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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Dec 31. 2017

박근혜 씨가 여자라서 당선된 거 아닙니다

2016년 11월 29일

박근혜 씨가 여자라서 당선됐다는 건 개소리라는 거 우리 먼저 인정하고 갑시다. 다른 부분은 많이 모자랐지만 여자라서!! 그게 너무나 큰 장점이라서!! 사람들이 몰표를 몰아줬다, 이건 아니라는 거 인정하죠? 오케.  

   

박근혜 씨 일생의 최고 업적은 박정희의 자식으로 태어났다는 거죠. 그래도 어쨌든 여자고, 한국은 여성에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닙니다. 그리하여 이 분은 한국인이 싫어하는 여성의 특성은 없으셨습니다. 장동민이 말했던 거 있죠.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하는 여자 싫다고요. 박근혜 씨 저 넷 중에 아무것도 안 합니다. 설치고 따박따박 따지는 여자 한국 사람들 딱 싫어하잖아요. 생각하는 여자도 싫다더니 어찌 그리 신통하게 박근혜 씨 뽑았는지.     


(뒤에서는 무슨 짓 하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무슨 말 하면 수첩에 공손히 받아 적고, 우아하게 (안드로메다에서) 둥둥 떠다니고, 열심히 외모 관리 하셔서 젊음 유지하시고, 나대지 않고 조용조용히 일 처리(안)하고, 딱 어른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보수들도 "내가 여자라고 무시하는 그런 무식한 사람 아니라서 뽑았어!" 할 수 있는 여자입니다. 조신하고 공손하고 조용하고 생각 없(지만 말이 없어서 뭔가 있어 보이)고. 박정희의 향수를 깰만한 경거망동도 하지 않죠. 성녀 프레임에 맞추기 쉽게 미혼에 아이도 없어요. (엘리자베스 1세도 Virgin Queen 이였죠. 재기 케네디는 재혼하면서 엄청난 충격을 줬고요. 여혐 사회가 선호하는 성녀는 '고결한' 여성이고, 그런 여성상은 최소한의 성경험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최태민 관련 루머가 타격이 엄청납니다).   

  

박근혜 씨는 여자라서 대통령이 된 게 아니라 보수가, 여성혐오 한국사회가 대통령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유일한 여자, 박정희의 딸이라서 되었습니다. 그녀는 여자들을 대표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하는 여자들을 절대로 대표하지 않습니다. 부모 잃은 불쌍한 어린양으로 보호 본능 일으키는 게 다인, 앞뒤 안 맞는 유체이탈법의 화법만 구사하며 일을 최순실에게 맡기는 그런 이는 대한민국 여자를 대표한 적이 없습니다.     


여기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하는 여자 한 명, 박근혜 퇴진을 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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