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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1. 2018

소수자에 대한 느린 인식 변화

2017년 4월 26일

제 경험으로 아시아계들이 아주 흔하지 않게 가지는 특권이라면 '종교적 편견'에서 조금 더 자유롭다는 거였습니다. 남아공에서 자랄 때의 백인사회는 거의 100% 기독교였습니다. 미국도 종교가 엄청난 영향력이 있죠.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은 가톨릭이었던 JFK 빼고 다 개신교인이었고요, 기독교인인 '척'이라도 안 하면 당선 불가능이라고 하네요. 아시아계는 아 뭐 니네는 다른 종교 있지 하고 넘어가는데, 제가 자란 보수적인 환경에서 백인이 무신론자라 하면 믿지 못할 인간, 도덕성이 결여 된 괴물 정도로 취급되던 게 보통이었습니다. 유럽은 훨씬 덜 하고, 미국은 더하다네요. 

리처드 도킨스의 God Delusion에서도 미국 여론조사 하면 자질 확실한 흑인 대통령, 여자 대통령은 뽑겠다는 퍼센티지가 90% 상회해도 무신론자 대통령은 50% 이하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오래 전에 읽어서 기억이 ㅡㅡ). 하지만 아시아계가 무종교자/무신론자라고 할 때는 페널티가 비교적 덜하죠. 적어도 인성에 연결하진 않습니다. 아시아계의 아주 작은 이점. 쿨럭.   

  

한국과 달리 빨리 안 변하는 곳들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인식 변화도 아주 천천히 이루어졌는데요, 뭐 대강 다음과 같습니다:     


뫄뫄(흑인/동성애/무종교자/타종교자/마음에 안 드는 행동하는 여자/소수민족/그외 맘에 안 드는 세력들) 억압 역사     


1) 뫄뫄는 사람이 아니다. 보자마자 때려죽여도 된다.

2) 뫄뫄는 사람은 맞지만 완전 하층 계층/이상한 종족이다. 좀 패고 해도 된다. 

3) 뫄뫄는 하층 계층이고 좀 불쌍한 건 맞는데 보면 또 그런 취급 받을 짓을 한다. 

4) 뫄뫄들이 좀 뫄뫄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폭력은 쓰지 말자. 차카게 살자.

5) 뫄뫄들에 대한 과한 폭력은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본다. 

6) 뫄뫄들 차별하면 처벌받고 하는 거 보면 솔직히 요즘 뫄뫄들 살만한데 맨날 차별 어쩌고저쩌고하는 게 불편하다. 너무 둥기둥기 해주는 것 같다. 역차별이다. 

7) 뫄뫄들 폭행하거나 대놓고 차별하면 처벌은 되지만, 그래도 아직 뫄뫄들 사회적으로 엄청나게 차별받고 있다. 

8-1) 아직도 뫄뫄들에 대한 무의식적인 편견이 엄청나다. 통계를 봐도 뫄뫄들의 현실은 비뫄뫄들에 비해서 열악하다. 

8-2) 헉, 그런데 내놓고 차별 발언하는 쟤네들은 뭐냐?? 우리가 원시인이냐?? 충격이다!! 역차별 어쩌고 하는 사람들 뭐지?     


1부터 시작해서 아주 천천히 변해가는 거 같습니다. 제가 경험한 남아공 사회는 4)-5)-6)-7) 정도였는데요, 기독교가 주가 되는 사회에서 어느 정도 먹히는 스탠스가 "그래 뭐 성경에서 동성애가 확실히 나쁘다고는 하지만, 내가 나서서 걔네들 막 억압하고 폭행하고 그러는 건 좀 아닌 거 같아" 였습니다. 이게 지금도 기독교인들 사이에 흔한 것 같아요. 그러니 " 개인적으로는 동성애가 죄라고 생각하지만 (성경에서 그러니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나서서 핍박하지도, 편 들어주지도 않겠다" 정도죠. 기독교 내에서 동성애에 대한 입장이 너무너무 확실하다 보니 종교적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동성애 '인정'(이라는 단어 웃기지만 어쨌든)이 힘들겠지요. 어쨌든, 이 상태가 최소 2000년도까지 계속됐던 거 같고, 지금도 그런 사람들 많이 봅니다. 바로 이 스탠스에서 동성애 차별은 나쁘지만 동성혼은 반대한다"가 나옵니다. 폭행하고 차별하고 그런 나쁜 건 안 하겠으나, 결혼을 합법화하는 건 뭔가 선을 넘는 것 같은 거죠. '방관'까지는 괜찮을 거 같지만 '합법화 찬성'은 뭔가 정말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종교 밖의 사람들 보기엔 그냥 말도 안 되지만요.     


많이 많이 세속화되었지만 아직도 무신론자는 미국 대통령 되기 힘들 겁니다. 동성애 자체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시선이 정말 많이 달라졌다 해도 동성혼이 미국 전체에서 허락된 건 2015년이죠. 몇십 년간에 걸친 투쟁으로 쟁취한 결과입니다. 물론 아직 반대하는 사람 엄청나게 많고요. 영국 보수당 총리로 처음으로 동성혼 지지한 데이비드 캐머런도 불과 몇 년 전의 발언이었습니다. 아주 세속적이고 종교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유럽도 그래요.     


천천히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워낙 빨리 변합니다만. 어제 그 발언에 급빡치지 않은 것 역시 어쩌면 저의 블라인드 스팟이겠죠. '차별은 나쁘지만 개인적으로 싫어해'의 앞뒤 안 맞는 소리를 몇십 년 넘게 들어서 그냥 무논리 아무말 1463134로 흘려들음. 그런 사람들도 나쁘지만, 실제로 성소수자들 폭행하고 차별하거나, 성정체성 교정 어쩌고 에이즈 어쩌고 식으로 혐오 방조하는 사람들이 아직 엄청나게 많고, 당당하게 해를 끼치는 정도가 엄청난 그들을 어떻게든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을 바로 강구해야 한다고 느끼거든요.     


어쨌든. 결론.     

심상정 후보 찍읍시다. 

문재인 씨 그렇게 살지 마세요. 

홍준표 씨 처벌 어떻게 안 되나요. 

다른 후보들도 동성애 반대 어쩌고 한 거 잊지 않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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