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일상잡담

남초 직장의 현실

2015년 10월 29일

by yangpa

정말 좋은 사람들이고 오히려 역차별에 가까운 심한 배려가 있을지언정 여자라고 비하 차별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동료 송별회 이벤트는 go-kart. 네. 그러시겠죠. 어련하시겠어요.

나 진짜 레이싱 안 좋아한다. 어지럽고 귀찮고 빨리 달리면 또 뭐할 거며, 똑같은 트랙 몇십 번씩 돌아서 뭐할 건데. 그래서 1, 2초 빠르면 또 어쩌고 느리면 또 어쩌라고. 정말 관심 손톱만큼도 없지만... 이거 하겠다는 사람 스물. 그냥저냥인 사람 나 하나, 뭐 그러면 대략 게임 오버. 아니지, 얘네들 게임 시작.


그나마 몇 명이 빠져서 이 인원이고, 보통은 20~30명 중에 여자 나 한 명. 교육이라도 받으러 가면 50대 1은 껌. 이번에 러시아 여자 한 명 면접 보러 온다는데 제발 정말 플리즈 됐으면 좋겠다. 남탕에서 벌써 15년차다. 환장하겠다. 연차 올라갈 수록 더 심해진다.


저 그래서 여자분들 만나는 거 미친 듯이 좋아합니다. 런던 오시면 무조건 연락 주세요. 여자분들이랑 차 마시고 수다 삼매경, 이것이 바로 나의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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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초직장 포스팅에 이어.


나 정말 불평하면 안 될 정도로 배려받는 건 아는데, 배려받는 것 자체도 불편할 수가 있다는 거, 배부른 투정으로 들리지만 정말 그렇다.


남자들 30명 말하는데 내가 한마디 하면 곧바로 시선 집중된다. 목소리가 확 다르니 어쩔 수 없음. 어제 행사 역시 안 온 남자애들 몇 있었다. 새로 온 신입은 자기는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한다고 안 왔다. 동료들은 별 신경 안 쓰고 그러냐 하고 넘어갔다. 반대로 나는 오냐, 왜 안 오냐, 같이 하자 소리를 스무 번 넘게 들었다. 어딜 가도 뭘 해도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내가 뭘 하는 건 "여자"가 하는 것이 된다. 남자들이 햄버거 먹자 할 때 난 피자 먹자 했으면, 내 말에 신경 더 써준다. 그러니 난 민폐 끼친 느낌이고, '여자들은 피자 좋아하나' 이렇게 될 수도 있고. 아아아아악.


이런 홍일점 상황, 공대 아름이라고도 하던데, 거기에 로망 있는 사람들 있는 거 안다. 남자들에게 둘러싸여서 대접받을 거 같은 그런. 첫 한두 해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실 직장이 널널한 편이라 서로 견제하고 여자라고 무시하거나 그런 거 전혀 없어도, 그냥 정신적으로 피곤하다. 정말정말 좋은 동료들이고 여자였다면 엄청무지막지하게 친해졌겠지만 일 끝나고 개인적으로는 안 만나고 전화 안하고 교류 없다. 없도록 만든다. 친한 동료 있어도 점심 먹으러 갈 때 둘만 가긴 좀 그렇다. 출장 가는 것도 아주 조금 피곤하고 (다들 호텔 자꾸지 들어가는데 남자 열다섯 나 하나 뻘쭘해서 빠진다던가)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하 여자의 행동으로 먼저 보인다는 게 하여튼 정신적으로....


배부른 투정이었습니다. 팀원들 아주 좋은 사람들입니다. 닥치고 열심히 다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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