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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Dec 31. 2017

역차별과 그 망할놈의 생수통

2016년 11월 30일 

무려 에어콘도 남녀차별한다. 나만 그런가 했는데, 여자분들 혹시 직장에서 에어컨 너무 빵빵 틀어서 추운 적 없으신가?? 이게, 에어컨의 '적정 온도'가, 1960년대의 쓰리 피스 슈트 입은 40대 남자를 기준으로 21도가 제일 쾌적하다!! 라고 결론 내린 탓이라네


관련 기사 링크:

http://www.telegraph.co.uk/science/2016/03/15/women-shiver-at-work-in-sexist-air-conditioning/


"할 게 없어서 그딴 거 가지고 시비냐??" 할 수 있겠으나.     

솔직히 말해보자. 난 영어가 편하다. 영어 편한 사람에게 요즘 세상은 이점이 무척 많다. 웬만한 관광지 가면 다 영어로 되어 있어서 일처리하기 쉽고, 어느 나라 가도 말 쉽게 통한다. 물론 영어 편하다고 누가 내 통장에 바로 돈 꽂아 주는 건 아니지만, 금전적인 혜택이 과연 없을까?     


직장생활에서도 보면, 영어가 조금 힘들어서 농담 잘 못 알아듣는 동료에 비교해서 농담 따먹기 잘 하는 나는 눈에 안 보이는 이득이 당연히 있다. 똑같은 실력으로 면접 봐도, 말 편한 내가 안 편한 다른 사람보다 훨 더 유리하겠지. 난 영어가 좀 불편하고 영어 이메일 잘 못 쓰는 동료가 영어 때문에 받는 불이익을 말하면 '피해의식 되게 심하네 영어 잘 한다고 _그렇게_ 도움 되는 건 아니거든' 할 수 있겠으나 그건 좀 아니죠. 마찬가지로 작게는 에어컨 온도부터 이리저리 늘어져있는 '남자의 이득'이 분명히 있다(해외생활에서 따지자면 언어의 이득이 성별의 이득보다는 더 크다고 생각하지만).     


생수통은 역차별이 아니라 사실 여자에 대한 차별의 증거다. 생각해보자. 어딜 가나 일 하는 사람이 백 퍼센트 여자고 생수통 사는 사람 쓰는 사람 다 여자라고 해도 그 정도 무게로 만들었을까? 아니지. 딱 성인 여자가 들 만한 무게로 만들었겠지. 여자들이 입는 옷을 남자 패턴으로 만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수통 회사는 여자 직원을 고려할 필요가 없던 시절에 생수통을 디자인했으니 여자가 들 만한 무게로 안 나온 거다. 관광지에서도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오면 한국 책자 만들 수 있겠지만 아니면 귀찮으니까 그냥 영어로만 해두는 것처럼. 오른손잡이가 대부분이니까 보통 다 오른손잡이용으로 나오고, 장애인이 소수니까 대중교통이 배려 없고 하듯이, 성인 남자가 일하는 사무실에서 쓰이는 생수통이라 생각하고 딱 그 정도 사이즈로 만든 게 표준이 된 거다. 

    

난 추운데 사무실 다른 남자들은 안 그렇다니까 나만 맨날 재킷 들고 다니는 거. 별거 아니지만, 이거 하나가 다가 아니라는 게 문제다. 영어 농담 하나 못 알아듣는다고 연봉 깎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게 다가 아닌 것처럼, 직장은 여자 주위로 설계되어 있지 않다. 생수통부터가 치사하게 그렇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생수통도 안 가는 여자' 소리 듣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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