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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6. 2018

Eye on the prize

2017년 1월 2일

"나는 흑인들이 투표권을 갖거나, 배심원이 되거나, 공직을 갖거나, 백인과 결혼하는 데에 찬성한 적이 없고 지금도 그렇다. 백인과 흑인은 신체적으로 근본적인 차이가 있으며 사회적, 정치적으로 동등하기는 영영 불가능하다고 본다.." 


이런 발언을 한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에이브러햄 링컨입니다. 그런데 왜 바보 같은 흑인들, 니네 링컨 받들어 주냐, 이런 말을 한 인종 차별주의자였다!! 하는 사람들 요즘에 꽤 있습니다.     


며칠 전에 제가 글 쓰면서 유시민 씨가 한 발언을 곡해한 적이 있는데, 전 "해일과 조개" 발언을 그 사람이 한 것으로 알고 있어서 인상이 좋지 않았고, 그 와중에 그분이 최근에 했다는 말을 전해 듣고 그것을 또 더 삐딱하게 받아들였습니다. 해일과 조개 발언이 2002년이었다고 하네요, 최근이 아니고요. 그렇다면 그 발언의 컨텍스트도 바뀌죠. 아브라함 링컨의 저 위의 발언 역시 그때 분위기를 고려하면 아주 당연한 발언에 가까웠습니다. 몇몇은 정말 링컨이 흑인들의 인권을 위해서 싸운 게 아니라 나라가 두 쪽이 날 지경이어서 싸웠을 뿐이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상관없습니다. 링컨의 행동으로 인해 흑인 노예들은 해방되었거든요.     


효율성을 중시하다 보니까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게 뭔가"에 먼저 집중하는 편인데, 그럴 때 쓸 말이 eye on the prize. 어느 누군가가 여혐 발언을 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비난입니까 시정입니까. 그 사람을 비난함으로써 "여혐 발언하면 비난받는다"는 사실을 각인시킨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 사람이 사과하고 시정하면 그냥 옮겨가면 됩니다. 진실로 마음이 바뀌었는지 논하는 것은 eye on the prize가 아니죠. 그건 화난 내 마음 풀기입니다. 


마약 중독으로 집안을 망친 동생이 마약을 끊었다고 합시다. "흥 그래봤자 넌 마약을 얼마나 하던 앤데, 니가 마약을 끊는다고? 웃기지 마!" 이건 내 화풀이에는 도움 될지 모르나 실제로 마약을 끊으려 노력하는 동생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동생이 마약을 끊는 것 아니면 비난을 하면서 내 속을 푸는 것?     


얼마 전 뻘짓한 행자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푸는 사과문은 올라오지 않겠죠. 하지만 어쨌든 그 웹사이트는 내려갔고, 앞으로는 그딴 뻘짓 하기 전에 눈치 보겠지요. 원하는 것 쟁취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아름다운 가슴 가이드'를 내렸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변하는 방식이 완전히 마음에 들 수는 없습니다. 담배 끊는 것도 한 번에 확 끊는 사람들하고는 친구 하지 말라 했습니다(무서운 인간들이라고;;). 하루아침에 바뀔 수는 없지만 서로 조금씩 조심해갈 수는 있습니다.     


누구든 도덕적으로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여혐 반대 글 늘 쓰고 있지만 저도 여혐에서 전혀 자유롭지 않고, 지난 십 년 제 발언 보면 "여자가 왜 그러냐" "전 여자지만 안 이뻐서 뭐" 등등의 발언 외에, 십 년도 전에 쓴 글 보면 장애인 비하 욕도 엄청 들어가 있습니다. 그때는 그게 나쁘다는 생각도 없었습니다. 이때 장애인 비하 발언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라면 앞으로 그런 발언이 있을 때마다 주의를 주면 되고, 도덕적 흠을 찾아 남을 비난하는 게 목적이라면 "걔 뫄뫄 때는 장애인 비하 발언도 하던 애에요" 할 수 있습니다. 그중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속풀이도 필요합니다. 왜 이 사회가 이 모양 이 꼴인지 한숨 쉬고 욕하고 비난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한 템포 쉬고, 다시 기운차려서 일어나면 분노도 에너지인데 전략적으로 써야죠. 지금 당장 일어나는 일들에 문제 제기하고, 시정되면 넘어갑시다. 담배 골초 친구가 담배 끊으려고 시도를 한다면, 얼씨구 웃기네 보다는, 그래 잘 생각했다 새해에 금연 성공해라 하는 쪽이, 목표 성취에는 더 유효하겠지요. 여혐발언을 스프레이처럼 뿌리고 다니던 친구가, 상사가, 아는 오빠가, 동네 아줌마가 갑자기 아닌 척하거든 '너 전에는 이랬잖아!' 하지 마시고 칭찬해줍시다. 태세 변환할 기회를 줍시다. 


 Keep your eye on the pr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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