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20일
아 이런 거 여기다 쓰면 안 되는데.
설마 회사에다 고자질할 분은 없을 거라 믿고.
사실은 두 주 전에 위의 위 보스랑 미팅했다가 박쳐서, 매주 스팸 오는 리크루터 몇 명한테 답했다. 링트인에 친구 요청 들어오는 것도 받아들였다. 과연 하루 만에 전화기가 불이 났다.
자, 이러면 오 내가 정말 인재구나 느낄 수 있으나 착각이다. 리크루터들이 전화하는 거라서 그렇다. 런던 리크루터들 아주 대단한 기세로 아무나 다 한다. 당신 이력서를 받아서 자기가 먼저 돌리고 싶어서다. 특히 데이터 쪽이라면, 정말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의 정신으로 마구마구 찔러본다. 요즘에 링트인, 그 외 네트워크가 잘 개발되어 있어서 사회력 제로 개발자들도 곧잘 인맥으로 옮겨 다니니까 리크루터들은 예전처럼 쉽지 않아 속이 탄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열정적으로 찌르고 다닐 만큼 수수료가 괜찮다.
런던의 개발자들이 초봉 (비테크) 2~3만 정도에서 시작하고, 테크는 4~5만도 부르고, 중견은 5~7만, 은행이나 잘나가는 테크는 6~8만, 시니어 급은 뭐 이것저것 합해서 10만 넘기는 자리 많다. 제일 꿀보직은 펀드 쪽이나 대박 난 스타트업, 테크 회사 프린시펄/스태프 급인데 상당히 널널하면서 10만 가벼이 넘기는 곳 많다. 또 이런 덴 스톡이나 보너스가 꽤 세게 나온다. 10만 파운드면 한국 돈으로 2억 좀 안 된다. 그런데 뭐 열 시 전까지 출근, 저녁 여섯 시 반 정도 퇴근, 재택도 쉽게 땡기고 뭐 어쨌든 좋은데.
직장에 꽂아준 사람이 1년을 버티면 리쿠르터가 이 연봉의 30%를 수수료로 먹는다. 10만 파운드면 3만. 6천만 원!!! 그러니까 일 년에 세 명만 넣어도... 헉??
이러니 목숨 걸고 덤빌 만하지.
계약직도 꿀이다. 보통 런던 IT 계약직이라면 일당이 낮게는 300파운드 정도에서 (일당 50만 원 정도) 시니어 급 500~600, 최고 핫한 애들 800까지 가는데 (그럼 일당이 백오십만 원!) 이런 자리 주선해주면 리쿠르터가 일당의 퍼센티지를 먹는다. 이 얼마나 엄청난 일이냐. 매달 돈이 착착 꽂혀!! 내가 일 안 해도 개발자가 열심히 일하고 그 일당 퍼센티지를 받아!!
회사는 리크루터들보다 실력 있는 사람들의 인맥이 더 영양가 있다는 거 아니까, 친구 소개해서 되면 referral fee를 받는다. 이게 제일 센 데가 Palantir라고 들었는데 무려!!! 무려!!! 2만 달러. 미친 거 아님?? 내 친구 소개해서 되면 2만 달러가 보너스임. 런던 마소는 3천 파운드. 팔란티어하고는 비교 못해도 5백만 원이다. 세전 얘기지만. 자 그러므로 리크루터는 이것과도 경쟁해야 한다.
그리하여 소개한 사람이 다른 어느 곳에 면접 보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그 다른 곳이 별로임을 은근 슬쩍 흘린다. 아참, 영국에서 있어 보이는 발음 (RP, 혹은 RP스러운 Estuary) 쓰는 애들이 부동산이랑 리크루터들이다. 아주 우아하게, 객관적인 진실인 것처럼, 면접 보는 다른 곳을 깐다. 그리고 "얼마로 오퍼 하면 다른 회사 인터뷰 다 취소할거야? 얼마면 돼?" 이런 원빈스러운 대사도 날린다. 지가 돈 줄 것도 아니면서. 홋홋. (그래도 원빈 대사 들으니까 좀 설레더라 아핫핫)
벌써 오퍼 받았다 하면 "계약서 사인했어??"로 간다. 사인 안 했으면 지금이라도 인터뷰 가라고 막 들쑤신다. 계약서 사인 했다고 하면 웬만하면 스톱하는데, 그래도 밀어붙이는 용자 있더라.
특이 사항은 - 자기가 먼저 컨택한 거면 되게 친절한데, 내가 보고 이력서 보낸 거면 이상하게 조금 낮게 본다고 해야 하나? 이것도 좀 밀당을 한다는 느낌이 있다. 내가 먼저 이력서 보낸 거면 그쪽에서 좀 튕기는 그런??
남편님 (==> 면접의 신) 은 잘나가는 펀드로 옮겼다. 그 전에는 잘 나가는 은행에서 일했다. 학력 부족 경력 부족인데 아홉 시간 마라톤 인터뷰 후에 들어갔다. 하여튼 면접의 신이다. 전 직장에서 소개해 준 리크루터를 통했다. 그 리크루터가 옮긴 사람들 대강만 생각해 보면 그 인간 준재벌급이다. 남편이 옮기고 나서는 밥 사줬고, 전 직장 사람이 남편 직장으로 옮길까 하니까 '언제 맥주 한잔합시다' 하더라. 이 말을 듣고 남편과 나는 세트로 빡쳤다. 왜냐고? 남편 보스한테는 '남프랑스에 있는 제 별장에 놀러 오시죠? 새 미술품을 이번에 좀 들였습니다만' 했댔거든. 누구는 남프랑스 별장 초대인데 누구는 맥주 한잔?? 에씨. 역시 평민 계급이란.
어쨌든. 난 리크루터 많이 안 통하고 구직 일주 일만에 오퍼는 받았는데 받고 나니 또 고민이구려. 스타트업이라 박차고 나가자니 좀 무섭고, 돈 더 받으려면 은행 쪽인데 일은 좀 그렇고. 아, 일주일 만에 오퍼 받았다니까 잘난 척 같아서 노파심에 - 펀드 한 군데에서는 딱지 먹었소. 제가 이렇게 솔직합니다.
진짜 진국 이직의 신은 남편이에요. 저도 면접에 꽤 강합니다만, 컴사 전공이 아니라 조금 미끄러질 때 있죠. 알고리듬 면접 없으면 저도 면접의 여신. 문제는 실력이 7이라고 할 때 면접에서 너무 잘하면 9로 봐서, 들어가고 난 다음에 수습하느라 좀.
결론.
신경질 났다고 (사실 4년 정도 있으니까 권태기인 거 같기도 하고) 나간다고 설쳤는데 그 동안 휴가 가셨던 보스의 보스님이 돌아오셔서 그건 모두 오해였어 유얼 미스언더스탠딩 마이 미스커뮤니케이션이었어 하셨다네요. 그래도 컴백 컴백 베이비 정도는 아닐 거 같은데 이왕에 리크루터와 얽힌 김에 그냥 간절히 오라는 스타트업으로 갈까, 좀 더 면접 봐서 돈 더 주는 은행으로 갈까 뭐 고민 중입니다. 참고로 남편님은 내가 빡센 은행에서 오래 고생할 동안 너는 테크회사에서 닐리리야하고 놀았으니 너도 은행에서 빵살이 좀 해야 하지 않겠냐 옆구리 찌르는 것이, 돈 더 벌어오라는 말이겠죠?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