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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May 25. 2018

왜 내 여자는 섹스에 관심이 없는가

2017년 9월 3일

왜 내 여자는 섹스에 관심이 없는가 / 여자에게 섹스란 무엇인가     


이런 세상을 상상해 보자. 당신은 남자로 태어났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성기를 만지면 기분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부모님에게 엄청나게 호되게 혼이 났다. 어디 남자가 성기를 조물락거리느냐, 혹시라도 누가 알게 되면 어쩌냐며 난리가 났었다.     

성장하면서 당신은 섹스의 이미지를 아주 자주 접했다. 그리고 그 이미지에서 늘 남자는 무릎을 꿇거나 배시시 웃거나 날 예뻐해달라는 식의 제스처를 취하고 엉덩이를 내밀며 애교를 부렸다. 여자들은 그런 남자들을 비웃거나, 귀엽다고 예뻐해 주거나, 관심을 구걸하는 남자들에게 거들먹거리는 역이 많았다. 텔레비전이나 소설, 영화에서 섹스라고 하면 99%가 남자가 무릎을 꿇고 여자에게 오럴을 해주는 방식이었다. 자신의 성기를 만지거나 자위하는 남자는 성범죄자일 가능성이 엄청나게 크다고들 했고, 당신은 친구들과 단 한 번도 자위에 대해서 말 해 본 적이 없다. 남자가 성에 관심을 가지는 것조차 위험하게들 봤다. 그러다가 까딱하면 성범죄자가 된다고 했다.     


그러던 당신은 결혼을 했다. 평범 섹스란 여자가 만족할 때까지 오럴을 해주는 것이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 살을 맞대고, 마사지를 해주고 받는 건 좋다. 하지만 사실 딱히 그 행위로 절정에 이르지는 않는다. 그래서 부인이 만족하고 누워서 쿨쿨 자면 당신은 몰래 자위를 한다. 그리고 엄청나게 죄책감을 느낀다. 부인이 안다면 뭐라 할지 모른다. 삽입 성교는 일 년에 몇 번 있을까 말까이고, 그나마 임신이 두려워서 안 하게 된다. 하고 싶다는 말도 못 한다. 삽입 성교는 곧 임신을 위한 것 아니면 강간범들이나 좋아하는, 변태적인 행동으로 다들 알고 있어서다.     

부인이 퇴근했다. 씻지도 않고 누워서 옆구리를 찌른다. 솔직히 해주기 싫다. 그러면 부인은 투덜거린다. 결혼생활에서 섹스 빼면 뭐가 남아? 내가 너랑 왜 결혼한 것 같아? 내가 여자로 안 보인다는 거야? 도대체 너한테 뭘 먹여야 성욕이 늘어날까?     

나 성욕 많거든...이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참는다. 나도 자위하면 몇 분 만에 절정에 이르거든?     

부인은 거친 포르노를 많이 본다. 남자의 고환을 걷어차거나 무릎 꿇은 남자의 뺨을 갈긴다든지 하는 식이다. 남자도 그런 포르노를 좋아한다고들 한다. 당신은 싫다. 부인이 그런 걸 보는 것도 싫다. 하지만 부인은 역시 당신은 성에 꽉 막혔고, 개인 취향도 존중 못 해준다고 한다. 이건 그냥 판타지일 뿐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부인은 가끔가다가 당신의 고환을 꼬집기도 한다. 남자들 이거 좋아한다면서? 라고 묻는다. 아니라고 하면 "왜 너만 그래?" 라고 발끈한다. 그리고 얻어맞고 좋아하는 남자들이 가득인 포르노를 보여주면서 봐, 얘네들은 좋아하잖아, 라 한다.     



  

다시 뒤집어보자.     

여성들은 자위에 대한 얘기를 서로 하지 않는다. 자위하는 여자는 분명 밝히는 여자, 남자라면 환장하는 여자라는 식의 교육을 분명히 어디서든 받았다. 이들은 섹스는 곧 삽입섹스라고 배웠다. 혼자서 자위하면 몇 분 만에 절정에 이르는 것이 가능하지만 남자 파트너에게는 말을 잘 꺼내지 않고 삽입 성교가 좋은 척 한다. 하지만 또 너무 좋아하면 안 된다. 너무 좋아하는 여자는 밝히는 여자, 쉬운 여자, 성에 미친 여자다. 텔레비전 소설 영화에서 접하는 섹스는 다 남자 주도의 삽입 성교다.

     

결혼을 했다. '정상적'인 성교는 삽입 성교고 이 방식으로는 뭐 딱히 그리 좋진 않다. 남편은 밤늦게 퇴근해서 씻지도 않고 성교를 원하고, 당신은 꾹 참고 응대해줄 때가 있다. 그러면 남편은 불평한다. 왜 싫어해? 내가 남자로 안 보여? 성기 확대 수술받을까? 날 딴 남자한테 비교하는 거야?     

아니, 남자 없이도 자위하면 몇 분 안 걸려…….란 말을 당신은 하지 못한다. 그녀는 자신도 잘 모른다. 남자의 페니스 끝부분은 여성의 클리토리스에 해당한다는 것. 삽입 섹스는 남자에게 비교하자면 절대로 남자 성기 끝은 건드리지 않고 기둥이나 고환만 슬슬 건드리다 끝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그나마 자위 한 번 안 해본 여자도 많다고 한다. 성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한다. 이들은 남자들이 주가 된 성적인 시스템을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고 싫어도 좋은 척한다.     

여자들의 남자는 곧잘 거친 포르노를 많이 본다. 그게 싫지만 싫다고 말하지 못한다. 여자의 배를 거칠게 걷어차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여성을 고문하거나 강간하는 모습을 포르노라고, 그저 판타지일 뿐이라고 한다. 여성에게 성적인 수치심을 주는 것을 즐긴다.     

자, 다시 물어보자. 당신의 여친은, 부인은, 왜 성생활에 관심이 없을까? 당신이 성기 확대를 하면 나아질까? 돼지 발정제를 먹이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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