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1일
B*tch 란 단어를 여자에게 쓸 때에는 나쁜 년, 못된 년 정도 되지만, 남자들끼리도 많이 쓰는 단어란다. 한 남자가 다른 남자를 he's my b*tch라는 식으로 말하면, 걔 내 따까리야. 내 부하야. 내가 시키는 건 다 해야 하는 셔틀이야 뭐 그런 뜻이라고. 위계질서 확실한 남자 사회에서 하는 말이고, 그래서 남자들은 다른 남자의 b*tch 가 되지 않기 위해 엄청 노력한다고. 하지만 위아래가 있는 이상은, 나는 내 위의 있는 사람의 b*tch이잖소?? 호굑! 그건 싫어! 그래서 팀 컨셉을 잡는다고 한다. 리드가 한 명이 있고, 그 아래 남자들은 '이 부분은 내가 맡아서 한다'는 식으로, 내가 저 남자의 b*tch라서가 아니라, 내가 이거 전문이고 쟨 나 없으면 안 되고 뭐 그런 컨셉. 여성을 향한 욕을 남자에게 했을 때 더 모욕적인 케이스다.
Throws like a girl, fights like a girl 이거 다 욕이다. 여자처럼 던진다, 여자처럼 싸운다. 특히 남자에게 하면 엄청 심한 욕이 된다. Nagging은 바가지 긁다로 쓰이는데, 한국어도 그렇지만 여자가 남자에게 싫은 소리 할 때 쓰는 단어다. 남자가 여자에게 짜증 나게 했던 말 또 하고 옷차림 가지고 ㅈㄹ하고 하는 건 nagging을 안 쓴다. 맨스플레인이 나온 게 2000대 후반이고, 개스라이팅도 아주 최근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언어폭력은 그만큼 이름이 없었다.
한국에는 요즘에 여배우 여의사 이런 것도 여혐이냐 일상생활 가능하냐 어쩌냐 하는 얘기 나오는데, 여혐스러운 단어는 영어가 더 많다. Spokesman, sportsman, chairman 등등을 person으로 바꾸기 시작한 거, mankind를 humankind 등으로 바꾸는 거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내가 이거 처음 지적 봤을 때가 90년대였는데 무려 여고에서 여자 영어 선생님도 아이구 오바들 한다 뭘 그런 단어 가지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바뀌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다. 여자 운동선수도 많은데 sportsman은 당연히 여자랑 남자 다 칭하는 말이지! 하는 거 좀 그렇잖소?
(페미들 프로 불편러라는 뉘앙스의 개그를 여성 코미디언이 한 것도 들은 기억이 있다. 안 좋은 건 다 남자 단어
로 시작한다고 - men...tal, men...struation, gy...naecology. 물론 농담이고 어근이 완전 다릅니다)
아들에게 고전 책 좀 읽히려고 피터팬 읽기 시작했는데... 아 내가 어렸을 땐 이게 이 정도로 심한 여혐인지 몰랐다. 어린 소녀 웬디는 네버랜드에 가자마자 '엄마'가 되어서 '남자애들'을 돌본다. 옷도 고치고 밥 해먹이고 ... 아 뭐야! 웬디 전에는 그럼 어케 살았음? 게다가 팅커벨은 너무나 전형적인 여적여 프레임으로 웬디 싫어한다. Enid Blyton 시리즈 좋다고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여긴 또 여자애 둘 중에 하나는 남자애가 되고 싶어서 이름도 고쳐 부르고 머리도 짧게 자르고, 다른 여자애는 밥하는 거 좋아하고 겁이 많아서 모험은 안 하고 오빠한테 보호해달라고 하고... 하아.
어쨌든. 해외도 천천히 바뀌어 온 건데 한국에서는 여러 레벨 성차별 이슈를 한꺼번에 두두두두두두 부어대니 적응하기 힘들기도 하겠다는, 며칠 전에도 쓴 것 같은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