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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Dec 31. 2017

친애하는 잠재적 아군님께

2016년 11월 30일

당신이 아주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전라도 사람이다. 엄청나게 빡친 상황에서 당신은 그 사람을 홍어라고 부르며 욕할 것인가? 그러면 시원한가?  

   

당신은 일본에 살고 있다. 

한국 사람이 당신을 엄청 빡치게 했다. 당신은 그를 조센징이라 부르며 욕할 것인가? 속이 풀리는가?     


나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내가 다른 여자를 욕하면서 미쓰x라는 호칭을 쓰는 상황을 상상할 수 없다. 개싸이코 미친 거 아냐라고 할 수 있고, **년도 쓸 수 있겠다. (말했듯 나도 여혐을 하고, 그게 내 여혐의 레벨이다). 하지만 내가 다른 한국인을 조센징이라 욕하면서 속이 풀릴 상황이 없고 전라도 사람에게 홍어라고 할 일이 없듯이, 한국에서 미쓰x라는 호칭은, 최소한 나에게는, 다른 이를 비하하면서 속이 풀릴 단어가 아니다. 그 단어가 너무도 심한 욕설이라서가 아니다. 여성 혐오 사회의 우울한 부분이 떠올려지는, 용도는 없으면서 촌스럽게 기분 나쁜 단어라 그렇다. (영어로도 이상하냐 그런 사람 있던데 당연히 한국만큼은 아니지. 영어가 한국 와서 고생한다).     


끝까지 미쓰박이 정당하고, 그냥 호칭이니까 괜찮다고? 그래. 당신은 싫어하는 여자에게 그 단어를 쓰면 속이 풀리는 그런 사람이다. 축하한다. 난 앞으로 혹시라도 재수 없게 미쓰x 소리 곁으로라도 듣고, 이게 아직 욕으로 통하는 한국 사회에 절망할까 싶어 당신 좀 피해 다니겠다.  


덧: 

그나저나, 지금 이 중요한 시국에 여혐 논쟁할 때냐 하던데, 박근해 나가면 그럼 우리 그때 이 얘기해도 되나요? 언제 해야 되나요? 아 이 다음은 차기 대권 문제가 더 중요하겠죠. 아 네. 그럼 그 얘기 끝나고 할까요? 아, 네. 요즘 경제 문제 심각하죠. 그것부터 아무래도 먼저 해결해야겠죠? 그럼 성차별 문제는 언제...? 아, 아뇨, 귀찮게 하려는 건 아니고요. 스케줄이라도 알아두면 도움 될 거 같아서요. 아 시간 되면 말씀해주시겠다고요? 아 네. 그럼 허락받을 때까지 기다.... 아 ㅅㅂ 그냥 확 불 질러 버릴까보다...는 실언이었습니다. 네네. 기다리죠 뭐. 네. 연락주세요 잠재적 아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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