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10일
한국 회사들이 남성을 선호하는 이유가, 여자들이 충성심이 없고 불성실하며 칼퇴나 한다는 얘기를 듣고 뿜었다.
이럴 때 "그런 여자들도 있지만 나는 아니다"라는 식으로 답하는 분들 있는데 포인트가 틀렸음.
여직원이 일 열심히 안 하고 칼퇴하고 충성심이 없다고? 왜 그런지 아는가? 왜냐면.
oh oh 그녀는 호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oh oh
시급 5천 원 주는 알바가 새벽부터 목욕재계하고 출근하자마자 애사심이 끓어넘쳐 사장님 앞에 백팔 배를 하는가? 내가 운영하는 편의점이라 생각하고 안 시켜도 일 잘 하는가? 아니지. 그럴 이유가 없거든.
당신이 힘들게 들어간 회사는 외고-서울대 출신들이 꽉 잡고 있다고 하자. 진급하는 사람들도 다 그 라인이다. 당신 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진급하는 꼴을 못 봤다. 해도 대리급 이상 없다. 서울대 아니라고 연봉도 낮게 받는다. 자를려면 비서울대부터 자른다. 당신은 과연 알아서 야근하고 몸 상할 정도로 충성하는가?
물론 그래도 충성하는 사람들 있지. 세상에 호구는 많고, 직장 잡기는 힘들고, 우린 다 먹고사니즘 때문에 닥치고 출근한 적 많으니까 뭐 호구라고 너무 비난하진 말자. 나도 호구짓 많이 했다. 그런데 내 능력이고 뭐고 상관없고, 진급 가망 전혀 없고 3년 이내에 짤릴 거지만 그때까지는 크게 문제없으면 그냥 쭉 다닐 수 있다면? 그럼 뭐 슬슬 다니면서 월급이나 따먹을 사람 많을 걸. 연봉 오를 가망 없는 상황에 어차피 미래는 아예 없는 직장에서 뭘 해도 안 알아주는 상관한테 잘 보여서 뭐하나? 탕비실에서 공짜 커피나 죽어라고 타 먹고 담배나 태우지.
아, 나는 그래도 충성할 거라고? 당신 상관은 당신을 인정하고, 당신은 진급할 수 있을 것 같다면 그럴 수도 있겠죠. 그 상관이 똑같은 신입인데 커피나 타오게 시키고 술자리에서 성희롱하고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빼도 죽자고 충성할 건가요?
해외 대기업에서 간부급 한국 사람은 드물다는 소리 듣는다. 인종차별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어쨌든 잘 없다. 부장급으로 올라가려면 엄청나게 일 많이 해야 하는데, 백인 남자애들도 힘들다고 하자. 삼십 대 일 정도로. 한국 사람으로서 올라간 전례가 없다. 나보다 훨씬 더 잘난 한국 사람들인데도 그렇다면, 당신은 몸 상해가면서, 가족 못 봐가면서, 당신 영어 못한다고 비웃는 상사를 위해 밤새 가면서, 당신이 못 알아듣는 농담을 하고 당신을 빼고 점심 먹으러 가는 동료들을 위해서 월화수목금금금 삼 년이고 오 년이고 야근할까?
뭐, 아쉬우면 하지. 워크 퍼밋이라던가. 그리고 순하고 어린 애들은 하지. "그런 한국 사람" 혹은 "그런 여자" 소리 안 들으려고. 그런데 서른 넘어가면서 환상이 깨진다. 체력도 떨어진다. 그래서 직장들이 어린애들을 선호하고, 젊고 어린 여자를 선호한다. 호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힘든 경쟁을 뚫고 들어간 신입 사원이 업무가 적성이 맞지 않아 그만둔다면 "신입이 그만뒀다"라고 한다.
힘든 경쟁을 뚫고 들어간 신입 사원이 업무가 적성이 맞지 않아 그만둔다면, 그리고 그 신입이 여자라면 "여자들은 이래서 안 돼"라고 한다.
성희롱 성추행 성차별 경험하고 그만둔다고 해도 "여자들은 이래서 안 돼". 결혼, 출산 등으로 피해 볼 거 다 알고 있어도 충성스러운 호구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일반 수준의 이기심으로 대강대강 편하게 가면 "여자들은 이래서 안 돼"라고 한다.
그렇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