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angpa Jun 01. 2018

페미니즘이 트렌드 맞습니다(1)

2017년 2월 4일

페미니즘이 세계 트렌드 맞는지 알고 싶은, 해외 취업에 관심 있는 분들, 나무 위키만 참고하셨던 분들 보세요. 어제 여혐별곡 보니까 나는 컴싸 전공이고 똑똑하고 좋은 대학 다니니까 페미니즘 따위 알 필요 없다하는 분 계셔서.     


좋은 직장이라는 전제 하에, 페미니즘이 트렌드 맞습니다.     


작년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팀에서 큰 행사 GDC(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후 쫑파티 비슷한 걸 했나봅니다. 문제는 야한 차림의 아가씨들이 플랫폼에서 춤추고 있었다는 거죠. 여혐으로 논란이 많은 게임계에서 이게 무슨 일이냐 난리가 났고 마소는 당장 사과하고 저희는 절대로 여혐 회사 아니고 어쩌고저쩌고 수습하느라 난리였습니다. 그 파티에 여자 부른 사람 자리는 온전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니라는데 돈 걸 수 있음. 매춘도 아니고, 플랫폼에 춤추는 아가씨들 옷차림이 야했던 거죠. 참가자는 거의 전부가 남자인 자리에 부른 겁니다. 이거 당연히 문제 됩니다. 엄청나게 문제 됩니다. [1]   

  

구글의 주주 회의에서 한 주주가 CFO(재무 헤드) 에게 Lady CFO라는 말을 한 번 했습니다. 한국식으로 미쓰리도 아니고, 꼭 한국말로 번역하자면 삼성 이사진 모임에서 이부진 사장보고 이 사장님, 혹은 다른 사람들이 부르는 직함 대신 '사모님' 으로 부른 정도? '아줌마'까지는 절대 아니고, '미쓰리'도 아니지만 어쨌든 아주 약간 여성 비하적인 말을 했습니다. 구글 주주 회의고 웬만한 중역들이 다 있는 자리면 주식 한두 개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니었겠지요. 그 자리에서 곧바로 한 사람이 항의하고, 그 얘기를 들은 구글 회사 내 여직원들이 대대적으로 직함을 Lady Engineer라는 식으로 바꾸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구글은 성차별 철폐 의미로 레이디 데이를 선포했습니다. [2] 

    

이 현상에 대해서 최근 가디언 지가 보도했는데요, Sex doesn't sell anymore, activism does. 라고 하네요. 더 이상은 섹스로 홍보가 안 되고, 사회 운동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걸 알게 된 대기업들이 '착한 척'을 시작했다는 겁니다. [3] 

Kenco는 예쁘고 스타일리시한 여자가 커피를 마시며 웃는 광고가 아니라 자기네 회사가 돕는 아이들이 조폭이 되지 않고 커피 농부가 됐음을 광고합니다. 이번 트럼프 여행 제재 조치 이후 스타벅스는 난민 만 명을 고용하겠다 약속하고 우버 뻘짓 이후로 우버의 라이벌 Lyft 가 엄청 홍보를 받았습니다. 우버 지우고 Lyft 깔기 운동이 있었다네요. 우버 사장은 트럼프 정부에 한 자리 맡았다가 결국 압력에 못 이겨 사퇴했고요. 이런 분위기에서 절대로 여혐 지적으로 걸릴 일 안합니다.     


컴퓨터 쪽에 여혐정서가 뿌리 깊다는 지적은 늘 있어왔습니다. Bro-grammer들의 문화 때문에 여자 개발자들이 떠난다 뭐 그런 이야기도 있고요. 한국이라면 여자들이 나약해서 야근 안 해서 그렇다, 특별 대우 받으려고 해서 그렇다(무려 네이버의 여성 대표가 이 말 했더군요 [4]), 공부 못해서 그렇다(그러면 교대는 왜 공부 못하는 남자들을 억지로 할당해주는데? [5] 대학교수 남자들이 백퍼일 때는 하나도 걱정 안 하고, 회사 대표들 백퍼 남자인 것도 걱정 안 하더니 초등 교사만? [6]), 여자는 시집갈 거라서 그렇다는 식으로 여자 후려치기 발언이 자연스럽지만 장담하건대 탑 테크 회사에서 어느 정도 직급 되는 사람이 사석이든 공석이든 그딴 식으로 말하는 사람 찾기 힘들 겁니다. 기사 났다 하면 회사 이미지 완전 난리날 거고, 회사 홍보팀에서 아니요 우리는 그런 회사 아니고요 어쩌고 무마하느라 우왕좌왕하는 와중에 아마도 다음 인사고과는 잘 안 풀릴 걸로 예상됩니다.     


구글, 마소, 페북 등등 테크 회사들 다 여자 학생들에게 코딩을 권장하는 프로그램 운영하고요 [7], 속이야 어떻든 겉으로는 최소한 여성 참가를 엄청나게 지원하고 여성이라 차별받았다는 식의 지적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페미니즘이 트렌드 맞아요. 교육 수준 높을수록, 소득 소준 높을수록, 대도시일수록 그렇습니다. 페미니즘 반대한다, 페미니스트들이 너무 나댄다 등의 발언은 한국의 일베 수준에 가깝게 봅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베 몇백만이라 해도 현실에서는 '나 일베 아닌데??' 하듯이, 안티 페미니즘 정서는 늘 있어 왔지만 최소한 어디 가서, 특히 회사나 그 외 공적인 자리에서 '난 페미니즘 반대하오'라고 내놓고 말할 건 아니라고요.     


* 노벨상 수상자도 여혐 발언 한 번에 훅 갑니다. 곧바로 사표 내야 했고 전 세계적으로 두들겨 맞았죠. [8] 


* 이게 보편적이라 믿다가 트럼프가 당선되니 위에서 말했던 대도시 거주, 고소득 혹은 고학력 인구들, 특히 여성들은 집단적인 멘붕이 일어나 그렇게 데모를...


* 아니 뭐 한국에서 여자 후려치기 계속 하면서 살 거면 몰라도 되고요.     




[1] 마소 여혐 이벤트 논란

https://www.theverge.com/2016/3/18/11264930/xbox-gdc-2016-sexist-event-response

[2] 구글 레이디 데이 에피소드

 http://fortune.com/2016/06/17/women-google-lady-day-sexism/

[3] 돈이 되는 착한 척

https://www.theguardian.com/commentisfree/2017/feb/03/activism-sells-brands-social-conscience-advertising

[4] 여성이라고 특권 받으려 하지 마라는 네이버 여성 대표

 http://news.joins.com/article/21090495

[5] 남자 비율을 정책적으로 보장 안 하니까 문제라고? 여자는? http://www.g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4820

[6] 관련 제보

https://www.facebook.com/misogynyinkorea/posts/1133575593418392

[7] 구글

 https://www.google.org/special-programs/girls-who-code/

[8] 관련 기사

https://www.theguardian.com/uk-news/2015/jul/09/tim-hunt-sexism-controversy-ucl-attempts-to-draw-a-line-under-saga


매거진의 이전글 남자의 부양 의무를 줄이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