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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1. 2018

아들에게 맞는 엄마, 밟혀버린 천재 아이, 효도와 존경

2017년 3월 14일

   

아이를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육아 방식은 최근 몇십 년 영어권(주로 백인 중산층 가정)에서 유행이라고 썼다. 사실 영국에서는 그 수많은 소설에도 아주 절절하게 나오듯이, 빅토리아 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 당장 집권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곧잘 보내졌던, 비싸고 유서 깊은 기숙사 사립학교에서도 체벌과 학대가 엄청났던 걸로 알고 있다. 약 70~80년대 정도에 문화가 바뀌기 시작한 것 같다. 아참, 그 땐 가난한 엄마들만 모유수유하고 중산층 이상의 부모들은 아주 당연히 분유 먹여서 키우기도 했다. 

아이 낳고 나서 바로 살갗이 닿으며 '본딩'을 해야 한다 어쩐다 하는 것도 완전 최근 유행. 딴 방에서 키우고, 울 때 안아주면 안 되고 하는 육아 방식도 그리 오래전이 아니었다. 요즘에는 attachment parenting이라고, 한시도 아이를 떼놓지 않는 게 또 유행.     


이게 좀 모성신화와도 연결이 되는데, 세상에는 아이들을 학대하는 엄마들이 너무 많고,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를 쉽게 학대하며, 여리고 순하고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을 어떻게 때리냐, 엄마가 무조건 사랑으로 감싸 안아야 한다라는 전제(꼭 엄마다! 아빠는 아니고) 때문에, 이것 역시 아이를 맡기고 일해야 하는 엄마들을 억누르는 압력이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아이의 문제가 뭐든지 무조건 '사랑이 부족해서입니다 엄마가 많이 사랑해주세요'로 답하는 것 역시 그렇다. 엄마가 일하면, 엄마가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겼으면 그게 바로 문제라는 사회의 인식이 엄마들을 더 집에 묶어버린다는 것이다.     

아이를 때려야 된다는 말은 아닌데, 아이를 너무 위하고, 평생 상처받을 수 있으니 지적도 사랑을 담아 부드럽게 해야 하고, 사고치고 욕하고 하더라도 그건 사랑이 모자란 거고 엄마가 잘못한 거니까 더 사랑해줘야 한다..는 사고방식, 그리고 아이에게 목소리라도 높이면 주위에서 나쁜 엄마로 매도할까 전전긍긍하는 부모 중에는 부모의 권위를 완전히 잃은 사람도 나온다. 아이의 반응에 너무 매달리고 아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어쩌지 두려워서 휘둘리게 되는 것.     


영국 엄마 사이트 가다가 정말 놀랬던 것이 '아이들에게 맞는 엄마' 얘기들이었다. 싱글맘들 많다. 그리고 아들에게 맞는 엄마도 많다. 폭력적인 딸도 있는데, 찾아보니까 가해자의 87%는 아들, 피해자의 77%는 엄마다. 그런데 사실 아빠가 딸에게 맞아도 같이 때리기는 거의 불가능이다. 경찰이 불려왔다면 아빠를 싣고 가기 마련일 테니까(그러고 보니 엄마 사이트에서는 폭력적인 딸에 대한 얘기도 꽤 많았던 것 같은데 13%밖에 안 된다고 ㅡㅡ?).  아들에게 맞아도 남편에게 말하면 아들을 때릴까봐 말 안 하는 엄마도 많으나 거의는 싱글맘이다. 부모는 절대로 자신에게 해를 가하지 않을 것이며, 폭력을 쓰면 자기 맘대로 할 수 있고 금품갈취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청소년들은 그렇게 쭉 나간다.     


혹시라도 '그래서 애는 패야 돼' 란 얘기로 들릴까 봐 다음은 '밟혀버리는 천재 아이' 얘기. 이 이야기를 도대체 어디서 읽었는지 생각이 안 나서 방금 책도 뒤져보고 구글 뒤져봤는데 안 보이니 포기. 혹시 아시는 분 제보 좀.     

가난한 배경에서 태어난 천재 아이 이야기였다. 요즘 같으면 텔레비전에 신동으로 호들갑 떨며 나올만한 아이였으나 대학교에 가자마자 슬며시 그만뒀다. 그 후로는 혼자 괴짜 독거노인이 되어버렸다는 내용이었던 걸로 대충 기억한다. 그런데 대학교를 그만둔 이유가 기가 막혔다. 무슨 일로 대학교 직원과 말할 일이 있었는데 그 직원은 귀찮아서 아이를 무시했고, 아이는 그 상황에서 반박하거나 대들 생각을 못했다. 중산층 아이, 부모가 때리거나 학대하지 않고, 심한 지적으로 기죽이지 않고 사람으로 대우받고 어른에게 자기 할 말 다 하는 아이들은 그런 상황에서 어 이 아저씨 이게 뭐야 이상해, 딴 사람한테 말해서 해결해 보자... 할 텐데, 어릴 때부터 자신과 비슷한 아이는 하나도 없이 고립된 상태에서 어른들에게는 애라고 무시와 조롱을 당하는데 익숙해졌던 이 천재 아이는, 그 좋은 머리로도 자신에게 어깃장 놓는 어른 한 명을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릴 때의 이런 대우는 커서도 쭉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미국에서도 아시아계 아이들은 부모의 압력과 기대에 시달려서, 커서도 늘 자신은 모자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호소하는 글을 읽은 적 있다. 덕분에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업을 가졌지만, 나는 내 아이들에게 그리 하지 않으리라 해서 훨씬 더 방임형으로 키운다고. 그래서 아시아계 이민자 1.5세대, 2세대는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하는데 그 다음 세대는 그냥저냥 평범해진다는 얘기를 들은 듯.     


어떤 방식이든 극한은 문제가 된다. 아이에게 너무 쩔쩔매면 그중 극소수의 나쁜 아이는 부모를 쉽게 밟을 수 있는 존재, 매일같이 심심하면 패도 되는 존재로 분명 보게 된다. 이런 아이를 때린다고 나아졌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훈육은 필요했을 거라 보고, 사회적으로 아이를 무조건 약자로 보는 분위기는 도움이 안 됐을 거라 생각한다. 그 반대로, 말대꾸하는 애는 패야 하고, 특히 '남자새끼들은 패야 사람 된다'라는 사고방식 역시 부작용이 엄청나게 많다. 그런데도 사람은 자기 합리화의 달인이라, 그렇게 자란 남자들이 오히려 '내가 아는데 난 좀 쳐 맞아서 사람 됐다'라는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렇게 억지로라도 부모 권위에 굴종하는 법을 배운 이들은 평생을 부모에게 절절매고 살기도 한다. 자신의 의견, 취향, 행복은 아예 생각도 하지 못하고.     


물론 극한의 몇몇 빼면 우리는 그냥 저냥 다 생긴 대로 살아간다 ㅡㅡ. 어떤 육아방식이 옳으냐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부모들 만나보면 아주 확고한 이들 많다. 난 아무리 봐도 모르겠던데 어떻게 그렇게들 확신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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