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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Dec 31. 2017

탈조센 하여 비한국남과 결혼하면 꽃길만 걷는가. 3

2016년 10월 24일

3)     

서구 남편들은 평균적으로 훨씬 낫다고 앞에서 썼다. 물론 이 이면은 결혼하려는 남자가 훨씬 적다는 것과, 좋은 남편/ 아빠가 되어야 하는 사회적 압력이 꽤 세기 때문에 한국에서 컸으면 집안일 손 안 댔을 남자라도 최소한 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것, 그리고 직장 환경이 한국보다 덜 빡세며 가정적인 분위기가 좀 더 보편화되어 가정적이기가 더 쉽다는 점이 있다.     


하지만 어디 가나 사람은 비슷한 법. 다 지 편한 거 원하고, 싫은 건 하기 싫다. 기본적으로 가정교육이 잘 되어 있고 완전 생활 습관이 되어 있어서 집안일 잘 하는 남자가 확실히 한국보단 많긴 하다. 그래도 입 안 대도 싹 다 알아서 하는 남편 비율은 10% 안 될 걸? 약 20~30%는 상당히 양호하거나, 시키는 건 잘 하거나, 조금 게으르더라도 최소한 부인이 열심히 청소할 땐 애라도 봐주고 밥 얻어먹었으면 설거지는 하며, 빨래해 뒀으면 자기 빨래 챙겨서 넣을 줄은 아는 남편들이다. 나머지 중 40%는 좀 게으르지만, 부인이 기분 나빠 보이면 눈치 보면서 최소한도는 하나 직장 일 핑계 대면서 뺀질거리고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는 거 좋아하고 등등. 그리고 그 외는 그냥 슈레기. 그러니까 반 이상은 훨 자상하다고 볼 수 있겠다.  

   

가사를 싫어하는 남자가 일을 피하는 방법은 앞글에서 몇 가지 썼는데, 보통은 서구의 가치관을 악용한 심리전이다. 한국의 심리전은 '여자의 일', 혹은 '시댁에 대한 도리' 뭐 등등이라면, 서구의 가치관에서 제일 강력하게 써먹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기', '개인 선택 존중해주기'이다. 동거 커플이라면 남자 쪽에서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를 써먹을 수 있다고 했다. 남자는 아이를 원하지 않고, 여자는 아이를 원한다. (20대엔 여자나 남자나 별 관심 없으나, 30대로 올라가면서, 특히 중후반으로 가면서, 아이를 원하는 비율은 여자가 압도적으로 높아진다). 그러면 남자는 여자에게 '네 선택은 존중해주겠으나 그건 네 책임이다'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면 아이 낳고 그로 인한 가사를 여자에게 마구 넘길 수 있다. 결혼한 경우, 여자가 집에서 아이를 보겠다고 하면 '전업 선택'을 존중하고, 또 그것을 책임지라 할 수 있겠다. 아무리 둘이 같이 낳았다고 해도, 남자는 별로 원하지 않았고 여자는 원했다고 하면, '선택 책임'의 가치관이 '아버지로서의 도리'와 동등하거나 넘어서기 때문에 여자는 따지기가 조금 힘들어진다. 마찬가지로 남편 하나만 믿고 해외에 나갔어도 나중에 "네가 선택한 건데 왜 나한테 이것저것 바라고 섭섭해하냐" 소리 듣기 쉽다. 아, 또 아이러닉한 부분이라면 - 한국에서는 2세 걱정 때문에 30대 여자를 기피한다고 하지만, 해외 남자들은 어린 여자들이어야 결혼이나 아이 낳을 부담 없이 사귈 수 있기 때문에 선호한다고 한다. 보다시피 어린 여자 좋다는 핑계 시리즈는 그냥 아무말 대잔치다.     

동거 중 남자가 가사를 피하는 방법은 '결혼'이라는 카드다. 이거 무지 치사하다. 여자가 가사일 분담을 가지고 문제 삼으면, '혼자 살 때의 자유'를 그리워한다면서 헤어짐을 협박할 수 있다. 혼자 살면 더럽게 내 맘대로 살아도 되는데, 너와 같이 살게 되면서, 네가 나에게 노동을 강요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자유를 무지 존중하는 가치관이다 보니까, 이러면 여자가 한발 물러서게 된다. 하지만 더러운 집안 꼴을 참지 못한 여자는 결국 치우게 되고, 그러면 남자 승. 남자가 여자보고 치우란 것도 아니고, 여자가 선택해서 치운 거니까 그건 남자 잘못 아님.     

물론 이건 남자는 결혼을 원하지 않고 여자는 원할 때의 얘기다. 살면 살수록 느끼는 것이, 도리니 인간성이니 뭐니 하지만, 결국 사람은 권력에 예민한 동물이다. 과연 정말 놓치기 싫은 여자와 같이 사는 남자가 속옷 아무 데나 벗어놓고 저녁 만들어 내놓으라고 발광할까? 말했듯이 비슷한 직장과 비슷한 수입의 20대 남녀 커플은 무지하게 동등한 관계가 많다. 이때 결혼하면 그 동등한 관계가 쭉 이어지며, 아주 훌륭한 남편 그룹에 들어갈 확률이 많다. 그러나 여자가 중간에 전업으로 돌아서거나, 아니면 남자 없으면 여자의 생활이 어려워질 거라는 것이 뻔하거나 하면 남자가 바보가 아닌데 모를 리가 있나. 

저녁에 늦게 일해야 한다는 말이 좀 더 쉽게 나오고, 정말 피곤한 날이면 집에 들어가서 그냥 뻗어버리기도 쉽다. 부인이 자기보다 세 배로 버는 전문의라면, 퇴근하신 부인이 열심히 저녁 만드는데 감히 양말 아무데나 벗어두고 소파와 합체할 리가. 피곤하시다는 부인을 새벽에 옆구리 찔러 깨워서 관계하자고 조르다가 거부당하면 삼박 사일 삐져서 애들도 모른 척 할리도 없지. 하루 저녁에 이렇게 변하는 건 아니지만, 3년, 5년, 10년이 지나면서 권력에 따라 관계는 변질되기 마련이다.     


글이 또 길어지는데, 마지막으로 하나. 

혹시라도 외국 남자 만나는 분 있을까 봐 노파심에 하는 말이다. 절대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남자가 어떻게 말을 하더라도, 동거 관계에서 할 수 있으면 아이는 낳지 말라고 조언한다. '남자의 아이를 낳아주면' 좀 더 가까워질 거 같다 생각하는 고민글 자주 보는데, '남자의 아이를 낳아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아이를 낳는다'고 보는 것이 더 가깝다. 남자들 정말 많이 떠난다. '낳아 주고 키워 주었으니 내 희생에 대한 보상' 이런 거 진짜 정말 없다고 보는 것이 안전하다. 그냥 사귀는 관계, 동거 관계에서 남자의 열렬한 지지 없이 아이를 낳겠다고 하는 건 내 선택이고, 그걸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고, 남자가 떠나거나 아니면 그 외 다른 이유로 일하기가 불가능한 케이스가 많기 때문에 나 혼자서 아이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방도를 꼭 마련해 놓는 것이 현명하다. 그나마 결혼한 관계라면 남자가 아주 쉽게 떠나기는 어렵고, 그 외 법적인 보호장치가 많지만 동거 생활에선 아무것도 없다. 남자가 바람피우지 않더라도 만약 사고를 당했다 하면, 부인은 자동적으로 남편의 은행 계좌를 쓸 수 있으나 동거인은 아무 권리가 없다. 남자 욕해봐야 별 소용없고, 좋은 남자 만나야 한다고 다짐하는 것 역시 별 소용없다. 여자들이 나쁜 남자 골라서 만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정말 괜찮은 남자고 날 사랑한다 하고 같이 행복하다 해도, 아이를 낳을 생각이라면, 결혼 거부하는 남자는, 내가 능력 빵빵한 여자거나 친정이 와방 부자가 아니면 그냥 조용히 떠나는 쪽으로 조언한다. 내 아이, 내 부인을 위해 최소한의 법률적 보장도 못 해주는 남자에게 기대기에 인생은 상당히 험난하기 때문이다.     


덧 하나 더.     

결혼을 거부하는 남자들은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수도 없는 케이스를 본 결과 결론은 간단하다. '결혼하기가 싫은 게 아니라 당신과 결혼하기가 싫은 것'이다. 결혼이 남자한테 큰 손해가 갈 수도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놓치기 싫은 여자면 남자는 프로포즈한다. 그리고 웬만한 남자는 자기의 선택을 책임진다. 여자가 원하는 남자가 되도록 노력하고, 자기가 선택한 여자와, 그 여자와 낳은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좋은 남자 많다. 결혼을 피하는 것은 결국 '너에게 묶이는 것은 이득보다 위험이 크다'는 선언이다. 주위 남자들한테 물어봐도 솔직한 대답은 바로 그거다. 딴 여자 만나서 후회 안 할 자신 없고, 혹시 잘못되면 금전적으로 손해가 크고, 내 마음 바뀌어도 쉽게 떠날 수 없어서이다. 억지로 결혼으로 끌고 가 봤자 '난 하기 싫었는데 네가 원했으니까...' 이딴 식으로 나오면 평생 피곤하다. 결혼하기 싫다면 그냥 둬주자.     




자, 여기에서 다시 처음 댓글로 돌아와보자. "여자들의 결혼 기피를 조장하는 글들"이라고 하셨는데, 이거 참 의미심장하다. 내가 알아온 영어권 세계에서는 "남자들의 결혼 기피"가 게시판의 단골 메뉴이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도대체 왜 결혼을 하기 싫어하는 거냐, 어떻게 하면 결혼하게 할 수 있냐 등등의 고민글이 하루에도 수십 개 수백 개 올라온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반대일까? 간단하다. 사람은 계산을 할 줄 알고, 내가 뭘 원하는지, 나에게 뭐가 이득이 되는지 알기 때문이다. 내가 친근한 세계에서는 남자의 결혼 기피가 남자의 본능이라고 한다. 한 여자와 평생 산다는 맹세가 부담이고, 잘 안 풀렸을 때 인생 망치기 쉽다고 한다. 그런데 그 '남자 본능'이 한국에서는 안 통한다. 오히려 여자가 결혼을 더 피한다고 미디어에서 난리다. 왜? 여자가 더 손해니까. 여자도 결혼 후의 삶이 어떤지 쉽게 볼 수 있으니까. 


결론. 

본능이다 뭐다 하면서 핑계 대지 말자.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렇다면 외국 남자와 결혼하면 더 좋은가 묻는다면 네 뭐, 확률상 그럴 가능성이 높긴 합니다. 그렇다면 당장 한국 탈출하여 외국 남자 만날까요 물으신다면, 언어 차이 문화 차이, 외국에 아무런 가족 친구 그 외 인맥 없이 남자 하나 바라보고 나가서 비자 문제 해결, 취업, 자존감 지키면서 살아가기 등이 쉽지는 않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나쁜 놈 머릿수 비율은, 특히 나이 들어가면 갈수록, 해외나 한국이나 비슷하다고도 대답하겠습니다.     




이미 여기저기 펌되어 돌아다니고 있더라고요. 좀 더 정리해서 올렸습니다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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