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angpa May 28. 2018

당신의 일상 생활이 곧 당신이란 사람이다

2016년 8월 3일

당신의 일상생활이 곧 당신이란 사람이다/ You are what you do.    

 

"양파 님은 한국말과 영어 두 개를 다 잘 쓰는데, 팁이 있을까요?" 라는 질문을 받아서 답글 올립니다.     

자기계발의 제 1법칙은 엔트로피다. 안 쓰면 실력 줄어든다.     

한국어로 이렇게 블로그 포스팅을 하지만 주 언어는 당연히 영어다. 직장에서 영어, 집에서 영어 (남편이 비한국인), 애들도 한국말 한 마디도 못 한다. 한국 친구들을 일부러 만나려 하는 편이라 오프로도 자주 보고 하지만, 노력하지 않고 만나는 사람은 싹 다 비한국인이다. 그런 내가 한국어를 잘 쓰는 이유는...     


글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_- 다른 이유 없다. 나 사실 언어에 그리 재능 있는 사람도 아니다.     

영어를 처음 배울 때 난 하루에 최소한 한 페이지씩 글을 썼다. 그 날 일기, 읽은 책에 관한 내용, 그냥 생각한 내용, 소설 줄거리 떠오른 것 등등 가리지 않고 썼다. 글 쓰는 걸 좋아한다. 외국어를 배워도 난 꼭 글쓰기부터 한다. 들은 거 쓰기, 읽고 정리하기, 일기 쓰기 등등. 일주일에 글 쓰는 시간만 치면 아마 최소한 서너 시간 되지 않을까 싶은데, 글 안 쓸 때는 글 쓸 내용에 대해서 생각한다(실제로 쓰는 시간은 짧다. 그냥 생각해 둔 거 타이핑으로 다운로드 하는 정도. 보통 포스팅 쓰는데 30분 이상 안 걸린다. 그래서 쓰고 올린 몇 시간 후에야 오탈자가 보인다).  


우리는 뭔가를 배울 때 엄청 열심히 해서 그 능력을 '겟' 하면 그것이 내 것이 되겠지 착각한다. 사실 좀 열심히 한 번 배워두면 완전하게 까먹진 않는다. 약 10~20%는 남는다고 하더라. 그렇지만 최고의 능력이 100 이라고 하면, 10~20은 남을지 몰라도 나머지는 엔트로피의 법칙에 의해 사그라든다.     

또 착각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은 '자기계발'이지만, '쉬는 시간'에는 뭘 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데, you are what you do. 시간 시간마다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할지 선택한다. 퍼져 누워 있으면 나는 퍼져 누워있는 연습을 한 시간 더 해서, 더 잘 퍼져 누워있게 됐다. 한 시간 동안 다른 사람 뒷다마를 깠으면, 나는 뒷다마 까는 언어에 좀 더 능숙해졌다. 한 시간 동안 캔디 크러쉬를 했으면, 캔디 크러쉬 실력이 좀 더 늘어났다.     

난 그렇게 글 쓰는 동안 피아노를 연습 안 했다. 덕분에 난 피아노 실력이 확 줄었다. 글 쓰는 시간 동안 프로그래밍을 더 공부했다면 더 실력이 늘었겠으나 안 했으므로 안 늘었다. 드라마는 열심히 봤으므로 드라마 실력은 늘었다. 잡다한 책은 언제나 많이 읽으므로 잡상식은 늘었지만 전공 책은 덜 봤으므로 전공 실력은 덜 늘었다. 


You are what you do. 


그래서 노력하는 놈보다 즐기는 놈이 무섭다고 한다. 10대에는 조금의 노력으로도 커버 가능해서 크게 표시 안 날지 모른다. 20대에도 반전 가능하다. 그런데 30대까지 가면, 솔직히 자기 살아온 삶의 흔적을 노력으로 커버하긴 힘들다. 내가 지금 죽자고 피아노 시작해도 실패할 것이,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피아노 연습 별로 안 한 걸 봐서 난 악기 연습을 내가 알아서 찾아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고, 그게 바뀔 가능성은 별로 없어서다. 미술? 총구 겨누지 않는 이상 내가 앞으로 몇 년 동안 하루에 8시간 할 가능성은 없다. 난 아마도 지금까지 해 온 대로 계속 글 쓰고, 잡다한 글 읽고, 잡다한 공부 하고, 한국 드라마와 미드 영드 섭렵하면서 살아갈 듯하다.   

  

이러면 너무 비관론적인데, 여기에서 바꿀 수 있는 부분이라면 - 어느 정도 시간 투자로 기술을 마스터 하면, 그것을 일상생활에 끼워 넣기가 좀 더 수월해진다. 난 요리 잘하거나 아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니까 이젠 별생각 없이 일주일에 몇 번 요리할 수 있다. 운동을 몇 년 했더니, 매일매일 즐겁게 하고 싶어서 안달 내진 않지만 그래도 하려고 마음먹으면 그럭저럭할 수 있다. 언어도 배우던 가락이 있으니까, 다시 시작한다면 효과적으로 잘 공부할 자신 있다.     


결론. 

인생은 엔트로피. 가만둔다고 잘 되지 않는다. 계속 노력해도 유지할까 말까다. 그러나 좀 빡세게 고생해 두면 슬쩍슬쩍 끼워 넣기가 좀 더 쉬워진다. 한 시간 한 시간, 내가 지금 무슨 연습하고 있는가 돌아보자.

(==> 쓰고 나서도 내가 뻘쭘하군 -_- 전 정말 글 좀 안 쓰고 싶은 사람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있어보이기의 중요함 & 행복의 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