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angpa Jun 04. 2018

우버 (Uber) 의 여혐 논란

2017년 2월 20일

우버 (Uber) 의 여혐 논란 - 이전의 '페미니즘 트렌드 맞습니다' 글에 이어서     


페미니즘이 트렌드 맞습니다(1)


페미니즘이 트렌드 맞습니다(2)


우버에서 1년 정도 일한 여자 엔지니어가 떠나면서 쓴 글로 난리다. 읽어보니 참 여러 가지 종류별로 겪었다 싶었고, 역시 스타트업은 복불복이구나란 생각도 들었다. 스타트업의 장점이라면 신기술을 주로 쓰고 진급이 쉽고 여러 가지 겪을 수 있으며 젊은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서 상당히 움직임이 빠르다는 정도. 단점이라면 회사 분위기가 초창기 멤버에 따라 아주 많이 좌우된다는 것, 재수 없으면 죽음의 행군이 계속된다는 것.     


그 여자 엔지니어가 있었던 팀은 SRE 팀이다. 구글에서 주로 쓰던 직명이 이제는 다른 회사로도 퍼졌던데, site reliability engineer라고 예전이면 시스 애드민들이었을 사람들이 데브옵스(devops)로 업글 되면서 오퍼레이션하고도 좀 합친 케이스다. 서비스에 이상 없이 잘 돌아가는 일을 주로 맡고 데이터 센터 관리도 하는 듯 (남편이 RE인데 금융권이라 데이터 센터 관리보다는 전체적인 시스템 관리, 자동화 등등 맡는다). 아, 그리고 개발직이 남초라면 SRE 쪽은 초초초남초다. 구글은 오히려 개발직도 SRE로 들어가는 케이스가 많아 그렇게까지 심하게 남초는 아니더라. 정말 심한 남초는 예전 유닉스 애드민, 보안, 네트워킹 쪽.     

이 사람이 겪은 일을 쭉 보면 내 기준에서는 "어머 우버 미친 거 아냐??" 이다. 지금 웬만한 메이저 언론사들 역시 "어머 우버 미친 거 아냐??" 라면서 기사를 다 내고 있고, 읽는 사람들도 "어머 우버 미친 거 아냐??" 하라는 반응을 보인다. 우버의 이사진에 아리아나 허핑턴이 있다던데 이 뉴스 터지자 당장 "우버 미친 게 아닌지 확인해 보겠습니다"라고 입장 표명했고 우버 사장 역시 "저희 이런 회사 아니거든요 ㅠ.ㅠ 확인하고 족치고 답 드리겠습니다"라는 입장인 듯하다.     


그런데 사실 이 엔지니어가 당한 일 쭉 적어보면, 한국 기준으로 그리 쇼킹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입사 확정되고 나서 직속상관이 작업을 걸어왔고, 곧바로 인사과에 통보했지만 '그니까 그게 성희롱이 맞긴 맞지만 그 사람 그런 게 이번이 처음이고 일 잘 하는 사람이고 실수한 거 가지고 징계 주기는 좀 그러니까 자기네가 말을 잘 할 거고 대신 너는 이 사람이랑 일 하기 힘들 테니 너는 다른 팀으로 가라'는 식으로 답했다고 한다. 자기가 일하고 싶은 팀이 그 팀이었고 전문분야와 딱 맞았지만 '너 그러다가 인사고과 낮게 받아도 어쩔 수 없고 자기네는 책임질 수 없고' 어쩌고 해서 결국 다른 팀으로 갔다. 알고 보니까 다른 여자 엔지니어들도 비슷한 경험이 꽤 있었고 몇몇은 똑같은 사람을 고발했었다고. 그러니까 그 남자는 성희롱이 처음이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회사를 떠나기는 했단다).     

그 후에도 이런저런 일이 이어지는데, 130명 남자 엔지니어들, 가죽 재킷을 단체로 주문하면서 6명 여자들은 도매 할인이 불가능해서 주문 안 한다던지, 딴 팀으로 옮기려고 하니까 그 전에는 인사고과 평가 엄청 잘 줘놓고 옮긴다니까 다시 엉망으로 줘서 '너님 이제 못 옮김' 등의 치사한 짓이 뒤따랐다. 25%의 여자 비율이 6%로 떨어지고, 이 여자가 나올 때에는 3%까지 떨어졌다고. 자잘한 여혐 이메일도 늘 인사과로 보고하면서 기록을 남겼는데 나중에는 기록 남겼다고 지랄하고, 여자들끼리 언제 어떻게 모여서 무슨 얘기 하냐는 식으로도 취조했단다.     


그렇지만 실제 성추행은 없었고, 임신했다고 자른 건 아니고, 여자라고 내놓고 인사고과에 차별한 건 아니다. 어쨌든 성희롱했던 사람도 결국 1년 내에 떠났다. 일적으로는 (대부분 남자였을) 훌륭한 엔지니어들과 좋은 경험이었다고도 말한다. 아무리 그래도 겪은 일만 보면 "어머 우버 미친 거 아냐??" 맞다. 여자라서 당한 것도 있지만 우버의 인사과 자체가 좀 미친 것 같고 회사 분위기가 상당히 요상한데, 그래도 뉴스는 '우버의 쇼킹 여혐'이라는 식으로 난다. 어깨 한 번 만진 사람 없어도 그렇다. 술자리에 억지로 부르고 과장님 옆에 앉히는 일 없었어도, 성희롱은 메시지로 작업 거는 것만이었어도, 여혐 고발은 이메일 정도고 직접적인 경험은 아니었어도 그렇다. 그런 분위기는 욕 들어도 싸다. 


원글 링크 아래.


https://www.susanjfowler.com/blog/2017/2/19/reflecting-on-one-very-strange-year-at-uber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 낳기 도전이라면 이 정도는 충족이 되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