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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2. 2018

여혐민국 책을 돈 벌려고 냈다란 말이 있어서

2017년 6월 4일

여혐민국 책 나온 거 보고 돈 벌려고 냈다란 말이 있어서.


우선 웃읍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봐요. 내 생에서 제일 시간 잡아먹고 자산 형성에 도움 안 된 게 글쓰기랑 출판이오. 내가 그 시간에 맥도널드 알바를 했어도 지금쯤 런던에 집 한 채는 더 샀을 거고, 차라리 예전에 하던 통/번역을 사이드 알바로 했다면 집 세 채는 더 샀겠소. 런던 최저시급이 7파운드 정도인데, 그러면 한국 돈으로 만원 넘죠? 내가 지금까지 글 쓰고 출판한 거 다아아아아아아아아 치면, 아주 후하게 쳐도 시급 50원 안 될걸요. 반복하지만 내 인생에서 제일 자산 형성에 도움 안 된 게 글 쓰는 버릇이오.     


그냥 톡까놓고 말하겠소. 초판 3천이면 엄청 많이 찍는 편인데 인세 10% 받으면 많이 받는 편이오. 계산하기 쉽게 정가 만 원짜리 책이면 초판 3천 부 인세 얼마? 3백만 원. 재판 찍는 건 그럭저럭 잘 나갔다는 거고, 난 아직 재판 찍은 역사가 없소. (상당히 좋은 조건으로 계산해서) 3백만 원, 뭐 크면 크다고 할 수 있겠지만 솔직히 물가 비싼 런던에서 우리 집 가족 한 달 생활비도 안 되오. 통역 알바 뛰면 아무리 짜더라도 일주일이면 버는 돈이기도 하고, 런던 IT 프리랜서들 약 3-4일 일당이오 (일당 70-120만 원 정도). 이번에 인세 받은 거, 들고 오고 뭐 하기도 번거로워서 그냥 다 기부했소. 좋은 일 하면 재판 찍으려나 했더니 아직 소식 없구려(역시 안 될 놈은 안 돼...이건 아니고).


책이 돈이 되는 거는 인지도가 높아져서 강의를 나가거나 하면 그렇게 된다는데, 난 런던에 앉아 있고, 풀타임 워킹맘이라 강의한답시고 한국까지 날아가면 지난 4월 같은 참사가 일어나오. 온 가족 다 데리고 갔더니 비행기 값만 오륙백만 원 깨졌소. 체류비 뭐 이거저거 하니까 천만 원 넘었던데, 말했지만 인세는 잘해봐야 삼백. 남는 장사는 아니오. 대박 치는 책은 극소수인데 나야 뭐 대박과는 인연 없는 사람이고.     

대학생인 거 같아 인생 선배로서 조언이오. 꼰대라서 그런 게 아니라 내가피봐서, 시간이랑 돈 까먹어 본 경험으로 하는 말이오. 나처럼 치유 불가능 글쓰기 중독 아니거나 혹시나도 그 귀하다는, 글에 정말 재능 있는 사람이지 않은 이상은 책 내서 돈 벌 생각하지 말고, '아니 양파 니가 뭐라든 나는 꼭 책 내겠소' 라면 강의나 TV 출연 같은 걸로 연결되도록 하고, 아니면 그냥 취업하는 게 그럭저럭 먹고 사는 길이오. 내가 20대 후반에 피눈물 흘리면서 IT에 뼈를 묻기로 선서한 게, 매달 따박따박 꽂히는 월급은 신성하다는 걸 배워서 그렇소.     


참고로, 내 인세로 5만 부 팔면 1억 가까이 벌 수 있소. 5만 부 팔면 엄청나게 나간 베스트셀러고, 만 부만 나가도 요즘 출판 시장에 잘 팔렸다는 소리 듣소. 5만 부 넘어야 1억 채 안 되는데 (영국이라 한국보다 보수가 높은 편이고, 아주 많이 버는 편에 속하지도 않지만) 우리 부부 연봉 합해 일 년 3억 넘소. 내가 돈 벌려면 IT 계약직 뛰지, 이미 줄줄이 망한 경력이 있고 글 실력도 떨어지는데 책 쓰고 앉았겠소? 아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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