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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4. 2018

아이 낳기 도전이라면 이 정도는 충족이 되어야

2016년 9월 8일

다음의 셋 중에서 두 가지를 충족하시면 아이 낳기에 도전 추천합니다.     


1. 난 아이를 너무너무 좋아한다:

 아이 없는 생은 의미가 없다/ 혼자서라도 낳아서 기를 거다! 남편 따위 없어도 정자 기증받아서 애 낳아서 키우겠다/ 여자는 아이를 낳지 않으면 어른이 될 수 없다/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알려면 애를 가져야 한다! 커리어 이런 것보다 아이 키우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이다/ 등의 철학이 있다.     


2. 주변 환경 세팅이 다음 중 하나에 해당 됨: 

1) 탁아 비용이 무지하게 싸거나 국가 보조로 무료다 

2) 손자 손녀를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조부모님"들"이 계셔서 (차로 최대 한 시간 거리) 낳자마자 땅에 닿을 일이 없이 이쁨받을 거다. 아이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나셨기 때문에 언제라도 맡길 수가 있으며 건강하시다 

3) 주변에 (특히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 아이를 낳은 친구들이 많아서 같이 키울 수 있다. 급하면 윗집 아랫집 앞 동 등에 사는 친한 사람에게 맡기고 나갈 수 있다. 

4) 주위에 도와줄 사람 하나 없지만 돈으로 처바를 수 있다.     


3. 남편/남친/그 외 파트너 준비 완료:

아이를 너무너무 좋아하고, 원한다. 그리고 집안일 잘 한다. 말 안 해도 빨래 돌리고, 설거지하고, 장거리 사다 놓고 요리하고 뒤처리한다. 나한테 잘 하는 건 별 도움 안 된다. 착한 것도 쓸데없고 애기 이뻐하는 것만으로도 안 된다. 하나하나 말을 안 해도 알아서 해야 한다.     


- 세 가지 다 충족되신다면 오늘 당장부터 연습 들어가시기 추천. 애기 키우는 데 돈 들어가긴 하지만 아이를 좋아하고, 아이 때문에 직장 포기해야 하는 게 아쉽지 않고, 부모님이 아이 기다리고 있고, 남편도 집안일 잘 챙겨서 하는 (도와주는 게 아닌!!!) 경우면 돈 빠듯해도 가능하다.     

- 애 낳아야 할지 안 낳아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달 한 백~이백만 원 정도 갖다 부어도 괜찮을 만한 재정이고 남편이 준비 완료라면, 아이 낳고 키워보면 이뻐진다. 스트레스 크게 받을 일 없고 (받을 일 생기면 돈으로 해결하면 되고), 남편이 옆에서 아빠 노릇 잘 하면 아무리 애기 안 좋아하던 여자라도 모성애 폭발할 가능성 높다.  - 아이 낳아야 할 거 같긴 한데 직장 포기하기는 싫고, 도와줄 부모님 안 계시고, 남편은 양말을 빨래통에 넣는 게 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라면, 아이 낳고 아주 이쁠 수는 있으나 후회할 수 있음.     

- 아이를 무척 원한다면, 남편은 가정적이 아니더라도 주위 친구들 및 이웃, 부모님의 서포트 있고 한 달에 50만 원 정도 더 들어가도 가정 경제 압박 안 받는다면 완전 가능함.     

- 지금 싱글이거나, 남편/남친이 있지만 100% 확신 못 하겠고, 애엄마들 보면 불쌍해 보이며, 애를 꼭 낳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돈만 많이 드는 것 같고, 내 인생 끝나는 거 같으며, 낳아도 적당히 맡길 데 없다 하면 비추. 애 낳아야 어른 된다거나 애 낳아야 인생의 맛을 알게 된다 이런 말 새겨들을 필요 없음. (이게 거짓말이라는 게 아니라, 그렇게 말하자면 여행 안 해본 사람은 죽어야 되고 공부만 한 사람도 인생 안 살아본 거고 종교 없는 사람은 헛사는 거고 하는 말이 다 맞는 거죠. 각자 다른 방법으로 인생을 배우는 것 아니겠소.)     



  

아이 낳고 사는 사람 중에 저 셋 다 충족하고 낳는 사람은 많이 없을 겁니다(그거 기다리다가는 아마 인류 멸종하지 않을까요). 저만 해도 아이 낳을까 말까 많이 망설이다가 낳았고, 모성애가 생길지 안 생길지 무지 두려웠다죠. 단지 저 위에 조건에 맞으면 맞을수록 '아이 낳아서 행복하고 후회 안 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는 의견입니다.     


이제 육아 6년 차인데 아이 정말 예쁩니다. 하지만 몸이 힘들고 맡길 데도 없는데 신랑까지 퇴근 무지 늦으면, 힘듭니다. 커리어가 중요했는데 포기해야 했으면 아이는 이뻐도 후회됩니다. 정말 몸이 힘들면 우울증 걸릴 수도 있고, 심한 경우 아이도 안 이쁠 수 있습니다. 사실 돈이 큰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옆에서 도와주고, 격려해주고, 걱정되어도 괜찮다고 해주고 내가 아이 볼 테니 넌 좀 쉬어라는 사람이 하나만 있어도 웬만하면 견뎌낼 수 있습니다. 아이가 크면 클수록 점점 더 예뻐지고, 내가 얘를 낳은 게 세상에서 제일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육아 비용 무지 부담되고, 아이 때문에 직장 생활에 지장 받는 것 신경 쓰이고, 이기적이고 하지만 아이가 예쁘니까 괜찮더라고요.     

하지만 '안 그러면 어째???' 라는 걱정 때문에 망설이게 되는 거 압니다. 막말로 물릴 수도 없잖아요. 저도 그래서 결혼하고도 무려 팔 년을 망설였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_객관적_인 조건이 맞을 때 후회하지 않을 가능성이 클까 생각해보고 쓴 글입니다. '낳으면 다 어떻게든 된다'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밖에 내놓고 말하지 않아서 그렇지, 후회하는 엄마들 꽤 봅니다. 아이 낳기 전에는 남편과 사이좋았다가 벌어지는 케이스도 많고, 통계를 봐도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는 거죠. 물론 그래도 아이 자체를 죽이고 싶다던가 (...) 그런 엄마는 흔하지 않습니다만, 돌이킬 수 있다면 낳지 않겠다는 사람은 많습니다.     


--저출산 대책본부에서 이 글을 싫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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