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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5. 2018

여자도 공대가면 임금 격차가 사라질까?

2016년 12월 21일

"남녀 임금 격차는 여자가 공대 안 가서다! 여자도 공대 가면 취업 잘 되는데 문과에 가서 그렇다" "공대의 남녀 성비 봐라" 떡밥. 이거 내가 먹을 거야 아웅!     


한때 남아공 멘사에서 멤버 선정을 위한 아이큐 테스트 감독관으로 일했다. 이때 참 재미있었던 케이스가 일란성 쌍둥이 자매였다. 대학교 2학년이었는데 특이하게도 한 명은 기계공학과, 한 명은 마케팅 전공이었다. 얼굴 덩치 행동 다 똑같은데 관심사는 다르다고 했다. 아이큐 테스트 결과는 15점 차이였다. 공대생이 더 높게 나왔다. 15점이면 표준편차 1이다. 유전자가 똑같아도 그렇다. 물론 아이큐 == 머리 좋음은 아니고, 내 경험으로는 (아이큐 테스트에 따라 다르지만) IQ는 공부 머리 중에서도 이과 머리와 연관이 높았다. 높은 아이큐 점수가 나오는 사람은 이과 쪽 과목 점수가 잘 나올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관심/적성이야 있든 없든 간에. 또 특이한 것은, 남녀 점수가 평균을 내면 차이가 의미 없을 정도인데 (연구 결과마다 다르지만 크게 나도 3점 정도) __분포__는 다르다. 그러므로 남자 IQ의 분포 벨커브는 낮고 넓다. 쉽게 말해서 천재도 남자가 더 많고 바보도 남자가 더 많다는 얘기다. 여자는 평균에 좀 더 몰려있다.     


자 그럼 그냥 예를 들어 이과 머리가 뛰어난 남자 100명에 여자 80명 정도가 있다고 하자. 그러면 공대 비율도 10:8 정도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니다.     

부모 입장에서 아들이 잘 나가고 장가 잘 가려면 어떤 직업이 좋을까. 반대로 여자는? 이전 글에서도 말했듯이 여권이 후진 사회일수록 여자는 똑똑함이나 능력으로 대우받기보다는 외모과 자신을 선택해준 남자의 급으로 평가받는다. 여자 수학자보다는 재벌 2세와 결혼한 아나운서를 더 부러워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아니면 의사와 결혼한 교사. 딸을 키울 때 부모는 분명히 "시집가기 좋은 직업"을 고려한다. 좀 사는 집 딸이라면 미술, 음악, 무용 쪽으로 더 밀 수도 있겠다. 중산층이라면 기계공학과보다는 교사, 스튜어디스 쪽으로 기울어질 수 있겠다. 정말 공부를 잘 한다면 의대 법대 넣는 집도 있겠으나 공대는 드물지 싶다. 취업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니까. 부모님 세대 기준으로는 오히려 인문계 박사까지 해서 여자 교수가 되는 편이, 엄한 전기과나 기계과 가는 것보다 훨씬 가능성 있어 보였을 수도 있다.     


그리고 여기서 들어가는 일반화. 보통 여학생이 남학생보다는 부모님 말 선생님 말 더 잘 듣는다 (...). 내 나이 또래에 컴퓨터에 관심이 있어서 코딩 많이 할 정도면 입시 공부는 땡땡이치고 국영수 소홀히 했다는 건데, 머리 좋고 공부 잘 하고 선생님 부모님 말 잘 듣는 여학생이 그러리라고는 상상하기 좀 힘들다. 오히려 의대나 법대, 약대/교대 등을 목표로 하고 학업에 정진한다...가 훨씬 더 그럴듯하다. 또 하나 일반화. 평균적으로 남자보다는 여자가 조금 더 보수적인, 안전한 선택을 한다. 사고 치는 건 남자애들이 아무래도 훨 많다. 나 때만 해도 한국에서 공대는 찬밥이었다. 무조건 문과 가야 관리직으로 올라간다고 했었고, 공대가 환영받는 거 상당히 최근 일이다. 그러니 이과 머리 있고 공부 잘 하면 이미 검증된 의대 쪽, 시집가기 좋다는 약대/교대가 더 말이 된다.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이과 머리가 있는 이들의 절대적 머릿수는 남자가 몇 퍼센트 더 많다(어차피 성비도 거의 120:100 아니오?). 게다가 이공계는 여자가 별로 없고, 남초 환경에서 살아남기 빡세고, 여자로서 어차피 취업 힘들다는 거 잘 알려져 있는데 그걸 감안하고도 갈 정도의 무지막지하게 강한 이공계 선호가 있는 여학생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 본다. 롤 모델도 없다. 윤송이 상무 빼고 성공한 이공계 여성 열 명 읊을 수 있는가? 난 첫 우주인 이소연 씨 정도밖에 생각 안 난다(그리고 그분이 당한 거 생각하면...흐유). 대신 여의사 여교사 여변호사는 주변에 숱하게 보인다. 커리어 설계하는 여학생 입장에서 훨씬 더 승산 있어 보인다는 말이다.    

 

여기에다가 가계 소득이 낮을수록 딸보다는 아들에 투자하는 집이 많고, 딸은 시집만 잘 가면 된다 생각하여 어차피 시집갈 때까지만 직업 있으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그런 사회 분위기를 체화시킨 여자아이들 역시 외모가 갑이라 믿거나 아니면 최대한 여자로서 안정적인 직종을 찾는 점 (공무원, 전문직 종류), 이공계는 최근까지 그리 각광받지 않는 남초 직종이었다는 걸 다 합하면 왜 성비가 그렇게 망했는지 설명 가능한 듯.     


결론. 

19세기까지도 여자의 두뇌는 논리적 사고가 불가능하다고들 했었다. 법 같은 건 이해할 수 없는 게 여자의 뇌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 변호사 검사 판사 다 나오고 여자 의사도 넘쳐난다. 화학이나 생물에 여자가 더 많은 건 나도 아는데 내가 생물/화학 폭망하고 수학 물리만 올인 했던 케이스라 모르겠다. 성별 간 과목 선호도가 분명히 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성별 간의 선호도로만 성비 차이를 설명할 수 없다고 본다. 그렇다고 순전히 여혐이다, 여자애들보고 이공계 못 가게 세뇌해서 그렇다 그건 아니고. 이런저런 요소 다 합하면 그렇게 되는 걸 거라는 말.     


사족. 

옥스퍼드 강사에게서 들은 얘기다. 옥스퍼드와 캠브리지는 교수와 학생의 1:1 튜터링으로 유명한데, 가르쳐 보니 여학생과 남학생의 꽤 큰 차이가 있더란다. 남자애들은 근자감에 넘쳐서 교수 설명에도 토 달고 지가 잘났다고 덤비는 애들이 상당히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정말 대박 나는 애도 있지만 망하는 애도 흔하다고 (위에서 말한 IQ 분포 패턴과도 일치한다). 여학생은 자신감이 좀 모자란 편이고, 공부할 범위가 확실히 주어지면 그것을 성실히 열심히 하는 편이라고. 그래서 톱에도 남자가 많고 바닥에도 남자가 많은데 여학생은 거의가 최소 중간은 간다고 했다. 커리큘럼/목표가 확실하면 여학생이 훨씬 잘 하고, 좀 모험적인 도전을 요구하는 거면 남자가.     


아 이 포스팅 사족 정말 많네.

남녀 임금 격차 얘기해봅시다.     

삼십 대 후반으로 명문대 출신으로 IT 경력 10년에 페이스북에서 지금 4년 차 일하는 엔지니어가 한국 간다면 얼마나 받을지 생각해보고.     

그 사람이 애 둘 딸린 애 엄마라면 얼마 받을까 생각해 봅시다. 진정, 정말, 레알, 연봉이 같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이건 물론 애 둘 있는 엄마한테 컨택이 온다는 걸 가정했을 때 얘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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