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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May 28. 2018

있어보이기의 중요함 & 행복의 키

2016년 8월 5일

중력이나 빛의 속도 같은 물리적인 법칙 정도는 아니더라도, 인간의 행동 양식에도 언어문화 국경을 초월하는 정해진 방식이 몇 개는 있다고 본다. 불행한 것보다는 행복한 쪽이 낫고, 돈을 많이 벌지만 주위 사람들보다 덜 버는 것보다는, 덜 벌더라도 주위 사람들보다는 더 버는 쪽을 선호하며, 남자는 여자의 외모를 중시하고 여자는 남자의 재력을 중시하고 뭐 등등.  


그 중 하나가 '잘 나갈 때에 느끼는 행복'인데, 이것 역시 여러 가지로 쟁취가 가능하다. 위에서 말했듯이 전체, 절대적으로는 아니라도 내 주위 사람들보다만 잘 나가면 보통은 행복을 느낀다. 그런데 완벽한 정보의 공유가 안 되는 인간사회에서 어떤 기준을 써야 할지가 확실하지 않다. 내가 어렸을 때 자주 이사 다니면서 정말 처절하게 깨달았던 것이 이 '가치 판단의 상대성'이었다. 한 동네에서는 프로스펙스 운동화를 신으면 짱이라도 다른 동네에선 엄청 촌스런 국내산일 수가 있고, 수학을 잘하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가도 외국에 나가면 곧바로 너드 취급 받는다던가 등등. 나의 심한 자기검열과 의심은 아마 성격상으로도 심한 게 저렇게 이사 다니면서 더 도지지 않았나 싶다.     


명품가방을 예를 들어보자. 

난 수수하게 하고 다니는 편이고 명품 가방 또한 없다. 전에는 이건 내가 현명한 소비를 하는 사람이라 그렇다고 착각했는데, 이전 글에서도 말했듯이 난 본성이 꾸미는데 별로 관심이 없는 게 1이고, 지금 내가 처한 분위기와 사회에서, 명품가방을 소지하는 것은 '잘 나갈 때 느끼는 행복'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아서라 생각한다. 가격이 좀 무리더라도, 내 스타일에 좀 안 어울리더라도, 명품 가방을 들었을 때 '사회에서 정의하고 사회 구성원들이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기준'에 따라 내가 더 '잘나가는 사람'이 된다면, 그리고 그로 인하여 내 주위 사람보다 좀 더 나은 대접을 받는다든가 한다면(아님 없음으로써 푸대접을 확실히 받는다면) 약간 무리하더라도 샀을지 모른다. 

만약 외국이라면, 그리고 내가 어울리는 사람들 그룹 내에서는 명품 가방을 소지함으로 인해 내 위상이 달라진다면, 가방을 들고 다니는 의의가 있겠지. 그러나 난 불행하게도 다린 셔츠만 입어도 차려입었다고 생각하는 인간들 사이에 산다. 공돈이 생긴 걸 자랑하고 싶다면 전자기기를 사는 쪽이 명품 가방 백 개 사는 것보다 훨씬 더 부러움을 살 수 있다. (그렇다고 전자기기를 사진 않는다. 이사 많이 다니면서 물질 자랑은 기준이 중구난방임을 알고 나니 그 기준에 또 맞추면 뭐하나 허무해서).     


완전 우울증으로 살기 포기한 사람 아니면, 보통 '사회'가, 혹은 '내 주위 사람들',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혼자 생각하는' 기준으로 좀 더 잘 나가고 싶어 한다. 나 같은 경우엔 물욕은 포기했어도 지적인 허세가 있었다. 어릴 땐 불어/라틴어가 있어 보여서 배웠고, 조금 커서는 수학이나 알고리듬, 통계 같은 게 내 눈에 대단해 보이니까 더 공부했다. 그러다가 조금 충격을 먹었는데, '수학이나 통계같이 지겨운 것 하는 남자 만나서 정말 별로였어'.. 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서였다. 난 진짜 정말로 모든 사람들은 수학이나 통계를 잘 하고 싶어 할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 못 하니까 질투하는 거지, 능력 되고 시간 된다면 누구든 공부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거 뒤집어 보면 '명품 없으니까 질투하는 거지, 돈이 문제가 아니라면 이왕이면 좋은 품질이고 장인이 정성껏 만든 거 들지 않겠어?' 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소? 


상대적인 것을 알고 있긴 하지만, 좋아하는 이상형 스타일이 정해져 있고 몸 아플 때 생각나는 음식 정해있는 것처럼, '있어 보이는 것'역시 상당히 개인적인 취향내지 타고난 성향에 따라 다르다. 난 거의 백퍼 지적 허세에 올인한다. 이건 내가 집중력 없고 어렸을 때 수학 못해서 더 콤플렉스 생겨서 더 그럴 거다. 내 주위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 더 그럴 수도 있다. 뭘 하든지 잘난 척하려면 주위 사람들이 알아주는 걸해야 하는데, 나 같은 상황에선 코딩 잘하고 수학 잘하는 게 알아주는 거거든. 그것도 아니면 잡학다식으로 가던가.     

이게 허망해지는 때가, 내가 주로 속한 그룹이 아닌 그룹에 갑자기 디밀어지면 그렇다. 나는 나름대로 있어 보이는 것을 찾아서 그걸 무지 딥다 파고 연구했는데, 이걸 안 알아줄 뿐만이 아니라, 내가 보기엔 영 아닌 것 가지고 날 판단한단 말이지. 신경질 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자한테 '그래 봐야 뭐해 결혼도 못 한 게' 라고 말한다던가, 프로 게이머한테 '그래서 언제 제대로 취업할 거냐' 한다든가 뭐 이런 상황 말이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 가치관 이게 중요한 거라고 좀 교육을 시켜주고 싶은데, 사실 이게 통하는 유일한 방법은 나를 판단하는 상대 딱 한 명을 그 사람 그룹에서 떼어내어 내 그룹 안에 집어넣는 방법이다. 반대로, 내 그룹에선 난 왕따 당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잘 나가는 기준'이 되는 그룹을 찾으면, 나는 그야말로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 한 마리. 


하버드대생들 대상 조사에서 실제 액수는 적더라도 자기 동료들/ 친구들보다 좀 더 버는 쪽이 훨씬 낫다고 대답했단다. 그게 그러니까 행복의 키 같다. 내 주변에서 쳐주는 기준으로 내 주위 사람들보다 아주 조금 더 잘 나가면 된다. 그게 불가능하면 나에게 좀 더 유리한 세팅으로 바꾸면 된다. 어울리는 사람들 그룹을 바꾸고, 나와 비슷한 기준으로 다른 이들을 판단하는 사람들을 주위에 모은다. 내 행복과 KIBUN은 소중하니까요.     


문득 드는 생각1. 

나 좀 시니컬하게 보일 것 같소.     


마지막 사족. 

지적인 허세 욕구도 워킹맘의 일상 속에 사라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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