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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3. 2018

한국여자가 돈 많은 남자 아니면 결혼기피한다는 이들에게

2016년 7월 6일

한국 젊은 여자들은 돈 많은 남자를 원하고, 아니면 아예 결혼을 기피한다는 이들에게     




(다음부터 다 가상입니다)



평행 세계에서 "내 품의 한국남" 드라마가 미국 역사상 최대 히트를 기록했다고 하자. 이 드라마의 스타 김철수 씨는 전무후무한 인기를 누리게 되었고, 미국의 신경정신과 의사와 결혼을 했다. 그 이후로 김철수 씨와 비슷한 스타일 - 키 170 전후에 마르고 팔다리가 길고 홑꺼풀에 짱구머리, 입술은 얇고 턱이 날렵한 외모 - 의 남자들은 어딜 가나 폭동에 가까운 구애에 시달려야 했다. 그중 많은 사람들은 미국에서 잘 나가는 여자와 결혼을 해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꾸렸다. 나이뻐 사이트에서 "행복 in 천조국"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 씨가 좋은 예다.     

이 씨는 카이스트에서 석사를 마치고 직장인으로 일하던 중 강남 길거리에서 에이미 씨를 만났다. 미국의 큰 기업 AE의 외동딸이며 후계자인 에이미 씨는 첫눈에 이 씨에게 반해 적극적인 구애에 돌입했다. 에이미 씨 말을 들어보자.     

"트로이(이 씨의 영어 이름)를 보는 순간 감전된 것 같았어요. 와, 나도 정말 내 품의 한국남 스타 김철수를 가질 수 있겠구나 그런 희망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물불 안 가리고 덤볐죠. 저 말고도 다른 미국 여자들 정말 많이 쫓아다녔거든요. 제가 뺏길까 두려워서 제 친구들한테도 소개를 안 시켜줬어요 하하하."     

불행하게도 미국에 외국 배우자로 입국하면 비자 제한으로 인해서 5년 동안 일이 불가능하다. 5년 후에도 시민권 신청하는 데에 몇 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재수 없으면 십 년까지 일을 전혀 못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씨는 부인의 전폭적인 지지로 그 기간 동안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끝냈다.


에이미: "다들 저보고 남편 지원했다고 칭찬하지만 사실 뭐 이런 남자 구한 게 얼마나 행운인데 그 정도는 제가 해야죠. 물론 예뻐서 처음에 반했다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칠 년 살면서 저는 외모 말고도 다른 점에 정말 많이 감동하고 놀랐어요. 그냥 제 재산으로 편하게 살기만 해도 되는데,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는지 저도 옆에서 많이 배웠어요. 트로이는 참 대단한 남자예요. 존중합니다."     


이제 시민권을 딴 이 씨는 다음 달에 취업을 계획 중이다. 하지만 아버지를 많이 따르는 세 아이들을 어떻게 할지는 확실하지가 않다. 지금 블로그에 올라오는 내용도 대부분이 부인 에이미 씨를 위한 정성 들인 요리, 아이들과 교육적인 놀이시간, 그리고 깔끔한 집의 인테리어인데 과연 풀타임으로 일을 하면서 그게 가능할 것인가? 에이미 씨에게 물었다.     


에이미:  "하하하. 네, 저녁을 다른 사람이 해준다면 좀 섭섭할 것 같긴 하고, 아이들도 아버지가 집에 없으면 좀 힘들어하겠죠. 그렇지만 제 남편도 꿈이 있는 사람인데 집에만 있으랄 수는 없잖아요. 지금까지야 뭐 비자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지만. 우선 파트 타임으로 알아보라고 했어요. 부인으로서 그 정도는 지원해주는 게 당연하다고 봐요."     



물론 트로이 씨의 경우는 아주 잘 풀린 케이스다. "나만의 김철수"로 신격화되었다가 추락한 이들도 많다. 특히 미국에서는 "한국 된장남"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크리스틴 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크리스틴:"아니, 솔직히, 우리가 미국 시민권 나오는 티켓이잖아요. 어차피 장가오면 일도 못하니까 내가 먹여 살려야 되고. 자기가 잃는 게 뭐 있어요? 그냥 집에서 소소하게 집안일 해주고 애들 좀 봐주고 하는 거죠. 제 가족이랑 같이 살아도 영어 배우는 거고 새로운 나라 문화 배우는 건데 뭐 그게 힘들다고 그렇게 따지냐고요. 저 트럭 운전해서 꽤 잘 벌거든요. 3만 불 벌어요. 한 가족 먹여 살릴 만큼은 해요. 그런데 맞선 사이트에서 한국 남자들한테 메시지 보내면 무시해요. 다들 TV 드라마에서만 미국 봐가지고 머리에 똥이 차서, 뉴욕 이런 데만 살려고 하고 저는 미국 남부 사는데 그건 또 싫다 이거죠. 정말 이기적인 것 같아요. 제가 돈을 벌라고 했어요? 미국까지 데려와 주겠다, 시민권 내주겠다, 먹여 살려 주겠다, 그런데 진짜 드럽게 튕겨요. 의사, 변호사, 기업가 이런 사람만 찾고요, 부모 환경도 보고, 처가랑 같이 사는 건 또 엄청 싫다고 하고요."     


내 품의 한국남 김철수 씨를 원하는 미국 여성은 넘쳐난다. 지금 현재 "김철수 파인더" 사이트에 등록된 여성만 백만 명이 넘는다. 그에 비해 등록된 한국 남자는 그 반이 채 되지 않는다. 경쟁은 엄청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모든 한국남자가 인기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케이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케이트: "뭐, 까놓고 말하자면 김철수 찾는 거잖아요. 김철수 같지 않다면 큰 의미가 없죠 하하하. 얼마 전에 그래 뭐 꼭 김철수를 찾을 수 있나, 좀 아니더라도 한국 남자면 분위기는 비슷하겠다 싶어서 메시지 넣었는데 답 안 하더라고요. 빡치던데요. 지가 뭔데, 김철수랑 1도 안 닮았으면서 나를 까? 뭐 그렇게 화나죠. 네. 제가 그 정도 외모라도 내가 이뻐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주 친절하게 메시지도 보내고 선물도 보냈는데, 요즘 한국 남자들 너무 속물적이라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뉴욕이나 엘에이 사는 의사 아니면 답도 안 한다면서요? 저도 사실 엘에이 가서 살 수는 있는데, 거기엔 미국 장가온 한국 남자 많다고 하더라고요. 돈 많은 부인도 많은데 괜히 어울려서 순박한 남자가 물들면 안 될 거 같아서 엘에이 얘기 안 했는데요, 그래도 한국 남자 구하려면 말해야 하나 봐요. 나 엘에이 살 수 있고 거긴 한인 타운도 가까이 있다고. 뭐 좀 씁쓸하죠. 정말 사랑하면 그냥 제가 여기까지 데리고 와서 먹여 살리는 것만으로, 그렇게 가정 꾸려서 사는 걸로 충분할 거 같은데 말이에요. 남자들이 더 영악하다더니... 아니 그리고, 주위 보면 비자 때문에 취업 못 하니 어쩌니 해도 잘 버는 애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벌어요. 뭐 좀 불법이긴 하지만 한국 가게에서 캐셔해도 되고, 애들 과외 해줘도 되고요. 아, 간호사 자격증 있거나 의사 면허 있으면 비자 제한도 없어요. 그저 미국 여자 등쳐먹고 살겠다는 그 멘탈리티가 문제죠. 빈대 주제에 고르기는 또 얼마나..."


좋은 부인을 만나서 장가 간다고 해서 꼭 잘 되는 건 아니다. 메이시의 말을 들어보자. 


메이시: "그딴 식으로, 그러니까 속물적으로, 여자 고르다가 장가 가봤자 피보는 한국 남자들 많아요. 사람을 봐야지 사람을. 내 아는 애도 걔네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뉴욕 의사인데 완전 빼박 김철수랑 결혼했거든요. 그래도 한 오년 지나고 남편 턱선 무너지니까 곧바로 이혼하더라고요. 시민권도 나오기 전에 이혼해서 그냥 본국송환 됐죠. 이제 한국 다시 들어갔고 나이도 서른 넘었으니 어떤 미국 여자가 좋아하겠어요. 그것도 벌써 한 번 갔다 왔고, 뉴욕 의사랑 결혼해서 살았으니 완전 사치남인 거 인증했잖아요. 그렇게 대단하진 않아도 저처럼 근면성실하고 남편 귀한 줄 알고 잘 아껴주는 여자 선택했으면 참하게 집에서 기다렸다가 시민권 나오고 애들 학교 가기 시작하면 소일거리 좀 시작해서 집안 경제에도 도움 되고 우울증 같은 것도 없고 좋죠."

     

미국의 경찰 산드라 씨는 요즘 한국남 상대의 가정 폭력도 많이 늘고 있다고 한다.     


산드라: "뭐, 문화 차이도 있고, 문제죠. 친구 가족 다 포기하고 여자 한 명 믿고 먼 이국땅까지 왔는데 취업은 쉽지 않고 같은 처지 남자들끼리 모이기도 쉽지 않거든요. 아무래도 수입이 없으니까 같이 모여서 차 한 잔 하려고 해도 돈 드는데 부인 외벌이면 신경 쓰이죠. 그래도 좀 그런 건 있어요. 힘든 일 끝내고 집에 들어온 부인한테 자기 외롭다는 말을 꼭 해야 하는지 그런 거죠. 막말로, 집안일 애 보는 일이 밖에서 돈 버는 것만큼 힘든 건 아니잖아요. 그래도 한 가족 먹여 살리겠다고 일하고 집에 왔는데 자기 외롭니 힘드니 너 믿고 여기까지 왔는데 니가 어찌 이럴 수 있니, 니네 부모님 모시면서 사는거 힘드니 한국 가고 싶니 하면... 뭐 성질 돋구는 거죠. 그렇다고 폭력이 옳다 이런 건 아니고요."   

  

실제로 작년만 해도 변호사 부인에게 살해당해 냉장고에서 발견된 앨라배마 냉장고남이 있었고 치과 의사 부인에게 독살당해 암매장당한 캔자스 청산가리 남이 있었다. 냉장고남은 신혼에 바람을 피우다가 부인에게 들켜 우발적인 폭력을 당했고, 청산가리남은 한국의 부모님을 방문하겠다는 문제로 싸우다가 김철수를 잃느니 같이 죽어버리겠다는 부인의 극성에 희생양이 되었다.     

그런데도 왜 한국남자들은 계속 미국으로 장가를 오는 것일까? 이혼 변호사 전문가 젤다 씨에게 물었다.     


젤다: "한국에서 남자가 어느 정도 나이를 먹어도 미국으로 오지 못하면, 그렇게 찾는 여자가 많은 데도 선택당하지 못했으면 좀 루저가 아닌가... 하는 문화가 있다고 하더군요. 서른이 넘으면 제아무리 김철수 외모라고 해도 선택받기 힘드니까 좋다는 사람 있으면 기회 될 때 빨리 이민 오고 싶어 하죠. 한국에서 일하는 것보다야 뭐 미국이 낫겠지요? 일을 못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꼭 일하려는 남자도 그리 많진 않고요. 공짜로 먹고살 수 있으면 그러는 게 인지상정이죠. 한국 여자들보다는 그래도 훨씬 나은 포지션인 것 같아요. 이렇게 원하는 미국 여자들이 많고, 또 그렇게 신분 상승하는 남자도 많잖아요. 생긴 거 하나로 생계 책임져 주고 미국 시민권도 나오고 뭐."     




전에 이런 식으로 비유를 써도 난독증 분들이 많았어서 요약하자면.


- 일부러 "미국 여자" 입장만 썼습니다. 한국에서의 언론 기사가 저렇습니다. 주제 파악 못 하고 눈 높은 한국 여자들에게 거절당하고 장가 못 가서 슬픈 남자들 대변인이죠. 무려 살인을 해도 '무시당해 서러웠던' 남자편 시각으로 글을 씁니다. 죽은 여자의 옷차림과 평소 행실에 대해 평가질하고요.     


- 제도적으로 결혼/출산 후에는 일을 하기 힘들고, 그렇기 때문에 파트너에게 얹혀살아야 하는 것은 닐리리야 좋은 팔자가 아닙니다. 그걸로 파트너에게 갑질 당한다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그렇게 얹혀살면서 "고마워하고 살아랏!" 소리 듣는 것보다는 작은 돈이라도 그냥 내 돈 내가 벌어서 사는 게 좋습니다. 당신이라면 김철수 닮았다는 이유로 미국으로 장가가서 한 달 천 불로 '집에서 놀면서' 살림, 육아하고 싶으세요 아니면 그냥 한국에서 내 하고 싶은 거 살고 싶으세요?     


- 서른 이후로 고용이 불안정하고, 다시 취업한다는 보장도 없고, 그런 식으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고 할 때 남자의 경제력을 보는 건 정말 어쩔 수 없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인간 역사 내내 여성의 고용이 이런 식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본능적으로 남자의 경제력을 좀 더 중시하게 되었겠죠. 실제로 여성의 소득이 높고 고용이 안정된 나라에서는 여자가 더 많이 버는 집도 많습니다.     


- 내가 무엇을 하든지, 어떤 사람이든지 상관없이 그저 외모로 평가당하는 것은 불쾌합니다. 내가 그들이 원하는 외모를 가졌다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카이스트를 나왔든 어쨌든 김철수의 턱선과 엉덩이를 가졌는지가 제일 중요한 게 기분 나쁘듯이요.     


- 인간은 누구든지 주체적으로 내 삶을 영위하고 싶어 합니다. 아무리 인기가 많다고 해도 내 삶을 내가 통제할 수 없다면 그것은 권력이 아닙니다. 구애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절대 권력을 가진 것처럼 느낄 수 있겠으나 그렇지 않습니다.     


- "여자"라고 하면 젊고 예쁜 여자, 내가 관계를 가지고 싶은 여자만을 떠오르는 남자 분들 많은데, 세상 인구 반이 여자입니다. 40대 아줌마도 여자고요, 50대 아줌마도 여자입니다. 서른 전후로 고용 안정성이 확 떨어진다는 말이 잘 안 와 닿는 것 알지만 그래도 그냥 '사람'으로 생각해 보기를 권합니다. 여자가 30대 지나고 결혼/출산 거치면 이백만 원 이하의 직업만 가질 수 있는 확률이 반 넘죠? 돈 잘 버는 남편 만났다 하더라도 남편이 실직할 확률, 바람피울 확률, 아플 확률, 성격 차이로 이혼할 확률, 그 외 결혼이 파탄 날 확률이 50% 넘습니다. 당신 같으면 경제력 안 보겠습니까?     


- 젊은 여자가 남자의 경제력을 고려하는 것 자체를 폭력으로 보는 남성분들 많습니다. 그렇지만 실제 폭력은 누가 행하고 있습니까? 젊은 여자들이 의사만 타깃으로 해서 너 나랑 결혼 안 하면 죽인다고 총 들고 협박했습니까? 결혼할 때 집 안 사오면 죽여버린다고 염산을 붓습니까? 상견례에서 칼을 휘두릅니까? 결혼 할 때 여자가 집을 요구하지만 당신은 경제력이 안 된다면 거절하면 됩니다. 남자들이 예쁘다고 인정해주는 소수의 여자 이외에 다른 여자들도 매일같이 거절당하고 삽니다. 여자들은, 위의 이야기로 비교하자면 나는 김철수 안 할 거고 미국 안 갈 거니까 나 귀찮게 하지 말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사회는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이냐, 속물적이다, 바라는 게 많다 손가락질을 하는 거고요.     


자. 설명해도 이 아래에 달릴 댓글 예상:     


- 왜 남자보고 집 해오라고 하냐고. 그게 백배로 폭력적임. 

- 그래도 한국 여자들이 외국 여자들에 비해서 이기적입니다. 더치 페이 좀 ㄳㄳ 

- 역차별을 얘기합시다. 남자들이 얼마나 차별을 당하고 여자들은 얼마나 누리고 사는지. 

- 군대 군대 군대 군대 군대. 

-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ㅋㅋ" "주작 쩌네" "한국 상황이랑 전혀 상관없는 얘기 하네" "띄어쓰기 좀 제대로 하죠" "외국 사는 사람은 그냥 외국 얘기만 하세요" "아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어쨌든 한국 여자들 김치녀" "길어서 안 읽었어요"     


-> "그런데 진짜 미국에서 한국 남자 인기 많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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