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14일
오늘 아주 날이네요. 가는 김에 또 갑시다.
인터넷에서 페미니즘 입에 달고 사는 것들만큼 오만하고 무식한 것이 없다는 모모 씨. 글쎄, 나도 가방끈 짧은 편은 아닌데. 당신 글 보아하니 당신도 그리 많이 배운 것 같진 않고요.
'한국은 인간을 막 대하는 사회인데 어디서 여권 찾고 난리냐 니네 세상 진짜 모르는구나'였죠. 여권 대신 인권 하니까 내가 훨씬 더 유식한 것 같고 여자 부심 없는 쿨한 여자 같나요? 선진국에서의 페미니즘이 정말 인권 존중이 완벽해서 생긴 것 같나요? 역사 공부는 한 거죠? 서프라제트 운동 때 노동자 인권이 어땠는지, 노예 제도가 어땠는지, 인종차별 문제가 어땠는지는 알고 지금 니네들 무식하네 어쩌네 지껄인 거죠? 인권이 먼저다 하면 뭔가 다들 와와 해 줄 거 같나요? 아뇨, 당신이 하는 거, 여자를 또다시 역사에서 지우는 짓입니다. 당신 말대로 인권부터 찾고 페미니즘 무시했으면 지금 당신 투표권도 없어요. 학교도 못 다녔을지 모르죠. 성희롱이라는 콘셉트조차 없겠죠. 아, 그 와중에 '여자인데 페미니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라는 식의 발화 이득은 쏙 빼먹네요. 당신 지금 그래서 약자를 위해서 뭘 하고 있나요? '나도 여자지만...' 으로 페미니스트들에게 윽박지르면서 인종차별주의자들의 all lives matter 식 논리 (세상사 잘 아는 분이니까 뭔진 알죠?) 로 부정하는 거 말고 뭐 다른 거 하나요?
하고 있다고요? 그럼 그거 더 열심히 하세요.
페미니스트들은 디지털 성범죄 근절. 직장 성차별 폐지. 성희롱 성추행 처벌. 경력 단절 대책 등등의 방법으로 사회의 약자를 위해서 싸울 테니까 당신도 결식 아동 노인 노동자들 위해 싸우세요. 사회의 약자를 위해서 싸우는 건 좋죠. 하지만 느낌에 페미니스트들 까는 데에 제일 힘쓰는 거 같죠? 마침 기득권 권력 체계가 딱 좋아하는 논리인 건 덤이고요.
당신 같은 여자도, 여권 신장으로 득을 봅니다. 당신 같은 여자들도 먼저 싸워준 페미니스트 덕에 투표를 할 수 있고, 학교를 다닐 수 있고, 똑같은 법적인 권리를 가질 수 있죠. 인권이 나아지는 날까지 기다렸다면 그럴 일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당신 같은 여자도 소라넷 상대로 싸워온 여자들 덕에 몰카의 위험에서 조금이라도 덜 위험해지고, 당신 같은 여자도 여혐 문제로 물고 늘어지는 여자들 덕에 김치녀 소리 덜 듣겠죠. 좀 더 나아가서 한국에서 좀 더 여혐이 없어지면, 당신 같은 여자도 인사고과 때 여자라고 불이익 받지 않고, 당신 같은 여자도 회사에서 성추행/성희롱 당하는 일이 줄어들 겁니다.
모모 씨.
페미니즘이 당장 내일부터 사회의 상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상, 여자로 살면서 분한 날 꼭 올 겁니다. 인권 좋아질 날 안 기다리고 그렇게도 난리 난리 우르르 푸닥푸닥한 페미니스트들이 많은데도, 그런 일 꼭 있을 거예요. 지하철 성추행일 수도 있고, 여자라고 막말하는 택시기사일 수도 있어요. 그럴 일 없기 바라지만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일 수도 있겠죠. 아니면 모모 씨 말대로 정말 인권을 위해 싸우는데 '얼굴 못생기고 옷도 못 입는 게 남자같이 말한다'일 수도 있겠네요. 정당 대표한테도 그런 말 하는데 모모 씨한테 못 할 거 같진 않죠? 이 일도 없기 바라지만 술자리에서의 성추행일 수도 있고, 성희롱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같은 여자들에게서의 오지랖일 수도 있어요. 시집 안 간 여자는 이렇다 저렇다, 왜 시집 못 갔는지 알 거 같다, 저 성격에 어떤 남자가 좋아하겠느냐 등등.
그때 페미니스트들의 발자취 느낄 겁니다. 가정 폭력으로 경찰서에 가서는 이미 경찰서에서 가정폭력을 인정해달라며 난리치고 싸우던 페미니스트 덕분에 신고가 가능할 겁니다. 접근 금지 명령이 가능할 겁니다. 스토킹하는 전 애인을 '좋아하는 게 뭘 그러냐'는 식으로 무시하지 않을 겁니다. '아이도 안 낳은 여자가 뭘 아냐'라고 누가 뭐라 한다면, 페미니스트들이 한 번 휩쓸고 간 자리라면 모모 씨와 같이 그 오지랖에 한마디 해 줄 사람 있을 겁니다. 여자가 애를 낳아야 여자냐? 뭔 헛소리냐. 좋은 남자 만나서 임신해서 직장 다니고 있다면, 그리고 그 전에 피 터지게 투쟁한 페미니스트들이 있었다면, 짤릴 걱정은 좀 덜 해도 될 거고요, 국회에서 페미니스트 푸닥푸닥이 지나가면 남자도 출산휴가 맘 편하게 쓸 수 있게 되고 여자도 애 낳았다고 짤리지 않겠죠. 맘충 어쩌고 하는 기사에 우르르 쿵쾅 메갈 소리 들으면서 댓글 달고 난리친 사람들 덕분에 정부 정책이 바뀌었을 수도 있고, 모모 씨 남편이 육아에 좀 더 참가할 수 있겠고요. 지금 디지털 성범죄 가지고 쿵쾅쿵쾅하는 여자들이 성공하면 그 역시 처치, 처벌이 쉬워질 겁니다.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 같이 싸워야 한다고 하진 않겠습니다. 다른 사회의 약자를 위해 싸우고 싶다면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이기적인 페미 니네가 여자만 챙기는 동안 난 같은 여자지만 남자들 힘든 것도 이해하므로 니네가 무식한 거다, 우리는 인권 전체가 나아질 때까지 여자들 쨍알거림은 무시하겠다 이딴 헛소리는 하지 말죠. 정말 기득권에게 잘 보이려는 애교가 아니라면. 그리고 페미들에게 예의와 도리를 모르는 것들 인간에 대한 성찰해라 윽박지르기엔 좀 창피하지 않나요?
* 글 링크는 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