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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0. 2018

시차로 잠 안 오는 밤에 시답잖은 글을 보고

2017년 4월 19일 

안 그래도 시차 적응 실패해서 새벽 두 시에 잠 깼는데 별 시답잖은 우는 소리 보고 씀.     


아침에 밥 차려준 건 엄마였다고 한다. 아버지는? 요즘 그 나이에 일 나가는 어머니도 많고 일자리 없는 아버지도 많다. 그리고 따지면 50-60대 엄마보다는 젊은 학생이 더 기운 넘치겠지. 어쨌든 밥 얻어먹으면서 엄마는 뭘 하시고 싶었었는지, 정말 매일 아침 내 밥 해주는 게 일생에 목표였는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거 같고, 그저 니네는 나를 여혐이라고 부를 터이니 나는 내 kibun이 상하며, 니네 방식으로 따지자면 나는 나쁜 사람이 됐다는 데에 치중한다. 매일 밥 얻어먹는 게 염치없는 건 아는지 모르겠다.     


버스에서 어느 여성에게 자리를 양보했다고 한다. 같은 나이대의 젊은 여자에게 자리를 양보했다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아이 엄마나 할머니였다면 신체 건강한 젊은 니가 자리 양보하는 게 맞다, 이 우동사리뇌야. 나이 많은 할아버지였더라도 마찬가지고 몸이 불편한 사람이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리 양보하면서도 이 사람은 '여자'에게 양보했음을 강조한다. 이 사람에게 여자는 어쨌든 사람이기 전에, 약자이기 전에, '여자'이기 때문이다. 임산부에게 양보한 게 아니라 '여자'에게 양보한 거고, 몸이 불편한 노인에게 양보한 게 아니라 '여자'에게 양보한 거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자기는 '여자'에게 좋은 행동을 한 '남자'임을 강조하고, 이것 역시 자기는 좋은 일을 했지만 니네 기준에는 난 나쁜 사람이네라는, 여혐의 실제 피해자들에게 공감은 1도 없으면서 어쨌든 '니네는 날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어'에 치중한다.       


여친에게, 연예인에게 '예쁘다'는 말을 했다고 자신은 여혐이라고 한다. 또 반복하지만 이놈은 머릿속에 나나나난나나난ㄴ난나나나 미미 아이 아이 미미 밖에 없다. 여성에게 예쁘다고 칭찬하는 사회, 외모로 평가하고 상벌을 주는 사회, 외모 기준으로 인한 그 수만 가지의 여혐의 양상과 피해사례가 그렇게 많이 나와도 결국은 '나'는 칭찬한 건데 너네는 나를 여혐러라고 부르겠지? 너넨 좋은 의도를 가진 나님을 나쁜 놈으로 만들었어...로 또 돌아간다. 외모로 성희롱당하고 외모로 조리돌림 당하고 외모로 취업 안 되는 사례 53467642346521 있지만 제일 중요한 건 거기엔 해당 안 되지만 여혐 소리 듣는 자기 기분이 나쁘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 문장. "지진이 일어날 듯하니" ㅋㅋㅋㅋ 지금까지 위에서 자리 양보하고 여친에게 예쁘다고 칭찬하니 자신은 좋은 남자라 포장하려 했다면 마지막 문장 하나로 인성 셀프 박제하고 간다. 이런 글 올리면 페미니스트라는 작자들이 불편해할 것이고, 그들은 못생기고 뚱뚱하다는 편견은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가져와 쓰면서, 그건 왜 욕먹을 거라 생각 안 하지? 여친에게 예쁘다 말 하는 거 자체는 여혐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지진이 어쩌고 하는 걸로 평소 여혐 성향 딱 드러났는데 뭘 또 구구절절 변명하고 ㅈㄹ.


너 못 배운 여혐주의자 맞아. 앞으로는 어머니 생각도 좀 해드리고, 나보다 몸 불편한 사람에게 자리 양보하면서도 여자인가 아닌가부터 구분해서 생색내지 말고, 전국에 포진해 있는 연예인 섹시 포스터 보면서 문제의식 좀 느끼고, 여친에게 예쁘다 칭찬할 거면 네 기준에 안 예쁜 여자들 욕하지 말고, 더치 하는 걸로 나 한남충 소리 듣나만 신경 쓰지 말고 제발 뭣 때문에 여혐이라고 하는지, 왜 한남충이라는 말이 나왔는지 생각 좀 하고 살아. 꿀빠니즘은 그런 생각 안 하고도 아주 잘 살 수 있는 니가 꿀빠니즘이다.


https://www.facebook.com/KNUbamboo/posts/952301731576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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