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6일
이건 진짜 오래 전, 그러니까 십 년 전에 썼던 글.
뭐야 나 정말 아무리 아줌마라지만.
거의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중 한 번은 총각 둘, 신랑, 이렇게 넷이 브런치 먹으러 가는 거 같다. 재수 없는 주는 토욜 일욜 두 번 간다. 섹스앤더시티 보면 여자 넷이 재미있게 수다 떨면서 브런치 즐기는 거였는데 난 어쩌다가 컴공 셋이냐 제길. 여자 친구 좀 만들어야지 이거 진짜 서러워서.
등장인물은 신랑, 사악하기 짝이 없으나 돈 버는 데엔 신출귀몰한 재능이 있던 독일계 총각1, 순해 터진 영국계 총각2, 나, 요렇게 넷.
총각2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만으로 스물다섯) 정말 팔팔하다. 금욜 밤새 놀고 아침 아홉시에 들어와서 잠깐 눈 붙였다가 45분 만에 직장에서 온 전화 받고 나갔다가 오후 한시에서 네 시까지 자고, 우리 집에 놀러 왔다가 밤 열 시에 또 총각1과 손잡고 외출. 아침 일곱 시에 또 귀가했단다. 네 시간 자고 브런치 하자고 나왔다.
브런치 먹으러 가는 차 안에서:
총각1: 못된 여자들 많았어. ㅠ.ㅠ 한 번에 몇 명씩만 들여보내주는데 일곱 명! 그러더라고. 우리 일행이 넷이니까 뒤에 세 사람도 같이 들어가면 되겠다 싶어서 같이 갈까요 했더니 벌레 보듯이 ㅠ.ㅠ 나 상처 입었어.
양파: 니가 작업 거는 줄 알았겠지.
총각2: 아냐, 여자들 잔인해. 그냥 손만 흔들어 보여도 '어머, 꼴에...' 하면서 홱 돌아선다고.
총각1: 하여튼 여자들이 그런 상황에선 무소불위의 권위를......
양파: 아니아니 얘들아, 니네가 작업 거는 건데 무슨 여자가 무소불위의 권위까지.
총각1: 여자는 엄청 잔인하게 거절할 수 있잖아
양파: 넌 작업 걸 수 있잖아 -_-
총각1: 아냐, 그래도 여자가 더 잔인해. 나처럼 건전하고 착하고 나이도 어리고 날씬한 총각이 그냥 웃어 보인다고 해서 완전 변태 취급하다니.
(...좌중 잠시 침묵)
총각1: ...표, 표시 나냐? -_-?
(또다시 침묵....)
양파: 총각1, 니가 작업 거는 여자 중에 금발이 몇 퍼센트냐?
총각1: 난 요즘에 아시아계 누님 집중 공략 중이라.
총각2: 나도나도!
양파: -_-; 변태 작업 말고 말야, 백인 여자들 중에서 금발 몇 퍼센트냐.
(기인 한숨)
총각1: 어렸을 땐 금발 애들 좋아했구, 사실 금발 애들 중에 이쁜 애들이 많긴 많은데.
양파: 그런데?
총각1: 금발 애들은 왕사탕 같애. 걔네들은 감상용이야. 과하면 속쓰린다고. 엄청 틱틱거리고 데리고 사귀기 힘들고 바라는 것도 많고. 피곤해.
총각2: 맞아 맞아. 금발은 싫어. 걔네들은 무슨 차 몰고 다니는지부터 확인해(후줄근한 코롤라 새로 샀음).
총각1: 그건 상관없어 ㅡvㅡ (스포츠카 새로 뽑았음)
총각2: 어차피 클럽에서 작업 걸 때 너 차는 안 보이잖아.
총각1: (시무룩)
양파: 내가 얼마 전에 읽은 글에서 말야, 맞벌이 부부인데 어쩌고저쩌고 뒷땅뒷땅.
총각1: 그, 그런데 같이 벌더라도 여자가 밥은 해야 하는 거 아닐까? (유럽 출신 나이 스물에도 가부장스러움이 하늘을 찔렀던 독남)
(좌중 잠시 침묵)
총각1: 아니, 뭐 결국 결정해야 하는 건데. 맞벌이하는 아내냐, 전업 주부 할 아내냐 뭐 그런 거. 그런데 맞벌이 하면서 집안 살림도 하는 여자면 상대적 이득이...
(좌중 심하게 째림)
총각1: 뭐, 말이 그렇다는 거고. 그런 여자 찾음 좋다는 거지. 그런 거 보면 아시아 여자가 좋은 건가?
(좌중 계속 째림. 신랑님은 혀를 끌끌 참)
신랑: 양파 옆집에서 오 년 살고도 그런 소리 나오는 거 보면 너 현실파악 능력도 참.
총각1: (그래도 집안일은 여자가 해야... 어쩌고저쩌고 궁셩궁셩)
이건 사실 금요일에 신랑과 얘기 하고 나서 총각2에게 물어본 건데.
금요일 저녁.
양파: 신랑아. 니 전 여친이 머에 대해서 제일 많이 잔소리했어?
신랑: 뭐, 시간 안 지키는 거, 집 안 치우는 거 등등.
양파: 그렇게 잔소리 육 년 듣고 나서, 좀 변한 거야?
신랑: 변했지.
양파: 어떻게?
신랑: 한 번 약점 잡히면 끝장이니까 끝까지 아니라고 버티자, 그런 거랑. 목숨 걸고 반항이랑, 정말 꼭 해야 하면 심술부리고 엉망으로 하는 거 배웠어.
양파: ......-_-;
토요일
양파: 총각2야. 니는 니가 좀 오래 사귀었던 여친한테 머 지적받았어?
총각2: 거짓말을 많이 한대.
양파: 너 거짓말 잘 하냐?
총각2: 아, 뭐 집에 가야 하는데 가기 싫어서 늦게 일해야 한다고 그러는 거지 뭐.
양파: 그래서, 그렇게 지적 받고 나서 고쳤어?
총각2: 음.
양파: ?
총각2: 걍 헤어지자고 했어.
양파: 왜?
총각2: 진실로 대하니까 너무 자주 혼나게 되더라고.
-_-a
그 때 열두 세대짜리 연립 주택에서 저 둘과 우리, 또 다른 독일남 하나, 다른 영국계 총각 이렇게 다섯 집에 옹기종기 살고 같이 많이 놀았다. 그리고 십 년 후. 사악한 독일남은 돈 왕창 번 듯하고, 결국 아시아계 여자와 결혼했음. 총각2는 내 한국 친구 만나서 결혼했음. 독일남은 모르겠지만 총각2는 아주 훈늉한 남편이 되어 잘살고 있음. 총각2가 독일로 가서 독일남2와 이웃사촌. 이번 해에 가서 오랜만에 다 같이 모였다. 시간 참 빨리 간다. 남아공에서 건물 잔디 앞에 매트 깔아놓고 새해 파티하던 거 아직 기억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