인데, 이들은 누구한테 받았는가는 중요하지 않고, 노력 없이 공짜로 내 돈 안 들여서 생긴 것을 즐긴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조금씩은 가질 수 있는 심리라고 본다. 하지만 주로 주는 사람은 (Givers) 이것이 어떻게 생겼냐에 따라서 부담감을 느껴서 피할 수 있겠다. 받는 쪽이라면, 남에게 호의를 받았다는 부담보다는 '공짜로 생겼다" 의 기쁨이 더 크겠다. Dan Ariely 가 말했던 FREE!!!!! 법칙이다.  


2) 받는 것을 사회적 지위로 생각함 - 글 쓰기 시작하면서 말하고 싶었던 패턴의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다음의 사연에서 주로 나타난다: 


"친구한테 맨날 밥 사주고 했는데 한 번도 돈 안 내다가, 나중에 너 진짜 돈 안 낼 거냐고 한 마디 하니까 너무 섭섭해 하면서, "내가 내달라 그랬냐? 그럼 지난 시간 동안 계속 돈 아까워하면서 만난 거냐? 친한 친구로 볼 수가 없다!! 넌 날 속였다!!" 라고 오히려 더 화내요!" 

주는 쪽에서 보면 아니 얘가 미쳤나 싶지만 진상 친구 입장에서는 이럴 수도 있다. 

- 얘가 나한테 밥 사줌. 내 환심을 사고 싶거나, 날 정말 좋아해서 뭔가 해주고 싶었나보다. 
- 나한테 또 밥 사줌. 얘 진짜 나 좋아하나 보다. 아님 내가 그렇게 해 줄만한 친구인가봐! 내가 좀 대단하긴 하지. 
- 뭐 얘가 나를 이렇게 좋아하지만 그거야 내가 인기가 많으니까 당연한 거고! 그래도 감사의 표시로 내가 커피 정도는 사야지. 
- 어? 얘가 이젠 나 밥을 안 사주네? 내 인기가 떨어졌나? 내가 덜 대단해 보이나? 왜 그러지? 
- 뭐야?? 왜 그 동안 돈 안 냈냐고? 그럼 내가 생각했던 게 다 착각이란 거야?? 아님 내가 이제 만만해 보이는 거야?? 나 같은 애한텐 돈 들일 가치가 없었다는 거야?? 날 좋아하고 따르려고, 나랑 친해지려고 그렇게 만나자고 하고 밥 사주는 걸로 생각했더니, 지도 뭔가 바라는 거였어?? 내가 너한테 돈 들여가면서까지 만날 거 같니?? (혹은, 우리 관계는 니가 날 더 좋아해서 그걸 표현하는 관계였거든!! 그게 아니라고 하면, 날 가지고 논 거야??)
- 넌 날 속였음!! 널 더 만나지 않겠음!! 

그러니까, 친구 입장에서 내가 돈 내주는 것을 사회적 위치 거래로 보면 이해가 간다. 다른 사람이 돈과 시간을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은 호감을 보이는 증표고, 그로 인해 나의 사회적 지위는 조금 올라갔다. 나는 그 사람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것으로 보답했다. (이 패턴은 특히 남자에게 대접받는 이쁜 여자, 혹은 자신의 재력이나 사회 지위가 높아서 떠받들임을 예상하는 남자에게서 발견된다. 상대방을 "상대해주는 것" 자체가 보답이다).


3) '받는 것이 당연한 패턴'의 사람들 - 역시 자주 보이는 진상 스타일인데, 따지고 말하면 모든 사람이 누구와의 관계냐에 따라서 그럴 수 있더라. 나이가 좀 많은 오빠와 같이 자란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한텐 얻어먹지 못해도 오빠한테는 늘 얻어먹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부모에게도 그럴 수 있고, 선배에게도 그럴 수 있다. 직업이 종교인이거나 어려운 상황에서 늘 도움 받고 자란 사람은, "다들 나보다 잘 사니까 날 도와주는게 당연!" 하다고 보는 이가 꽤 있었다. 


마지막으로, 아직 철이 들지 않아서, 상대방에게 이게 얼마나 큰 부담인지 이해 못하는 진상이 있다. 난 어릴 때 친척집에 놀러가는 게 뭐가 힘든지 몰랐는데 결혼하고 내 집안 살림 차려서야 손님이 와서 하루 이틀 있는다는 것이 얼마나 주부 입장에서 신경쓰이고 피곤한 건지 알게 됐다. 직장인에게 주중에 시간 내달라고 하는 것, 애 있는 사람들에게 놀러 나오라고 하는 것, 차 빌려달라는 것 혹은 차 태워달라고 하는 것, 외국에 놀러가서 아는 사람에게 가이드 부탁하는 것 등등은 자기가 겪어보지 않았으니 자기 생각에는 별 거 아닌 것 같아 부탁하다가 진상이 되는 것 같다. 


(이런 글 쓰면서 제발 정말 이제 게시판 중독은 끊자 늘 다짐하지만 ... 아직도 못 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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