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4일
"메갈 정신병 페미니스트 정신병 같은 말을 보고 그럴 수도 있지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네요. 페미니스트 미친년이라는 데 그게 그럴 수도 있지의 범주인가요?"
라는 댓글을 봐서.
네.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그 말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한국에서 동성애는 정신병이다, 라이프스타일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 꽤 많죠? 몇 십 년 전만 해도 세계 어디나 그랬습니다. 만약 제 주위 사람이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인간 취급 안 하겠지만, 그 사람의 배경이 아주 보수적이라면 그 발언, 그 가치관 하나로 막장 취급하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성장 배경과 교육 환경, 주위의 분위기는 한 사람의 가치관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 대부분 무슬림이 아니지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면 아마 대부분 무슬림이었을 거예요. 자신이 파악 불가능할 정도로 깊게 새겨진 가치관은 바뀌기 쉽지 않습니다.
페미니스트 미친년이라는 말이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요. 손녀가 시집 안 가면 끝장이라고 생각하는 할머니, 아이를 안 낳겠다는 딸이 소박맞을까 무서운 아버지, 자신은 진정 걱정하는 마음으로 저녁에 일찍 일찍 다녀라 잔소리 하다가 네가 뭔데 간섭이냐며 차인 남친. 이들에게 나는 페미니스트다 그러므로 당신들이 원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 하면 저 소리 나올 수 있죠.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인간 말종 재생 불가능 쓰레기인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바뀌기 힘들겠지만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많이 화를 낼 수도 있고 설득하기 힘들겠지만, 꼭 나쁜 의도로 한 말은 아닐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메갈쿵쾅이라고 하는 사람. 이 사람은 '너 못생겼음'이 논리잖아요. '메갈 애들 미친것 같다'와는 다릅니다. 한 사람의 인격을 외모 비하로 깎아내리는 거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관을 다른 사람이 다 받아들일 수는 없고, 그렇지 않다고 해서 사람 취급 안 할 건 아니지만, 나를 인격체로 대할 준비 자체가 안 되어 있는 사람은 나도 대접해 줄 필요 없겠죠.
덧.
그러므로 유엔 십년 한 반기문 전총장이 동성애에 관해서 헛소리 하면 인간 이하입니다. 하지만 한국 토종 정치인이 성소수자들에 대해 몰상식한 발언을 한다면 최소한 몇 번은 설득 노력할 용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