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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Dec 31. 2017

비급 같은 건 없어, 젠장.

2016년 10월 5일

* 2009년 글입니다


내 인생을 망친 요소를 찝으라면 상당히 긴 리스트가 나오겠으나, 그 중 사고방식중에 나에게 가장 해가 된 거라면 '구하라 그러면 주실 것이오', '너는 몰라도 잠재의식은 알고 있다', '간절하게 원하면 이루어진다' 이딴 사상이다.

간절하게 원하는 맘으로 매일같이 떠올리면 이루어진다고? 잠재의식으로 공부하면 된다고?  


조까다. -_-+


내 아홉 살 어린 마음에 홀랑 속은 이후로 열심히 비쥬얼라이제니션 테크닉 및 비나이다 비나이다 테크닉, 자는 동안에 테이프 틀어놓기 테크닉, 원하는 것을 종이에 매일 적는 테크닉 어쩌고 하는 거 다 해봤다. 내가 시니컬 하다면 다 당해봐서 그런 거다. 피라미드 사기 역시 내가 중2때 당해봐서 이를 가는 거다(5천원 뜯겼다.).


내가 아는 단어? 하나 하나 공부한 거다. 외우지 않았으면 몇 번 읽기라도 한 거다. 자면서 테이프 재생시켜 두고 들은 단어 하나도 도움 안 됐다. 프로그래밍? 하나하나 다 공부했다. 돈? 한 푼 한 푼 다 모은 거다. 아무리 비쥬얼라이제이션 어쩌고 해봐라 구좌에 1원이라도 늘어나나. 그나마 노력 안 하면 가진 것도 유지 안 된다.


목표를 종이에 적는다든지, 머릿속으로 떠올린다든지 하는 것은 단지 내 목표가 이것임을 상기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노력하기를 계속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이지, 그 적는 것 자체로 우주의 기운이 바뀌는 게 아니거든(생각해 보면 당연하고 간단한 거 같은데, '원하면 이루어진다'란 사고방식은 포기하기 꽤 힘들다). 인간 기억력이 한계가 있다 보니 배운 것은 기억하나 배웠던 배경을 기억 못 해서 저절로, 어쩌다가 실력이 쌓인 것처럼 느껴지는 거겠지. 수많은 책 읽으면서 쏟아부은 단어와 문장은 남았지만, 책장 하나하나 넘길 때의 기억은 사라져 버리는 바람에, 몇 년 지나고 나서는 '뭐 저절로 영어가 늘더라' 이렇게 되는 거지.


목표의식이 없다면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기억하는 것 자체도 중요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실제로 배워서 써먹을 수 있는 거나 돈 모으는 방법은 - 정신 똑바로 차리고 공부하는 것, 정신 똑바로 차리고 돈 벌어 아끼는 것밖에 없는 듯.


이걸 이십 년 전에 알았으면... 하아. 내 인생은 대강 바퀴의 재발견이라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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