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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6. 2018

내 주변 친구들의 공학부심

2017년 1월 6일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고, 내 주변 컴공/공대생 얘기다. 이 친구들 중에 사실 딴 직군들 무시하는 애들 많다. 진짜다. 

의사? 무시한다. 

변호사? 무시한다.


겉으로는 아주 겸손하고 조용하고 일만 얌전히 하는 컴공도 그런 우월감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의대랑 법대는 잘 외우면 되니까..라면서 안 부러워한다. 

존경심이 없다. 높은 자리 매니저도 '그저 관리직'이라 안 부러워한다. 돈 버는 건 살짝 부러워할지 몰라도, 기본적인 존경심이 역시 없다. 왜냐면 공돌이에게 엔지니어링이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쓸모있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뭔가 만들잖소. 변호사는 서류 작업, 의사는 고객 접대라고 보는 이들도 꽤 많다. 돈을 아주 많이 버는 것은 이들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옷 잘 입는 거, 좋은 집, 비싼 시계, 다 소용없다. 무언가 쓸모 있는 것을 만들거나, 머리 좋은 게 짱이다. 

그리고 이들에 따르면 머리 좋은 사람들은 수학이나 물리를 공부한다. 특히 이론 물리. 문과에 간 머리 좋은 사람 이런 건 좀 상상을 못 한다. 왜냐면 머리 좋은 사람들은 수학이나 물리, 빡센 컴싸를 공부하고, 코딩은 돈을 벌기 위해서 하기 때문이다 (...). 돈 잘 번다고 해서 머리 좋다고 생각 안 한다. 왜냐면 머리 좋은 사람들은 수학이나 물리를... 네 대강 아시겠죠. 쿨럭.  


그래서 이들의 롤 모델은 코딩 천재 제프 딘 같은 사람. 물론 스무 살 전에는 수학 천재나 과학 천재를 꿈꿨을 수도 있다(그러나 내 지금까지 살면서 근자감 엄청난 사람 꽤 만났지만 감히 폰 노이만을 꿈꿨던 용자는 없었다). 중고등 시절엔 천문학 깔짝대거나, 전자공학, 우주공학 이런 거 하면서 뭐 엄청난 거 만들고 싶어했을 수 있다 (빅뱅 이론에서 death ray 만들려던 쉘든 같이). CERN에서 Large Hadron Collider 관련 일이 꿈이었거나 실제로 거기서 일한 애들도 꽤 있다. 그러다가 뭐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코딩하고 있지만 그래도 의대가고 싶었던 적은 없었던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2000년 전후만 해도 한국에서 공대는 전망이 없다, 어차피 일하면 상사는 문과 출신 관리직이다 이런 소리 들을 때도 난 위의 이공계 문화에 더 익숙해서 참 상상이 안 갔는데, 2000년대 후반 정도 와서 전세계적으로 변화가 느껴지더라. 이공계 배경의 주인공이 막 영화와 드라마에 나오기 시작하고, 문과보다 이과가 더 낫다는 소리가 한국 신문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내 살다 살다 개발일이 패셔너블한 시대가 올 줄이야. 하기야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하고 이십 년 지나니까 무려 자바스크립트가 서버사이드... 하아.


한국에서도 이공계 간 친구들이 "의대생보다 낫다"고 마음속 깊이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적어도 내 주위에서는 이과/공대 간 친구들이 '의대 갈 걸' '법대 갈걸' 하는 소리 들은 적은 거의 없다.


결론1:

한국은 어때요?

결론2: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글쓰기 좋아하고 잡다한 데 관심 많은 문과 성향으로 살아남으려다 보니 자존감이 가루처럼 박살이 났습니다. 순수 수학/물리/컴싸에 올인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눈빛이 흐려진달까. '너 똑똑한 줄 알았더니 아니구나..쩜쩜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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