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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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타일은 역사적으로는 그리 잘 드러나는 타입이 아니었다. 최근 인류 역사 최초로 지구적인 남녀평등이 유행하면서 남자가 여자를 보호해주거나 구해주는 모델이 촌스럽게 느껴지는 이들 사이에 뜨기 시작한 모델인데 실제 생활에서는 20대 외엔 찾기 힘들다. 온갖 미드, 영화에서 파트너로 일하는 남녀들을 생각하면 된다. 남녀는 손발이 척척 맞고 둘 다 전문성이 뛰어나다. 남자는 여자를 보호해준다는 기본 본능은 있지만 여자는 보호가 필요 없다. 물론 이건 시나리오상으로만 그렇고 실제의 파트너 형 모델은 여자를 보호하고 책임진다기보다는 배려해준다는 정도로 끝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이공계형 남자 중에 이런 스타일이 자주 있었다. 상대방을 정말 존중하고 평등하게 대하는 건 좋은데, 상대방이 더 이상 전문적인 멋진 여성이 아니면 실망한다. 그러므로 직장에서 만났을 땐 똑 떨어지는 일 처리 실력에 반해서 결혼했다가 살면서 여자가 아이를 낳으면서 전업으로 돌아서고 남자 퇴근을 기다리며 약한 모습을 보이면 말은 하지 않아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이 남자는 예쁜 여자보다는 같이 일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여자를 꿈꾼다. 여자의 성격 받아주는 것을 불공평하게 느끼고 그만큼 자기도 여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간단하게 말해서 ‘손발 맞는, 부담 없고 지킬 것 지키는 친구’를 찾는 것이다.
이런 스타일이 ‘너는 강아지’ (1) 형이 조금 있다면 그야말로 이상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런 조합은 실제로는 찾기 힘들다. 사실 이공계쪽 남자들도 ‘너는 강아지’스타일이 훨씬 많고 파트너형은 아주 드물다.
좋은 직장에서 만나 결혼해서 사는데 사실 좋은 남편에 속하고 딱히 불만도 없지만 전업이 된 후로 뭔가 늘 그 남자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이 느껴지며 편하게 기댈 수 없다 생각된다면 이 스타일 되겠다. 여가 시간에 남편이랑 같이 놀고 싶은데 자기 계발이라도 하라며 떠민다면, 아니면 각각 취미에 푹 빠진다면 역시 이 스타일이다. (돈 벌러 오라고 구박하는 케이스면 해당 되지 않는다). 이 스타일의 이상적인 결혼은 ‘같은 집에 살지만 작업실이 따로 있어서 같은 공간에서 각자 일을 할 수 있는 두 사람’이다. 그러므로 보니와 클라이드, 손발 맞는 부부 사기꾼, 혹은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에서 나오는 부부를 연상하면 되겠다. 그 영화에서 앤젤리나 졸리가 은퇴하고 집에서 요리만 한다면 남편이 흥이 안 나지 않겠소? 물론 그렇다고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아내가 자기만큼 알아주는 전문인이었다는 것이 상당한 매력이었으므로 그 매력이 떨어지면 관계도 시들해진다.
여자들이 이 스타일에 끌리는 이유는 여자를 동등한 상대로 존중하는 태도, 외모보다 지성이나 일 실력을 쳐주는 성향 때문인데, 꼭 당장 기대자는 건 아니라도, 내가 기대고 싶을 때 기댈 수 있다는 확인을 받고 싶어하는 여자들에게는 마음 한구석에 찬바람이 조금 불게 한다.
– ‘너는 강아지’ 혹은 ‘너는 고양이’형과 결합되면 다음과 같은 모델도 가능하다
‘너는 강아지’ (2) 스타일 중에서 남자가 남자 특유의 똥고집이나 자존심이 덜하고 현실적인 부분이 크다면,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여자’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개천의 용으로 의사가 된 남자가 재력 있는 집의 딸을 찾는다던가, 사업에 소질이 있는 남자가 쟁쟁한 기업의 외동딸과 결혼하면서 데릴사위 비슷하게 들어간다던가 하는 경우다. 그 정도로 드라마틱하지 않더라도 부부 변호사라든지, 여자는 연구직이고 남자는 여자의 연구물을 상업화해서 판다든지 하는 부창부수 시스템을 꿈꾸는 케이스가 여기 해당한다. 이런 경우 보통 남자는 야망에 넘치지만 여자를 존중하고, 가족을 책임진다는 개념도 넘친다.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여자가 독립적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너는 고양이’ 스타일이면서 ‘너는 파트너’에도 해당하는 남자는… 외국 남자들 중에 이런 이들 꽤 있는데, 미안하지만 나쁜 놈들이다. 결국은 ‘나랑 같이 살면서 섹스는 해주지만 그 외에 시간에는 날 귀찮게 하지 마’가 되겠다. 여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가까워질 거라 믿을 수 있겠으나 오산이다. 남자는 여자가 ‘독립적’인 면이 마음에 든다고 하고, 남자와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여자에게 들러붙는 건 질색이라며 밀어낸다. 결국은 ‘정기적인 섹스를 위해서 같이 사는 건 괜찮지만 그 이상은 바라지 마’가 되겠다. 원래 그런 남자라고 생각하는 것도 실수다. 한 사람이라도 상대방에 따라, 혹은 나잇대에 따라 여러 가지 연애스타일을 겪게 되는데 이런 식으로 여자 갖고 놀다가 맘에 쏙 드는 여자 있으면 언제 그랬냐 싶게 졸졸 따라다니고 그 싫다던 결혼도 해서 잘 사는 거 엄청 많이 봤다.
(이 시리즈도 끝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자 연애 패턴 시리즈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