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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2. 2018

남자에게 여자라는 '존재'

2016년 9월 1일

여혐 하는 남자들이 여자를 남자보다 못한, 열등한 존재로 본다는 의견에 난 반대다. 내 경험으로는 보통 이성애 남자들은 30대 들어설 때까지, 혹은 그 이후로도, "여자"로 인식할 뿐이지 딱히 '남자보다 못하다'라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여자', 그러니까 '성적인 상대'로의 의미가 너무 커서 당연히 남자와 같은 사람으로 못 본다. (뭐 이건 한국에서 안 살아온 내 경험이니까 한국은 다르다 하면 별 할 말 없는데 내가 아는 걸로 그냥 갑시다).

 

보통의 이성애 남자라면 지나가는 여자를 볼 때마다 yes/no/no/yes을 거의 본능적으로 한다(고 한다. 앞으로 나오는 내용도 제가 남자가 아니니 뭐 그렇게 듣고 배웠다고 합시다). 그리고 구애 필요 없고 아무런 제약 없고 그냥 섹스만 하면 된다 할 때, 남자에 따라 다르지만 여자 인구의 10%에서 요구사항 낮은 남자는 90%까지 오케이다. 평균을 50% 정도로 게으르게 잡자면, 지나가는 여자중 반과 ‘맥락 없이 그냥 섹스’할 의향이 있는 남자가 다수라는 말이다. '여자로 보인다.'는 말은 '섹스할 의사가 있다'이다. 아니 그렇다고 뭐 꼭 덤벼서 강간하겠다 이건 아니고, 그냥 머릿속으로 여자다 아니다를 생각하고, 자기 기준에 해당하는 여자라면 섹스 상상을 한다는 것. 여자로서 이걸 더럽게 느낄 수 있는데 그러면 남자와 친구 못한다. 친한 남자 사람 친구가 있는가? 당신은 멀쩡하게 생긴 여자인가? 그럴 경우 정상적인 이성애자 남자라면 당신과 섹스하는 상상을 했다에 돈 건다. 아니 그렇다고 늘 호시탐탐 덮칠 기회를 노린다, 섹스를 바라고 접근한다 이건 아니고, 그냥 상상은 했을 거라고. 강간 모의 그런 거 아니고 그냥 당신의 나체를 떠올린다던가 뭐 그런. 그래서 난 남자가 나에게 성욕을 느꼈다고 해서 더럽게 볼 필요도 없고, 그게 내가 여지를 줘서, 만만하게 보여서, 혹은 예뻐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간만 가도 웬만한 남자는 상상은 한다니깐. 상상한다고 잠재 강간범은 절대 아니고. 더럽다 짐승이다 욕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면 10~20대 남자 입장에서 보자. 나는 지나가는 여자의 반과 섹스할 의향이 있는데, 그 중 과연 몇 명의 여자가 나와 섹스를 해 줄까? 이건 남자아이들이 금방 깨닫는데, 어린 남자가 자신과 섹스해줄 여자를 찾는 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혹시 모르는 남자들 있을까 해서 더하자면, 보통 여자가 지나가는 남자를 보고 이 남자와 섹스하고 싶다는 생각하고 욕망을 느낄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솔직히 좋아하는 배우를 봐도 그냥 잘생겨서 좋다, 데이트했음 좋겠다 (i.e. 뭔가 같이 하면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이지, 이 남자랑 자고 싶다는 성적 욕망이 먼저 드는 경우는 드물다). 이래서 여자가 더 우월하다 이런 말이 아니라, 성욕 레벨, 메커니즘 자체가 다르다는 말. 그러므로 남자가 성적인 매력이 떨어져서 거부하는 것보다는, 그냥 그런 생각 자체를 잘 안 한다는 것. (물론 성욕 강한 여자도 있지만 우리 일반화로 시작했으니 일반화로 계속 갑시다).


하지만 다시 남자 입장으로 보면 - 젊어서 불끈불끈하고, 지나가는 여자들 보면 와 저 여자도 가슴이 있고, 성기가 있고, 나와 섹스를 할 수가 있고... 아 저 예쁜 여자도 섹스를 할까. 남친이 있을까. 남친은 어떤 남자일까. 저런 애랑 자려면 난 어떻게 해야 하나를 거의 매일같이 생각하면서 늘 일상을 산다고 하자. 여자를 볼 때에 이 여자가 나와 잘 가능성부터 점치다 보니까 오해 소지가 다분하다. 나보고 웃어주면 아무래도 가능성이 좀 더 높은 거고, 나에게 친절하면 훨씬 더 가능성이 높아졌고, 술 같이 먹자 하면... 아싸 오늘은 대박?? 게다가 치마까지 짧음?? 오늘 계 탔다. 드디어 오늘 할 수 있나보다... 쪽으로 생각 쉽게 샌다. 나보고 뭘 도와달라고 하면 "그래 이번 기회에 내가 남자다움을 어필하면 좀 더 친해지고, 그러면 나에게 끌릴 수도 있고, 그러면... 섹스도!!??" 이렇게 의식이 곧잘 흐른다. 그래서 열심히 도와줬는데 남친이 있다고 하면 엄청난 배신감에 빡친다. 어떻게 될 것 같다고 김칫국 마셨던 자신 때문에 더 빡친다. 남친이 있으면서!!! 날 이용해 먹었어!! 나쁜년 같으니라고!!! 섹스해줄 거 같이 해 놓고는!!     


(또 사족인데, 어떤 남자와 사귀었다고 할 때 "아 그냥 하룻밤만 잔 사이야" 하면 훨씬 열 받아 하는 남자 심리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난 지금 네 마음이 들려고 이렇게 노력하고 공들이고 하는데, 뭐?? 클럽에서 만나서 하룻밤?? 너 그렇게 쉬운 여잔데 내가 ㅂㅅ같이 공들이고 있었음?? 논리로 샌다. 여자를 볼 때마다 섹스의 가능성을 점치다 보니까, 이 여자는 얼마나 공들여야겠다의 견적 내기에도 익숙하다. 그래서 열심히 공들였는데... 딴 놈은 하루에 가능했다 하면, 내가 그놈보다 훨씬 못하거나, 아니면 이 여자는 그렇게 공들일 필요가 없거나 둘 중 하나.)     


늘 여자를 갈구하는 입장에서 남자는 자신을 아쉬운 쪽, 을로 보더라. 자신감이 넘치고 여자가 줄줄 따르는 남자라도 불특정 다수의 여자와 아주 쉽게 섹스는 불가능하다. 그에 비해 평균 외모의 여자라도 섹스 가능함을 표현하면 몇 분 만에 파트너를 찾을 수 있다. 정말 인기 많은 남자 연예인이라고 해도, 매일 매일 다른 열 명의 여자와 내키는 대로 섹스는 힘들겠으나 반대로 여자는,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직업 매춘으로도 알 수 있듯이, 돈 주겠으니 해달라는 남자도 넘친다.     

자신은 이렇게 원하는데 쉽게 넘어오지 않는 여자를 보면서 남자는 그녀의 권력을 미워한다. (대다수의 여자 쪽에서는 권력? 뭔 권력?? 뭥미?? 하는데도 그렇다) 여자가 옷을 야하게 입고 있으면, 당연히 남자들이 어떻게 반응할 줄 알면서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는 행동이다. 나 섹스 쉽게 할 수 있는 여자라 광고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여자에게 거절당하면 더 분하다. 분명히 다른 남자하고는 잘 거잖아?? 그렇지만 나는 안 된다는 거지. 왜?? 내가 어디가 못나서??     

권력을 빼앗긴 남자는 몇 가지 선택을 한다. 하나는 권력을 쥔 자를 희화화 하고, 별 것 아닌 것처럼 까내리는 것이다. 그x들 별거 없어. 그래 봤자 화장빨이야. 돈도 못 버는 게 감히 나를 무시해? 별로 예쁘지도 않은 게. 뚱뚱한 게, 뭐 이런 식이다. 자신감이 좀 더 넘치고 긍정적인 남자는 "여자를 연구해서 성공적으로 공략하리라"한다. 또 다른 부류 - 이게 다 피곤하고 해봐야 안 되서 의욕을 상실한 남자는 아예 여자를 피한다. 

남자는 그렇게 살다 어느 순간, 여자를 볼 때 '이 여자가 나와 잘 것인가'중심의 사고를 버릴 때가 오기도 한다(반대로 여자도, 남자의 성욕에 위협을 느끼지 않고 더럽다고 거부 안 할 때가 오기도 한다).     


결론. 

난 남자가 여자를 '열등한 존재'로 여겨서 여혐 한다고는 생각 안 한다. 남자는 여자를 볼 때 본능적으로 남자인 (=>보통 사람인)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인식한다고 하고, 그냥 ‘사람인데 성별이 여자’인 여자들은 내가 관심 없는, 외모가 한참 떨어지는 이들이다. 그렇지 않은, 내 커트라인을 넘은 여자들에게는 보통은 잘 보이고 싶은 욕구, 선택받고 싶은 욕구가 크다. 그래서 구애가 실패했을 때에 분노하고 폭주하며 여성 전체를 매도하기도 하나, 오히려 이런 이들이 자기 여자 한 명 만나서 제대로 연애하면 또 그럭저럭 잘 산다. 내 여자가 생기면 잘 해주고 싶고, 그 여자에게 인정받고 싶고, 그 여자에게 부끄럽지 않은 남자가 되고 싶고, 다른 놈들이 해치지 못하게 내가 보호해주고 싶고, 뭐 그런 순정이 아예 없는 남자는 잘 없었다. 그런 여자가 생긴다고 해서 갑자기 딴 여자들이 남자로 보이고 그런 건 아닌데,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의 좋은 관계는, 여자들이 연애를 꿈꾸는 것만큼이나 남자도 소중히 여기더라. 전직 극악 여혐러도 여자 만나더니 곧바로 태세 전환해서 애처가에 딸 바보 되어서 사는 거 자주 봤다.     


진짜 결론. 

아 글 길기도 길다. 남자들에게 여자를 “동등한 존재”로 인식해 달라는 거, 혹은 “열등한 존재”로 봐주지 말라는 것보다는, 그들이 생각하는 그 “짝짓기 권력”이라는 건 자신들의 머릿속에만 실재한다는 것을 깨닫는 쪽이 빠르지 않을까 싶다. 여자는 짝짓기를 무기로 당신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옷 입을 때, 화장할 때, 사람들 만날 때, 당신은 모든 것에 성적인 뉘앙스가 있다 믿을지 몰라도, 거의 백퍼 확률로 - 없다. 당신을 꼬시려는 의도도 아니고 무시하려는 의도도 아니다. 그냥 아무 상관 없는 사람으로 각자 갈 길 가고 싶을 뿐이다.     

이거 이해 좀 해 달라고요. 괜히 넘겨짚어서 이상한 작업 걸거나 자기 연민 빠지지 말고요.     


- 아무리 길어도 사족 더하자면: 

사람이 아니라 "여자"로 보니까, 그 그룹에 대한 선입견이 생긴다. 그 선입견은 보통 부정적이다. 


- 난 여자 좋아하는데 왜 여혐이냐고 모지란 질문을 한다면:

 당신이 여자를 성적인 대상으로, 남자와는 다른 존재라고 인식하고 하는 모든 행동과 말과 사고방식이 여혐이다. 그래서 예쁘다고 대접해주는 것도 여혐이고 당신의 "난 여자 좋다"라는 말도 엄청나게 징그러운 여혐 발언이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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