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잡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angpa Jun 06. 2018

이공계생들의 편견 계속

2017년 1월 6일

어느 그룹에서 내가 유일한 여자일 때는, 그냥 내 특성일지도 모르는 부분이 '여자라서 그런가'? 가 된다. 난 솔직히 작년에야 깨달은 건데, 나도 이런 편견 가진 사람들과 계속 일하다가 보니까 내가 생각하는 '여성적'인 특성은 사회 전반의 편견과 상당히 다른 부분도 있더라.     


내가 같이 일하고 친하게 지내고 하는 남자들의 98% 가 이공계다. 게다가 내가 유일한 여자일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생긴 편견. 글 쓰는 건 여자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 남자는 글 쓰는 거 안 좋아하고 안 씀. 남자는 언어 능력이 조금 떨어지거나 외국어 배우는 데에도 관심 없음. 남자는 문학 미술 정치 경제 인맥 이런 데에도 별로 관심 없음. 그건 여자들이 더 관심을 보임. 미적인 감각도 여자가 있음. 남자는 그런 거 없음. 말도 안 되지만 주위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면 나도 스펀지처럼 편견을 흡수한 것.     


내 주위 남자들이 보기에 자기가 있는 개발팀은 거의 100% 남자임에 비해 디자인 팀에는 여자가 보이고(역시 디자인은 여자!), 인사과도 다 여자고(역시 사회성과 인맥은 여자!), 프로젝트 매니저도 여자 비율이 높고(역시 이것저것 챙기고 조절하는 건 여자!), 정치 경제 문학도 여자(비 이공계 여친/부인이 즐기는 책을 자기는 읽기 싫으니까)...가 된다. 

이게 진짜 말이 안 되는 게, 주위 조금만 돌아봐도 글 쓰는 사람 남자 엄청 많고, 문과/예술 쪽에도 남자 엄청 많은데, '내 주변'이라는 버블이 그렇게 크다. 난 내 편견이 얼마나 큰가를 작년 시공사 병크로 알게 됐다(병크 간단 요약: 설마 여자가 중세 역사 관련 책을 사고 그러겠냐? 남자만 대상으로 이벤트 하겠다!! 역사에 대한 글 올라오는 거 보니까 방대한 지식은 다 남자더라). 난 상당한 역사 덕후였는데 그 전까지는 같이 사는 남편이나 내 주위 친구들, 동료에 비해서 '여성스러운' 취미가 많다고 늘 느꼈고, 그런 취미는 공유할 수 없어서 좀 소외감 자주 느꼈다. 

역사와 글쓰기 외에도 난 온갖 외국어 많이 배웠고, 음악, 미술, 인류학, 사회 전반 뉴스 이런 거는 내가 재미있어하는 거지 남편이나 내 주위 사람들/ 동료들은 전혀 1그램도 관심 안 보이는 분야였다. 그러므로 난 역사책 사보는 사람은 99% 여자라고 믿었다.     


나 그래도 로보틱스 장난감도 만들고 How it's made 마라톤 시청하고 하지만 전자기기, 수학, 하드웨어 등에는 그들만큼 깊은 관심을 안 보이니까 역시 여자라서 그런가 했던 것. 여기에서 또 웃긴 게, 주위 남자들 스포츠에 별 관심 안 보이는데 난 또 그건 남성/여성 차이로 전혀 안 봤다. 내 주위 남자들이 스포츠 별로 안 좋아하니까.     

참고로, 내가 아무런 악의 없는 (비한국인) 남자들에게서 들은 말들이다. 보다시피 얼핏 들으면 칭찬 같지만 젠더 편견 오지고, 비이공계 남자가 들으면 먹다 뿜을 내용 많다: 


"여자는 사회적이고 사람들 만나는 거 좋아하니까 언어 배우는 것도 잘 하고 글도 잘 쓰지 않나?" 

--> 내 여친은 나보다 친구도 많고 자꾸 만날 껀수를 만들어 나를 귀찮게 한다. 그리고 난 문서화 하는 거 죽기보다 싫다. 그냥 코딩만 하면 안 되나요. 


"여자는 뭔가 사람 관계나 사회에서 컨텍스트를 중요시 여기니까 역사도 좋아하는 거 같아." 

--> 여친이 읽는 역사책 나는 관심 1도 없다. 


"미적 감각이나 그런 건 예민한 감수성이 필요해서 여자가 더 잘하는 거 같아." 

--> 여친한테서 옷 못 입고 보는 눈 없다고 혼난다. 내 생각에 여친이 좀 예민한 것 같다. 


"정치, 경제 그렇게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것보다 실제적으로 중요한 학문에 남자가 더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 물리나 수학, 기계공학 같은가." 

--> 나는 정치 경제에 관심 1도 없다. 하지만 난 똑똑하니까 수학과 물리를 공부했...


"여자는 꼼꼼하고 기억력이 좋으니까 의사나 변호사, 회계사 그런 거 잘 할 거 같아. 사람들 잘 챙기니까 관리직도 잘 하고."

--> 난 기억력은 없지만 진짜 머리 좋은 애들이 그렇듯이 (...) 응용력이 뛰어나고 문제해결 잘 한다. 딴 사람들 챙기는 건 관심 없다


"여성스러운 성향이 있으면 문과 가는 것 같아." 

--> 문과에는 여자가 훨씬 더 많더라. 하지만 나는 진짜 사나이 ㅠ.ㅠ!!     


여러분, 버블과 편견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주변 친구들의 공학부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