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의 정보 유출과 최근 페이스북 사기

2016년 10월 26일

by yangpa

최근에 이 포스팅을 게재하지 않으면 페이스북에서 당신의 모든 글을 공개로 전환합니다 뭐 어쩌고 하는 글이 돌았다.

자, 난 데이터 쪽 종사자로서, 끝장나게 재미없는 법무부 미팅에 수십 시간을 희생했고 data governance, PII(Personally Identifiable Information), 암호화 문제는 싫어도 알아야 했기 때문에 이게 진짜 말도 안 되는 거 안다. "마소에서 유저 정보 샜다" 뭐 이런 기사 한 번 나면 이건 그냥 하루 만에 게임 오버니까 알아야 한다. 데이터 관련 규정은 무지 복잡하고, 따분하다. 컴플라이언스, 데이터 보안이라는 단어 들으면 경기하는 사람 많다. 그렇지만 그거 다 지켜야 한다. EU 사는 사람의 개인 데이터는 EU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 그러므로 미국 데이터 센터에도 두면 안 된다. 스카이프 통화 기록 다 있지만 나도 열람 못 한다. 다 암호화되어 있다. 그리고 암호화된 거 가지고 아이디 찾아내려면 법무부 통과해야 하고 그거 다 기록 남는다.

그런데 페이스북이야말로 개인 데이터의 히말라야인데 그걸 막 공개로 돌리겠다고? 마크 저커버그가 치매에 걸린다 해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뭐 자폭하고 싶다면, 최단시간에 망하는 기업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고 싶으면 그딴 짓 할 수 있겠다. 대대적으로 해킹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거다. 페북 로긴과 비번 새는 순간 페북 장사 끝나는 날인데, 그 데이터베이스 다운하는 게 미 국방부, FBI 뚫는 것보다 힘들 걸. 또 그래야 하고.


IT와 별로 상관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럴듯하게 들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그 게시물을 공유했다면 난 데이터 다루는 사람으로서 무식함 괘씸죄로 짤려도 싸다. 내가 개인의 통화 기록을 찾아보려 한다면 그것 역시 짤려야 한다. 내가 우리 시스템 내의 개인 데이터를 어디로 빼돌렸다면 감방에서 썩어야겠지. 그 데이터가 뭐 그리 별거 아니든 말든 상관없이 말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가의 입장을 대변하고 방향을 세우는 사람이, 개인 정보도 아니고 국가 기밀자료를 민간인한테 보냈다고? 흠. 뭐 회사일 한 번도 안 해 본 신입이 실수할 수 있다. 윗사람한테만 보낸다는 걸 회사 전체 CC하고 뭐 그럴 수 있지. 그런데 회사 기획실장이나 재무담당이 회사 기밀 자료를 회사 밖의 사람들이랑 공유한다면 짤려야죠. 그런데 뭐? 한 나라의 기밀 정보를, 보안 클리어런스 이딴 거랑 상관없는 "친구"한테 보여주고 조언을 받아? 대통령 되기 전에는 몰랐더라도 취임 후에는 보좌관들이 그건 알아서 좀 해야 하지 않나? 보좌관 시스템 셋업 하는 데 18개월 걸렸음?


아 진짜. 한국 정부에 실망하는 중. 무슨 구멍가게를 주먹구구로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일 정말 이따위로 해도 되나.

그리고요, 보통 사기업에서 저런 짓 했으면 이건 앞뒤 볼 거 없이 해고입니다. 만약 정보를 받은 사람이 그 정보로 주식 매매 등으로 이익을 봤다면 감방행이고요. 그런데 대통령이 그러는 건 괜찮나 보죠. 개인 데이터, 페이스북 포스팅도 아닌 한 나라 자료를 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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