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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7. 2018

메시지 보낸 이대주 씨 보세요

2016년 9월 7일

무슨 일인지 모르실 독자분들을 위해 당신이 보낸 메시지부터 우선 봅시다:


 "남아공에서 실컷 강간당하며 쌓였던 분노를 지금 줘도 안먹는 아줌마가 된 시점에 페북으로 발산하시는 건가요?"     


자, 이 짧은 메시지로 당신 정신세계를 이렇게 많이 드러낼 수 있다는 게 참 실력이라면 실력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이런 메시지 보내면 제가 무서워할 거 같았나요? 화낼 거 같았나요? 그냥 기분 나쁘기만 바란 건가요? 궁금하실까 말씀드리자면(제가 좀 친절합니다) 제일 먼저는 웃었고 두 번째로 당신이 같잖았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교과서적인 악플을 남겨주다니 이걸로 포스팅하기도 참 좋네 싶었습니다. 길게 길게 남기면 제가 또 요약해야 되잖아요.  

   

첫 문장 봅시다. 당신은 제가 무가치한 여자라는 욕을 하려고 "강간"을 언급했습니다. 당신에게 강간당한 여자는 가치가 없는 여자죠. 왜냐면 여자는 남자가 아끼는 성적인 상대의 존재로서만 의미가 있으니까요. 당신의 인생에서, 당신의 사고체계에서 여자는 그게 답니다. 강간당한 여자는 다른 남자도 원하지 않을 테니까, 넌 정말 쓰레기다 그거죠. 우리가 딱 그렇게 말하는 사회에서 삽니다. 강간한 남자에 대해서 포커스를 맞추는 게 아니라 강간당한 여자가 이상하게 가치가 없어지죠. 왜냐면 여자는 물건으로 취급되니까요. 당신 머릿속에서 여자는 관계해주는 물건입니다. 현실에서도 개저씨죠?     


두 번째 파트 봅시다. "줘도 안 먹는"- 여기에 당신의 자존감이 있습니다. 왜냐면 줘도 안 먹히는 여자는 거의 99.99%의 확률로 없거든요. 이건 당신이 더 잘 알 거예요. 나와 당신이 똑같은 거리를 걸으면서 섹스 상대를 구한다고 합시다. 저는 5초만에 구할 수 있는데, 당신은 한 5년 걸어도 못 찾을 것 같네요. 당신은 이걸 잘 알고 있고, 평생 성관계를 거절당하는 데에 대한 분노가 엄청나게 있습니다. 그래서 그게 제일 열 받고 화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편하게 살아서 좋으시겠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너 같은 여자를 선택할 남자는 없다"라고 하면 상처받을 거라고 착각합니다. 이보세요. 저 멀쩡하게 생긴 여자로 40년 가까이 살았어요. 심할 때는 몇백 대 1 남초 환경에 있었고요. 남자를 진정 모를 거라고 생각합니까? ㅋㅋ 그래요, 결혼해서 평생 충성할 남자는 하루 만에 찾기 힘들지 모르죠. 하지만 섹스할 상대 한 시간 안에 열 명 찾기? 아무래도 제가 이길 것 같죠?     

아마 당신은 상상이 안 갈 거예요. 그렇게 찾기 쉬운데 왜 안 할까. 네, 여자들 안 해요. 섹스 가능하다고 의사 표시만 하면 돈 주고 하자는 남자가 그렇게 많아도, 어느 문화를 가나 성매매 여성은 정말 소수고 내켜서 하는 여자들도 남자에 비해 수십 배, 수백 배로 까다롭죠. 튕기느라고 안 하는 게 아니라 싫어서 안 하는 겁니다. 안 먹어줘서 안 하는 게 아니라고요.

     

전 콤플렉스가 수백 개는 있는데 그중에서 "남자에게 성 상대로 간택 못 받을 것 같다"는 단 한 번도 데뷔한 적 없었습니다. 여러 가지 욕설을 할 수 있었는데 딱 그걸 욕이라고 한 거 자체가 당신의 유치함과 비참함을 보여주는 거예요. 이렇게 여혐 종합 선물세트 완전체기도 힘든데 어련하시겠어요.

     

그냥 혼자로는 바바리맨, 개진상 동료, 개저씨 상사, 찌질한 남자겠죠. 불쾌감 주는 거 외엔 대략 무해하겠죠. 하지만 당신 같은 루저들이 모여서 여자들을 찍어 누르는 사회를 만듭니다. 강간당한 여자가 신고를 하지 못하고, 오히려 손가락질받고, 남친을 사귀면서 이걸 말해야 되나 말아야 하나 죽자고 고민합니다. 당신 같은 인간들 때문에 여자들이 강간당하는 사건 사고가 그냥 일상다반사로 받아들여지고, 무감각해진 재판부는 낮은 형량을 때립니다. 당신 같은 인간들 때문에 공중파에서는 여자 외모 까는 걸 유머라고 강요하고 시장 값 떨어진 늙은 여자는 젊은 여자를 질투한다는 식으로 몰아갑니다. 저야 악플러에 대한 공포가 훨 줄어져서 웃고 넘기지만, 당신 같은 개새끼들 때문에 여자들은 포털의 개 같은 댓글 보고도 참고 넘어가고 성적인 농담을 해도 못 들은 척합니다. 당신 메시지 하나가 한국의 여혐을 대표하지는 않지만, 당신 같은 놈들이 떼로 모이면 한국의 여혐사회가 됩니다. 정상적인 남자들도 뭐라 나서기 힘든 그런 사회요. 카톡방에서 누구 강간하자 누구는 봉지 씌워야 관계한다 농담해도 '그냥 개인 간의 농담'으로 넘어갈 수 있는, 그딴 개 같은 사회요.

     

제가 왜 페이지에 이 글 올리는지 아시나요? 바로 이대주 씨 같은 사람 때문이에요. 다른 여자들도 당신 같은 개새끼한테서 욕 들은 적 있을 테니, 최소한 제 포스팅 보고 대리만족이라도 느끼라고요. 그런 여자들이 점점 늘어나면 목소리도 나기 시작하죠. 연대할 수 있고 용기가 생기죠. 

공개처형 안 할 줄 알았나요? 내가 왜? 이딴 메시지 받는다는 거 보여주고, 그런 인간들이 얼마나 비참하고 별 볼 일 없는 루저인지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횐데요 왜. 잘 쓴다는 칭찬 받으러 글 올린다고 착각하나요?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노력할 거 같나요? 아뇨. 제가 왜요. 무슨 부귀영화 보겠다고 ㅋㅋㅋ     

당신 같은 루저 보면서, 응대하고 싸우면서, 저는 하루하루 더 강해집니다. 더 아무렇지 않아지고, 상식이 안 통하는 이 사회에는 더 분노하게 돼요. 싸울 에너지도 더 생기고요.     

열심히 여혐하세요. 저도 열심히 싸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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