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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7. 2018

성균관대 화장실 사진에 대해

2017년 2월 26일

성균관 대학교 남자 화장실에 여자 사진을 붙여놓았다. 소변기 위에 상반신 사진만 붙여놓아서, 대략 여자 하반신에 대고 소변을 보는 모양새다. 여자로서 기분 나쁜 건 차치하고, 왜 돈 들여서 이런 걸 설치했을까 한참 고민했다. 누가 보고 있다고 의식하면 좀 더 소변기에 가까이 서게 된다는 게 포인트라는데, 이것의 구상과 설치는 남자가 했는지 모르겠지만 남자들이 계속 큰 불평 없이 사용했으니까 뭐 그게 남자들 사이에서 보편적인 정서라고 하자. 설마 무지막지 욕먹고 싶다는 욕구로, 혹은 여자들 기분 나쁘라고 설치한 건 아닐 테니까. 하지만 여기서 남자가 아닌 내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     

왜 볼일 보는데 다른 사람이 본다는 설정을 했지? 그리고 어떻게 그게 괜찮지?     


그러고 보니 남자들은 소변볼 때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서서 하니까 좀 더 타인의 시선에 관대한가가 궁금해졌다. 여자들끼리 진짜 아무리 친해도 서로 배설하는 모습은 평생 가도 못 보는 거 가능하다. 목욕탕 다니면서 서로 벗은 모습은 볼 수 있어도 이것 역시 가족, 베프 정도로 친하지 않은 이상 그리 흔하지는 않다. 그리고 여자끼리만 있어도, 동성애에 대한 두려움 하나도 없어도 탈의실에서 가리고 다니는 사람 많다. 배설하는 모습은, 글쎄. 산속에서 하이킹하다가 화장실 없어서 몰래 볼일 봐야 할 때? 그때도 친구라면 망보고 있지 볼일 보는 모습을 왜 쳐다봐;; 동성 간에도 볼 일 없는데, 완벽하게 사적인 공간인 화장실 칸 안에서 누가 보고 있다면 (몰카 등등) 그건 순도 백퍼 호러다. 하지만 남자들은 공중화장실에서 소변기를 쓰면 다른 사람의 성기를 볼 수 있으니, 그에 대해 좀 덜 예민한 건가?? 내가 남자가 아니니 알 수가 없지.     

누가 보고 있다는 설정 자체에서 흠칫 놀라고, 누가 보고 있다면 좀 더 소변기에 가까이 가게 된다는 게 의도라니 그것도 놀랍다. 남자에게는 누가 내 배설하는 상황을 보고 있다 할 때 그 사람에게 내가 더 가까이 가서 배설하는 게 정상적인 본능인가? 아니면 예쁜 여자 사진이라서 가능한가?     


'남자는 다른 사람이 쳐다보는 것에 덜 예민한가?'라고 남편에게 물어보니 남자 화장실에서 다른 사람 것 훔쳐보면 맞아 죽을 수 있다고. 남자 화장실의 불문율인데, 소변기가 1,2,3,4,5번 이렇게 있으면 첫 사람은 1번, 두 번째 들어오는 사람은 5번, 세 번째는 3번 이렇게 간단다. 첫 사람이 1번을 선택했는데 다음 사람이 2번에 와서 서면 '이놈 뭐야??'가 되고, 그러면서 흘끔 쳐다본다면 곧바로 폭행으로 넘어가도 놀랄 거 없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뒤져보니 그렇다는 남자들 꽤 있지만 이것 역시 일화적인 진술이라 치자. 그래도 남들이 쳐다보는 데에 예민한 남자들이 꽤 있다는 건데, 여자가 쳐다본다는 설정은 괜찮은 건가? 그렇게 쳐다보고 있는데 성기를 꺼내고 소변 보는 게 괜찮고, 그게 진짜 충분히 보편적이라서 그렇게 디자인을 한 걸까(정말 궁금해서 묻는 거다)? 여자로서는, 최소한 나로서는 죽었다 깨나도 이해할 수 없는 관점인데, 뭐 그렇다고 해서 남자들이 틀렸다 그건 아니고 진실로 궁금해서. 편하게 느낀다면 편한 거지. 실제 편하다는데 어쩌겠소. 그렇다면 '이성이 쳐다봐도 배설이 아주 불편하지 않다'는 자기의 느낌을 역지사지한 몇몇 남자들은 여자 화장실에 몰카 설치하는 것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리고 화장실에 설치된 사진의 주인공들은 자기 사진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게 되면 무슨 생각 할까? 볼일 보는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은 그 여자들과 눈 맞추면서 소변보는 도중 무슨 생각 했을까.     

마지막으로. 남편은 딱 보는 순간 이거 뭐야 하고 흠칫했을 거라 하고, 문제 삼은 사람들도 남자니까 불편한 남자들도 분명히 있었다. 그런데 몇 년 동안 계속 있었다면, 남자들끼리는 그런 불편함을 말하기가 힘든 분위기일까?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극소수고 자기도 극소수인 거 아니까 넘어간 걸까?     


원글 링크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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