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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7. 2018

로타 사진 비판이 한국의 성적 경직성이라고?

2017년 1월 8일

로타 사진을 가지고 표현의 자유를 들먹이고, 한국이 성적으로 꽉 막혔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하는 말을 보고.     

십 년도 넘은 언제인가 연예인 모 씨가 위안부 콘셉트로 섹시 화보를 찍은 적이 있었다. 당연하지만 난리가 났고 그분은 사과하고 피해자 할머니들을 찾아가 무릎 꿇고 눈물로 사과하고 그랬었다.     

이게 왜 잘못됐을까? 그 엄청난 비극적인 일을 모바일 섹시 화보로 소비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엄연히 피해자들이 있는데, 그것을 섹시 콘셉트로 바꾸고, 카메라의 시선은 그런 여자를 보고 욕망을 느끼는 '가해자' 입장이었다. 물론 이렇게 주구장창 설명 안 해도 거의 모든 한국 사람들은 격렬한 반감을 느꼈다. 표현의 자유를 논하는 이도 없었다.     


로타의 사진이 왜 잘못됐을까?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화 하는 건 옳지 않다, 이건 동의하죠? 미성년자를 성적 상대로 보는 사람들 때문에 오늘도 성추행 성폭행 피해자가 있다는 거 동의하죠? 지금 성인 여자들도 어렸을 때 한두 번 안 겪은 사람이 없는 거 아시죠? 그런데 그것을 섹시 콘셉트로 바꾸고, 카메라의 시선은 '미성년자를 보고 성욕을 느끼는 남자' 입장입니다. 이렇게 주구장창 설명해야 왜 반감이 느껴지는지 이해 간다면 그게 너무 당연하게 소비되어 온 사회에 물들었다는 뜻입니다.     


설리가 킴 카다시안 콘셉트로 전라 섹시 화보 찍는다? 노 상관. 온라인으로 전라 몸캠한다? 노 상관. 자기 섹스 테이프를 만들어 직접 풀고 다닌다? 노 상관. 성인 여자, 그리고 연예인으로서 자신의 성욕이나 섹슈얼리티를 주체적으로 드러내겠다면 전혀 말리지 않겠으나, 그것을 솔직히 표현하는 대신에 어린아이 콘셉트로 '나는 무력하고 아무것도 모르고 순하고 얌전하지만 섹시하니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식의 섹시 화보를 찍는 것? 이게 정말 무해하다고?     


다시 묻는다. 위안부 콘셉트 섹시 화보가 '색감'이 좋았다면 용서되는가? '빛을 잘 써서' 예술성이 있었다면? 그 비극적인 사건을 재조명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더 모으기 위해서 그런 건데 왜 음란마귀가 씌여서 그딴 식으로 보냐고 한다면?     


네. 개소리 맞아요. 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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