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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Dec 31. 2017

남편의 배신

2016년 11월 26일

* 페이스북에서는 여성 독자분으로 제한했던  포스팅입니다.      



1. 남편은 아침형 인간이 아니었다.      


사귄 지 얼마 안 돼서였다. 그때 나는 일곱 시 반 정도에 출근해야 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원래 아침형 인간이라 별 문제 없었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부시락거리면 남편도 깨서 잘 가 빠바이 해주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깨서 옷 갈아입고 해도 아무런 기척이 없는 거다. 그래서 흔들어 깨웠더니...      


"깨우지 마!! 깨우지 마!! 좀 깨우지 말란 말이야!!" 

라고 폭발하는 거다. (이게 아마도 내가 남편을 알게 된 후로 처음이자 마지막 폭발 ㅋㅋㅋ) 


놀라서 "왜 그래?" 했더니.. 

"아침에 깨우지 마! 싫어!"      


알고 보니 남편은 엄청난 올빼미족이었다는 이야기. 그렇지만 새로 사귄 여친 때문에 아침마다 깨서 빠바이 해주느라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고.      

이것이 사귀기 시작해서 철 발견한 그의 비밀.      


2. 나는 남편의 타입이 아니었다.      


이건 솔직히 난 확신하고 있었는데 남편은 끝까지 아니라고 우겼다. 남편이 평소에 좋아하는 여자들은 매부리코다. 아니면 눈 사이가 멀리 떨어져 있거나, 둘 다이기도 하다. (Claudia Black 찾아보시면 돌듯). 물론 나는 매부리코도 아니고 각진 얼굴도 아니고 동글동글 양파다. 그리고 그리 예쁘지도 않다. 하지만 남편은 분명히 예쁘고 자기 타입이라고 우겼다.      

결혼 12년 만에 결국 고백했다. "처음 만났을 때 그렇게 이쁘다고는 생각 안 했어". 냐하하하하 ㅋㅋㅋㅋ 왜 그렇게 오랫동안 우겼냐고 물어봤더니.. "그런 거 솔직하게 말하면 맞아 죽는 거라 배웠어."      

누가 교육시킨 거냐 ㅋㅋㅋ      


3. "네가 차 제일 못 끓여!!"      


자, 이게 바로 내가 이 글을 쓴 이유. 남편이 제일 최근에 밝힌 비밀은 내가 끓인 차가 싫다는 거다!! 난 원래 다른 사람들에게 뭐 마시고 싶은지, 뭐 먹고 싶은지 물어보고 챙겨주는 거 정말 못한다. 그래서 남편이 늘 차 한잔 할래, 커피 타줄까 묻는 편인데, 결혼 생활 경력이 쌓이면서 나도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뭐 그런 이유로 남편이 뭘 하고 있으면 차 한잔 타줄까 묻는다. 우리 둘 다 티백 잠깐 담궜다 꺼내고, 설탕이나 우유는 안 넣기 때문에 간단하다. 그런데 어제.      

"네가 탄 차가 제일 맛 없어 ㅜㅠ"      

읭? 뭬야?      

알고 보니 난 물이 완전히 끓기까지 안 기다리고 90도 정도만 되면 그걸로 차를 타서 맛이 없다고. 아닌데. 끓는 소리 들으면 끄는데. 하니까 아니란다. 결혼 14년 차에 드디어 말하다니.      

그럼 니가 타 먹어 했더니.      

그래. 진실을 말하는 대가를 치러야지 한다. ㅋㅋㅋ      

뭐 그랬다고요. 아,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결혼하고 최초로 "그래 뱃살은 빼도 되겠다"란 말을 했군 ㅋㅋㅋㅋ      

음. 다음 해엔 또 어떤 비밀이 나올까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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