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발언의 화자는 성별이 무엇인가?

2017년 2월 11일

이전 글에서 나는 화자의 성별을 말하지 않았으나 댓글로 보아하니 다 남자로 본 듯하다. 그러니 일반화하지 말라는 말부터 나오는 것 같은데, 좀 더 자세히 쓰자면.     

"날 뭘로 보는 거야?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 거 같애? 넌 얼굴이 무기거든? 술 그냥 한잔 하쟀지 섹스 하쟀냐?" 

-> 요건 거의 백퍼 남자. 그렇지만 '얼굴이 무기'는 여자도 자기 비하 조크로 많이 쓴다. 어쨌든 술만 먹여서 '자빠뜨리면 된다'는 남자가 꽤 많다. 그러다보니 끈적한 의도 없이 그냥 친구로 술 한잔 하자는 남자도 오해를 받는다.     

"지도 다 알고 남자랑 같이 술 마시고 한 거지." 

--> 요건 남자 여자 다 흔히 하는 말이다. 여자는 나이가 많을수록 이러기 쉽더라. 젊은 여자라도 충분히 하더라. 강간 혐의를 받는 남자를 감싸는 상황에서 이런 막말이나 피해자의 인격 살해하는 여자 아주 많이 봤다.     

"콘돔 끼면 느낌 별로란 말이야. 엄살 좀 떨지 마. 임신 그렇게 쉽게 되지 않아." 

--> 요건 아무래도 남자. 여자가 엄청 프로 예민러인 것처럼 몰고 가거나, '네가 콘돔이 뭔지도 알아? 되게 까진 애구나?' 라는 식으로 창녀 프레임을 씌우기도 한다.     

"여자가 몸 막 굴렸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그것도 모르고 섹스했어?" 

--> 이 말 역시 남자 여자 다 하더라. 미혼모를 경시하는 사람들이 백퍼 남자 아니고, 댓글 난에 보이는 댓글은 남자가 주로 달았을지 모르지만 오프라인에서 이런 말 하는 사람은 난 솔직히 여자를 더 많이 봤다.     

"결혼 한다고 다 그렇게 괴롭게 살고 그런 거 아니거든? 피해의식 진짜 쩐다." 

--> 이 말은 진짜 정말 여자가 말 하는 걸 더 많이 들었다. 결혼 부심 쩌는 여자들 많고, 결혼 안 한 친구들에게 오지랖 넓게 조언하면서 이런 말 잘 나온다. '남자 별거 없고 다 비슷하다', '남자는 애 아니면 개',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 '여자가 저러니까 남자가 바람피우지' 등등도,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여자 화자가 월등하게 많았다.     

"그런 것도 각오 안 하고 결혼했어? 결혼이 애들 장난이야? 도리는 해야지!" 

--> 이건 화난 남편이 부인에게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시댁과 친정, 주위 오지라퍼들에게서도 이런 말 바께스로 나온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결혼하고 오년 넘게 남편 아침밥 챙겨주라고 잔소리했다 (...) 남편 이렇게 섬겨라 저렇게 섬겨라, 시댁에는 이렇게 하는 게 좋다, 그래도 기본은 해야지 나중에 큰소리친다 등등은 정말 거의 백 퍼센트 아줌마들의 오지랖 잔소리였던 걸로 기억한다.     

"애들 다 지 밥그릇 가지고 태어나. 낳고 나면 어떻게든 다 키우게 되어 있어. 요즘 여자들 정말 이기적이야." --

> 남녀 반반인 듯.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이런 말 하신다. 요즘에 아이 낳아서 키우기 무섭다 하면 곧바로 나오는 답이지만 출산비 보태주겠다든지 애 봐주겠다는 말은 당연히 없다.     

"누가 낳으랬어? 지가 낳았으면 지가 책임져야지. 키우지도 못할 거면서 낳긴 왜 낳아?" 

--> 난 이 말을 젊은 여성에게서도 가끔 들었다. 그리고 노오오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혹은 자칭 진보라는 사람들도 남녀 가리지 않고 이런 말 자주 한다. 나는 뼈 빠지게 일해서 세금 내는데 그거 가지고 저렇게 애나 낳아대는 가족들에게 퍼부어준다는 식의 비난이다.     

저 말이 싸그리 다 남자가 가해자다라는 식으로 봤다면 좀 억울할 만하다. 위의 발언 중에 특히 오지랖스러운 말은 여자에게 하는 말이니 남자로서 못 들었을 수도 있고, 나이 대에 따라 차이가 커서, 젊은 남자로서는 '내 주위엔 그런 말 하는 사람 없고 난 들어본 적이 없다'가 아주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여자로서는 정말 엄청나게 자주 듣는다. 꼭 나를 해하려는 남자에게서만 듣는 게 아니라 사회 어디를 가나 젊은 여자는 만만한 오지랖 수신인이라 아주 자주 듣는다.     

그러니 제발 이거 남혐이다 일반화다 얘기 좀 그만하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