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회사는 망해야 한다

2017년 1월 13일

by yangpa

십 년 전 한참 혈기 넘칠 때 *** 회사 처참하게 망해라고 욕한 적 있다. 망하라는 말 쉽게 한 거 아니었다. 남편은 스타트업 IT 회사 창업주로 젊은 날 십년 때려 박았고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는 개발자 출신 부부다. 그런데도 왜 망하라고 악담했냐면 그 회사 사장이 "직원 중에 이혼한 사람도 있다"를 자랑스럽게 말했기 때문이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이 *@#$야.


의사가 학회에서 '이 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죽인 환자가 몇십 명이나 됩니다' 하면 참이나 환영받겠다.

'성적을 높이기 위해 열라 패서 신세 조진 학생이 몇십 명이나 됩니다만 스카이 간 학생도 많습니다.' 도 아마 안 통할 걸.

그리고 하필이면 회사 일을 위한 희생으로 '이혼'을 든 것도 참. 과도한 업무로 날 수 있었던 다른 파탄을 생각해 보자.

'부모님이 암 투병 중이시지만 가볼 시간도 없어 얼굴 못 뵈고 그냥 보내드렸습니다. 장례식에 가려니까 제품 출시일이 언제인데 정신이 있냐고 혼났습니다.'

이건 재미없다. 개인 문제로 국한해 보면? '시력 저하와 척추 문제로 더 이상 일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병원에 갈 시간 낼 수도 없습니다.' 이것이 영웅적인가? 언론 인터뷰에서 웃으면서 할 말인가? 회사를 위한 희생이라 칭찬해줄 만합니까?


그 회사 대표는 '직원이 이혼했다'는 받아들일 수 있는 희생이라고 생각해서 그걸로 농담했을 것이다. '일하느라 바빠서 부모님 임종도 못 지켜드렸다'는 별로지만 '가정이 깨졌다'는 그럭저럭 괜찮다는 거. 더 이상 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재밌지 않지만, 이혼 요건 오케이.

그게 소름이 끼쳤다. 서서히 금이 가는 가정을 지키는 것, 개인의 건강을 지키는 것보다는 내 제품 출시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 이게 사이코패스 발언이 아니면 뭔가.

희생하고 싶으면 자신만 희생하세요. 당신이 일하고 싶어서 열심히 일하다가 당신 아내가 이혼을 요구했다면 그거야 당신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왜 회사 사람들에게 똑같은 희생을 요구합니까. 그렇게 투덜거릴 거면 개발자랑 왜 결혼했냐고요? 좋아서 결혼했죠. 나 혼자 죽어라고 애 낳고 살림하고 뒷바라지하고 돈까지 벌어오면서 당신 좋은 일 시키려고 결혼한 거 아니거든요.


그래서 악담했었다. '근성으로 무조건 사람들 쥐어짜서 어케어케 하다 보면 성공할 수도 있다', 혹은 '성공하려면 그런 식의 희생은 필요하다' 라는 인식이 퍼질 위험이 있으므로 저런 회사 망해야 한다고. 근성 삽질은 아무런 결과 없는 개고생 삽질일 뿐이라는 거, 그 개념 좀 돌머리에 새기기 위해서라도. 이런 사람들 때문에 월급 체불도 정당화되는 거고 수당 없는 야근도 정당화되는 거지. 다들 고생하면 언젠간 보상받을 거니까 닥치고 야근하라는 저따구 사고방식, 망해야 한다.


(뭐 꼭 어느어느 회사 대표가 성공 비결로 야근야근 해서 쓴 글은 아니고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마소 대주주님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