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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May 29. 2018

여성의 성에 관해

2017년 9월 6일

내가 블로그 하면서 처음으로 폭격당한 글이 아마 '처녀와 결혼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였던 거 같은데.     


남자로서 결혼하고 나서도 꾸준히 부인과 성생활을 즐기고 싶다면, 성경험이 없거나 자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처녀와는 결혼을 추천하지 않는다는 게 포인트였다. 무려 남자를 고려해서 쓴 글이었다. 왜냐고 묻는다면.     

나이 30이 거의 다 될 때까지 자위 한 번 해보지 않은 여자라면 그냥 성에 별 관심이 없는 거다. 그 잘생긴 연예인들 수두룩하게 보고도, 그 몸 좋은 운동선수들 보고도 성적인 관심 1도 안 생긴 사람이다. 자라면서 괜찮은 남자를 분명히 접했을 거고, 데이트도 해봤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인 판타지가 한 번도 없었던 사람이, 정우성/엑소도 일깨우지 못한 성욕이 평균 남성 2652를 보고 폭발할까?     


어릴 때부터 고스톱 한 번 친 적 없고, 공공장소에 담요 펴고 앉아서 고스톱 치는 사람들 보면 그저 무식하고 천박한 이들로 좌시했던 사람이 있다고 하자. 당신은 이 사람에게 고스톱을 즐기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러자면 고스톱=천박함 선입견부터 없애야 하고, 게임 룰도 가르쳐야 한다. 그렇지만 무조건 지하철 바닥에 불러 앉히고 담요부터 깐다고 해서, 고스톱 한 번도 안 쳐본 사람이 갑자기 팔을 걷어붙이며 '그래 나도 쓰리고 외치고 광박 피박 씌우고 싶었어!' 하진 않는다. 마찬가지로 성에 관심 없었던 처녀가, 당신의 손이 닿는다고 해서 막 느끼고 그러진 않는다 (제발 그딴 야동 좀 그만보라규규규규규;; 봤으면 제발 현실에서 재현하려고 하지 말라규우우우우우우) 비슷한 비유로 영화 평생 안 본 사람 영화광 만들기, 낚시라면 치를 떠는 사람에게 낚싯대 무조건 쥐어줌으로 낚시의 맛 가르치기 정도로, 자위 한 번 안 하고 야한 소설 한 번 관심 없이 자란 이에게 성을 즐기게 한다는 건 무리데스.     


조금 나은 케이스라면 자위는 안 하더라도 성적인 판타지나 기대는 있었던 경우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몇십 년 세월을 로맨스와 그 외 미디어로만 배워왔다면 판타지가 얼마나 엄청날지 상상이 가는가. 그리고 평균 남성 2652호 씨가 그걸 과연 맞춰줄 수 있을까.     

(물론 보통 가부장제도의 사회에서 상당히 많은 남자는 부인은 '정숙한' 여자로 골라 데려다 놓고 자기는 성매매하면서 즐기는 케이스가 많겠다. 그러므로 이 남자는 평생 섹스를 별로 내키지 않아하는 부인을 억지로 강제하기, 혹은 성노동 여성이 돈 받고 '즐기는 척'해주는 것으로 만족하고 일생을 산다.)     


도대체 뭘 해야 여자가 좋아합니까 라고 묻는 남자분들 많았는데, 제일 첫 스텝은 '내가 뭘 어떻게 해서 이 사람이 즐기게 만들 수 있다'는 오만을 버리는 것. 이 세상 그 수많은 로맨스와 드라마와 포르노와 성에 관심 많은 여자 친구 남자친구들도 몇십 년간 실패한 것을 보통 남성이 어찌할 수 있을 가능성은 낮다. 포기하자. 다른 말로 하면 내가 어떻게 해야 니가 영화광이 되겠니. 내가 어떻게 해야 니가 고스톱의 묘미를 알겠니...와 비슷. 하는 사람이 즐기는 법을 배워야 하는 건데, 타인이 아무리 멱살 잡고 끌고가서 피시방에 하루 종일 가둬놓는다 해봐야 스타 싫어하는 사람은 스타 안 함.     


여자가 좋아하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겠다. 여자가 어떻게 해야 자신이 성적으로 만족을 할 수 있는지 아는 사람 같으면 게임이 훨씬 쉬워진다. 평생을 숨겨야 한다고 생각해서 남친에게는 말을 못 했지만 어떻게 하면 좋은지 최소한 자신은 아는 케이스면 그 거부감만 넘으면 되니까. (이것도 쉽진 않다. 남자들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위하라고 하면 못 할 사람 많을 거다. 여자에게 성을 대놓고 얘기한다는 건 보통은 정말 정말 쉽지 않다. 차라리 남자가 하는 대로 즐기는 척하고 넘어가고 말지.)     


그러므로 여자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에 대한 제일 좋은 답은, 여성 자신이 최소한 절정이 어떤 느낌인지는 알고, 어떻게 해야 절정에 오를 수 있는지 혼자 발견하도록 한다...이다. 남자가 옆에서 아무리 도와준다 해도 진짜 정말 자위 한 번 안 해 본 사람이라면 거의 상당히 무지 임파서블에 가깝게 어렵다. 

여기서 딱 하나 좋은 소식이라면 한국도 조금씩 성적으로 개방되어 가면서 여자들도 무조건 죽은 척하고 누워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거 알고, 즐길 수도 있다는 거 안다. 이거 하나만 해도 개인 남자의 1~2년 치 일이다. 그러나 거기까지 갔다고 해도 실제 잠자리에서 자기가 원하는 거 말할 수 있는 데까지는 몇 년 혹은 평생 걸릴 수도 있다. 그냥 편하게 자위하고 말지, 좋은 척하고 말지, 남자 레퍼토리가 거기서 거긴데 뭘 또 기대를 걸고 노력을 하냐로 포기해버린 여자도 많아서 (...아 쓰면서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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