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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6. 2018

공기 같은 여혐이 맴도는 '여혐민국'

2016년 12월 29일

예산 꽤 들였을 저출산 극복 프로젝트 웹사이트가 하루 만에 닫혔다. 가임기 여성 수를 지도에 표시하고 많으면 많을수록 꽃분홍에서 보라색까지 찌인~하게 색칠한 지도였다. 배경 사진은 물론 아이를 안고 환하게 웃고 있는 여자다.     

이거 하나 가지고 '여혐민국!' 이러면 여자들 진짜 오버 갑이다 느낄 수 있다. 여자가 아이를 낳아야 하니까 여성 이미지를 크게 넣은 것이고, 여자들이 핑크 좋아하고 여성의 상징이기도 하니까 전체적으로 핑크톤 깐 게 그게 문제인가?     


이게 공기 같은 여혐을 모르고 사는 사람에게는 정상적인 반응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포스팅 몇 개만 보자. 촛불집회 참가자를 전부 강간범으로 만든 그 진보 만화가는 사과문에 강간 서사가 "남자들에게 친숙하고 매력 있는" 포르노의 문법 어쩌고 지랄해 놨다. 그런 포르노 스토리가 남자들에게는 익숙하다고 한다. 이전 중식이 밴드는 리벤지 포르노, 그러니까 피해자가 엄연히 있는 몰카를 가난한 남성을 위한 작은 위로라고 변명했고, 그걸 공격하는 건 배부른 페미니스트들이 힘든 인디 (남자) 가수 밥그릇 뺏기라며 편 들어주는 이들도 넘쳐났다.

자, 그렇다면 남친을 사귀려는 여자가 여기에서 받는 메시지는? 남자 잘못 사귀면 몰카 주인공이 될 수 있고, 여자가 강간당하는 서사가 아주 익숙한, 남자의 실력행사로 보는 사람일 수 있다. 여자가 남자보고 그렇다며 일반화 공격한 게 아니다. 남자가 나서서 '우리 남자들 이래, 그거 인정 안 하는 니네가 메갈쿵쾅'이라고 말 한 최근의 케이스가 앞의 둘이다. 뭐 그렇지만 그럭저럭 좋은 남자를 만났다고 하자. 


어제 올린 연합뉴스 내용을 보자. 

여자는 눈이 높아서, 김치녀스러워서 결혼을 안 한다는 헤드라인을 뽑아낸다. 내용을 보면 남자 역시 나이 어린 여자에게 4천 2백만 원 연봉 바라고 2억 자산 바라고 외모도 아주 중요하다는데, 헤드라인은 '하여튼 김치녀가 문제'로 뽑는다. 슬쩍 훑어보는 사람은 '여자들이 역시 욕심이 많아서 문제야 쯧쯧'한다(그 연합뉴스의 보조 직원이었다는 사람이 페미니즘은 정신병, 그리고 여자에게 보*에 금칠하고 그렇게 살라고 폭언한 건 덤. 그런 사람이 뉴스 사에 취업 가능했다는 건, 아이 안 낳는다는 여자도 거기에 금칠하고 버틴다는 식으로 보는 사람들 충분히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또 얼마 전 뉴스. 전세 값이 10% 내려가면 대졸 남성 혼인율이 9% 올라간다고 한다. 남자는 혼자 결혼하나? 자료 뽑으려면 "신혼부부 수 증가율"로 뽑았어도 되지만 저딴 식으로 헤드라인 뽑으면 "역시 여자는 남자가 집이 없으면 결혼 안 하는군" 정서 팔겠다는 말이다. 의도적으로는 안 그랬을 수 있지.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다.     


하나하나만 보면 그리 큰 것들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며칠간만으로 내가 본 뉴스만 저거다. 그런 뉴스를 보고, 그런 이야기를 주위에서 듣고, 김치녀 욕을 보고, 임산부석을 질싸인증석이라 부르는 이들을 제재하지 않고,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엄마가 뭐 하나라도 거슬리면 맘충이라 비난하고, 그에 같이 마녀사냥에 동조하고 공격하는 그 분위기 하나하나가 착착 쌓인다. 여자는 귀먹었는가? 봉사인가? 그런 비난과 여혐 정서 눈 똑바로 뜨고 잘 보고 있다. 임신한 여자들이 격리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어떻게 고생하는지, 어떤 취급 받는지, 어떤 편견과 싸우는지 아주 잘 듣고 보고 간접경험하고 있다. 아이 낳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가임기 미혼 여자는 사귀는 남자가 성매매는 하지 않는지, 혹시라도 헤어지면 리벤지 포르노 풀 사람은 아닌지, 콘돔은 낄 건지, 혹시라도 내가 임신하면 어떻게 될 것인지, 결혼하면 직장은 어떻게 될 것인지, 시댁은 어떤 분들인지, 이런 불안을 다 '잘 될 거야'로 넘어야 한다. 임신한 여자들이 당하는 일들, 아이 엄마들이 당하는 비하 등등도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거라 굳게 믿어야 한다. 임신 중에 남자가 바람피워도 그건 이해해줄 수 있는 거고, 남자가 돈 벌어오는데 독박육아는 당연하고, 경단 되었다가도 알아서 취업해서 돈 좀 벌어오기를 바라는 문화도 나는 능력 있으니까, 혹은 우리 자기야가 그럴 사람이 아니니까로 극복해야 한다. 그런 여자라면 분홍색으로 도배한 웹사이트에서 공략 가능한 가임기 여성 수를 보고 그래, 여자들이 참 요즘에 애를 안 낳지, 왜 그럴까??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보통 여자들은 멘탈이 그 정도 되지 않아서 상당히 불편하다.     


여성에게 이기적인 김치녀 프레임 씌우는 것, 개인 레벨에서는 그저 조회수 올리기, 여자 사귀기 힘든 남자 한 풀어 주기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게 똘똘 뭉치면 저딴 식의 예산 낭비와 공중 헛발질이 된다. 이번 해 출산율이 최저라던데, 반 토막이 나야 방향 수정하려나.     


* 이걸 "일부의 남자들", 혹은 "일베들"로 치부하는 사람들 있었는데, 중식이 밴드의 리벤지 포르노 실드 친 사람들 명단 보셔야 할 듯. 거기에 금칠 어쩌고 한 사람은 연합뉴스 직원이었고, 그 새누리당 강간 만화도 일베가 아니라 루리웹에 올라갔던 내용이었음요. 뭐 그렇다 하더라도 정부 부처에서 떡하니 저딴 웹사이트 만든 거에 비하겠소만은, 일베만 패는 거 치사하잖아요. 그만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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